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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인용 땐 文 대세론 시험대, 추격자들 ‘화합’ 카드로 협공

중앙선데이 2017.03.05 00:02 521호 5면 지면보기
헌재 결정 초읽기, 대선정국 어떻게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정치권의 이목도 온통 헌재로 쏠리고 있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곧바로 대선 국면으로 접어드는 반면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되면 거꾸로 조기 대선정국이 소멸되면서 정치 일정도 완전히 새롭게 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 대통령이 헌재 결정을 앞두고 자진 하야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어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인용되면 60일 내 대선 일정 촉박
문재인 대세론 더 가속화 예측도
기각 땐 책임론 속 자중지란 우려
대통령 자진 하야 막판 변수 여전

 
여야 정당과 대선주자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헌재 결정이 어떻게 나든 정치권은 미증유의 사태에 직면하면서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각 주자들은 헌재 결정과 박 대통령 하야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향후 예상되는 각종 변수들을 짚어보는 등 정국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미래 비전으로 관심의 초점 이동
먼저 탄핵이 인용될 경우 문재인 대세론이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는 데에는 정치권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물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등 여야 대선주자 대부분이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탄핵 후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지는 촉박한 일정이다 보니 판세를 좌우할 변수가 생겨날 여지가 많지 않고 그런 만큼 1위 후보의 ‘밴드왜건 효과’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탄핵이 완료되면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관측도 만만찮다. 문 전 대표가 그동안 탄핵 정국에 따른 최대 수혜자 지위를 누리고 있었지만 ‘공공의 적’이 사라지게 되면 탄핵 효과도 소멸되고 동시에 대선의 성격도 과거 투표가 아닌 ‘미래 투표’로 바뀌면서 전혀 새로운 양상이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다.
 
경쟁 후보들보다는 오히려 문재인 캠프 주변에서 이 같은 위기의식이 더욱 강하게 감돌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문 전 대표의 핵심 참모는 “이번 대선이 탄핵 선거라는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그럼에도 과거에 대한 심판이 일단락되면서 누가 더 믿고 맡길 만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느냐로 관심의 초점이 옮겨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탄핵에 따른 반사효과 대신 앞으로는 문 전 대표 본인의 득표력이 중요해질 것이란 판단이다.
 
안희정·안철수·유승민 등 추격자들이 주목하는 포인트도 바로 이 지점이다. 특히 보수 진영의 와해로 무주공산이 될 보수·중도표가 주된 공략 대상이다. 이는 문 전 대표의 확장력 한계라는 아킬레스건과 맞물려 대세론을 허물 수 있는 유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당장 이들은 ‘화합’이란 카드를 내세우며 협공에 나설 태세다. 안 전 대표가 “탄핵 이후 가장 시급한 것은 분열된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며 연일 화합을 강조하는 것도, 안 지사가 3·1절 기념행사에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엔 이승만도 박정희도 있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행보다.
 
김종인 탈당, 반문 연대 촉매제 되나
또 하나의 변수는 이른바 반문(반문재인) 연대의 빅텐트 구상이 실현될 수 있느냐다. 문재인 대세론이 급물살을 탈수록 반문 세력 간 개헌을 매개로 한 연대 가능성도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오래전부터 빅텐트론을 앞세워온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행보가 연대를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최근 측근에게 “현재의 국회 의석 분포상 민주당이 집권한다 해도 안정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며 “(문 전 대표에) 반대하는 세력이 수적으로 훨씬 많기 때문에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주변에선 김 전 대표가 헌재 결정을 전후해 전격 탈당해 빅텐트 연대 모색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탄핵 인용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내부적으로는 ‘박근혜 동정론’에 호소하며 반격의 기회를 모색한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당 관계자는 “15%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우리의 최대 지원군”이라며 “태극기집회에서 드러난 숨은 민심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막상 탄핵이 인용되면 박 대통령과의 공동 책임론에서 벗어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동정론 확산에 사회적 갈등 심화 우려도
반대로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되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가고 대선도 당초 예정대로 오는 12월에 치러지게 된다. 대선이 9개월여 뒤로 미뤄지면 대선 구도가 새롭게 짜일 수밖에 없게 되고 박 대통령의 기사회생과 맞물려 문재인 대세론은 급격히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책임론 등이 불거지면서 야권 내부가 자중지란에 빠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특검 연장 무산을 둘러싸고 국민의당과 민주당이 한 차례 설전을 벌인 터다. 여기에 탄핵까지 물 건너갈 경우 문 전 대표에게 당 안팎의 모든 화살이 집중될 게 뻔하다. 탄핵에 찬성했던 바른정당도 보수층으로부터 ‘배신자’로 몰리면서 유 의원과 남 지사의 입지 또한 궁지에 몰릴 수 있다. 이와 동시에 보수의 중심은 자연스레 박 대통령이 속한 자유한국당으로 이동하고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등의 주가도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3의 변수는 박 대통령의 자진 하야다. 지난달 하순 하야설이 한 차례 나돈 뒤 이내 잠잠해졌지만 수면 밑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막판 카드로 살아 있다는 게 정가의 정설이다. “탄핵이 인용되면 박 대통령은 물론 보수 세력도 완전히 무너지는 만큼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탄핵 전 하야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기각·각하될 희망이 남아 있는 한 먼저 내려놓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잖다. 결과야 어찌됐든 마지막 패는 보고 싶어하는 게 인지상정이란 얘기다. 자진 하야가 현실화되면 박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확산되면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그런 가운데 보수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겉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속으로는 “나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변수’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살아 있다는 점에서 불리할 게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문 전 대표 측근은 “자진 하야의 후폭풍이 어느 정도일지 예단하긴 쉽지 않지만 대선 구도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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