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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주말에 뭐 볼래?…로건 vs 해빙

중앙일보 2017.03.02 15:34
로건

원제 Logan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휴 잭맨, 패트릭 스튜어트, 보이드 홀브룩, 다프네 킨 각본 마이클 그린 촬영 존 매디슨 미술 프랑수아 오도이 특수효과 개리 엘멘도르프 음악 클리프 마티네즈 편집 마이클 맥커스커, 더크 웨스터벨트 장르 액션, SF 상영 시간 137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3월 1일

줄거리 돌연변이가 자취를 감춘 2029년, 초능력을 잃어 가는 로건(휴 잭맨)은 ‘울버린’이라는 정체를 감춘 채 외딴 은신처에서 살아간다. 한때 돌연변이 군단을 이끌던 ‘프로페서 X’ 찰스 자비에(패트릭 스튜어트)는 이제 병들어 로건의 보살핌을 받는 처지. 어느 날 그들 앞에 돌연변이 소녀 로라(다프네 킨)가 나타난다.
 
별점 ★★★★ ‘엑스맨’ 시리즈(2000~)에 길이 남을 엔딩이다. ‘엑스맨’ 1편부터 개근했으니, 휴 잭맨이 울버린을 연기한 건 벌써 17년째. 그 대장정의 막을 ‘로건’이 내리게 된 것은 다행이다. 앞서 두 편의 울버린 스핀오프 영화가 참혹한 평가를 받았던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중 한 편이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연출한 ‘더 울버린’(2013). 전작에서도 그는 울버린을 살육에 대해 고뇌하는 방랑자로 그리긴 했으나, 악당과의 대결 장면은 기존 수퍼 히어로 영화의 관습에 어정쩡하게 발을 걸치는 데 그치고 말았다. 원작 코믹스와의 차별화를 선언한 그는, 절치부심하고 ‘로건’을 새로운 차원의 히어로 영화로 탄생시켰다. ‘19금 히어로 액션’의 장을 연 ‘데드풀’(2016, 팀 밀러 감독)의 참신함에 비할 만하다.
 
자연 치유력을 잃어 가던 로건은 어느새 돋보기 안경을 낀 노인이 됐다. 손등에서 튀어나오는 무기 ‘클로’를 보강한 특수 금속 아다만티움은 중독을 일으키며 그의 죽음을 앞당기고 있다. 은퇴한 서부 무법자 같은 로건의 버거운 현실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는, 그가 갑자기 나타난 자신의 소녀 클론 로라를 피하려는 이유를 자연스레 납득시킨다.
 
극 중 인용되는 서부극 ‘셰인’(1953,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대사처럼, “옳든 그르든 살인은 돌이킬 수 없는 낙인”이다. 자신처럼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아이의 삶을 위해, 자신이 저지른 과거의 업보를 갚기 위해, 로건은 결국 마지막 여정에 나선다. 로건의 본명은 제임스 하울렛. ‘로건’은 사실 그가 처음 죽인 남자의 이름이었다.
 
자신을 쌍둥이처럼 복제한 또 다른 살인 병기에 맞서 로라를 지키려는 로건의 사투는 새로운 미래를 위한, 회한 가득한 과거와의 고통스러운 결별처럼 보이기도 한다. 로라와 로건이 빚어내는 엔딩이 마치 ‘레옹’(1994, 뤽 베송 감독)의 그것처럼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까닭. 신예 다프네 킨도 잭맨에 지지 않는 야성적인 연기로 뚜렷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 서부극과 수퍼 히어로 장르를 결합해, 깊이 있는 성찰을 이뤄 낸 수작. 휴 잭맨이 연기한 울버린의 과거와 함께 수퍼 히어로 장르 자체를 돌아보게 한다. 잭맨을 향한 가장 아름다운 예우. 김나현 기자

★★★☆ 휴 잭맨의 울버린과 작별하는, 수퍼 히어로 무비 사상 가장 장중하고 뜨거운 배웅. 팬들이 바랐던 잔혹하고 처절한 톤 역시 탁월하게 구현됐다. 하지만 후반부의 밋밋한 연출은 몰입을 주저하게 만든다. 고석희 기자


 
해빙
감독 이수연 출연 조진웅, 신구, 김대명, 송영창, 이청아, 윤세아 장르 스릴러 상영 시간 117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3월 1일

줄거리 내과 의사 승훈(조진웅)은 경기도 신도시의 선배 개인 병원에 취직한다. 승훈은 자신이 세 든 원룸 1층에서 정육 식당을 운영하는 성근(김대명)·정 노인(신구) 부자(父子)를 만난다. 수면내시경 검사 중 살인 고백을 내뱉은 정 노인으로 인해 승훈은 의구심과 공포에 휩싸인다.
 
별점 ★★ 한때 미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 여기 흘러든 의사. ‘해빙’은 이야기 요소만 봐도 서스펜스가 기대되는 스릴러다. 많은 이가 예상하듯 반전도 있다. 이러한 스릴러의 성패는 반전이 나타나기 전까지 어떤 서사를 보여 줬느냐에 있다. 반전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을수록 쾌감은 커지게 마련이니까.
 
극 중 승훈이 겪는 미스터리한 사건과 반전 사이의 연관성은 너무 성글다. 이를테면 승훈 주변을 맴돌며 친근하게 구는 성근, 알 수 없는 말을 몇 차례 던지는 정 노인. 게다가 승훈을 돕는 간호조무사 미연(이청아)은 반복적으로 성(性)적인 인상을 풍긴다. 승훈의 시점에서 보이는 이런 꺼림칙한 장면들은 페이드아웃 편집으로 나타난다.
 
승훈의 꿈인 것처럼 표현하며 넘어가는 장면도 여럿이다. 마치 규칙 없이 어지럽게 늘어놓은 퍼즐 조각 같달까. 그럼에도 얼마간의 긴장을 유지하는 건,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를 담아낸 롱테이크 촬영과 카메라가 기묘하게 뒤로 빠지는 식의 독특한 연출 덕분이다. 또 서울 강남, 신도시, 프로포폴 등을 소재로 현실적 묘사를 심어 놓은 점도 궁금증을 야기한다.
 
하지만 극 후반부에 급격히 펼쳐지는 반전은, 이 많은 퍼즐을 잘 주워 담지 못한다. 어디까지가 승훈의 꿈이고 현실인지 모호하게 처리한 이유가 짐작은 되지만 명쾌하지 않다. 특히 앞부분 몇 장면은 보는 이의 신경을 곤두세우기 위해 쓰인 듯해 좀 허탈하다. ‘해빙’은 한국 사회의 암울한 현실과 반전 스릴러의 묘를 가장 큰 동력으로 삼았지만, 결과적으로 둘 다 부각되지 않는다. 퍼즐 조각 중 몇 개를 덜어내 정교한 그림을 만들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 신도시의 황량한 풍경 위로 여러 인물에 대한 의심을 쌓아 가는 초반 분위기는 퍽 그럴듯하다. 그 분위기를 구체적인 이야기와 의미로 풀어야 할 후반부 구성이 약해지는 바람에 ‘알맹이 없는 미스터리’가 되고 말았다. 장성란 기자

사일런스
원제 Silence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출연 앤드루 가필드, 리암 니슨, 애덤 드라이버, 아사노 타다노부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59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월 28일

줄거리 17세기, 두 신부 로드리게스(앤드루 가필드)와 가르페(애덤 드라이버)는 일본에서 소식이 끊긴 스승 페레이라(리암 니슨) 신부가 모진 고문 끝에 배교(背敎)했다는 소문을 듣는다. 로드리게스와 가르페는 스승을 찾고자 가톨릭 박해가 극심한 일본으로 떠난다. 외진 바다 마을에 숨어 복음을 전파하던 로드리게스는 일본군에 붙잡히고, 결국 배교를 강요받기에 이른다.
 
별점 ★★★★ ‘고난의 순간, 신은 어디 계신가?’라는 종교적 딜레마를 다룬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이 원작이다. 2007년 『침묵』 영문판에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믿음이 의심을 낳고, 의심이 믿음을 풍성하게 한다. 의심에서 촉발된 외로움을 통해 영적 교감을 얻는, 그 고통스러운 역설의 길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다”는 서문을 남겼다. 이 찬사는 ‘사일런스’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자못 잔인하고 혹독하지만, 장엄하고 묵직하다.
 
종교색이 짙으나, 종교영화로만 한정 지을 작품은 아니다. 로드리게스의 딜레마는 믿음에 대한 인간의 태도, 종교·문화 간의 관계로까지 확장해 읽을 수 있다. 
‘사일런스’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질척거리는 땅, 짙은 어둠, 거대하고도 쓸쓸해 보이는 자연의 풍경이다.
 
서구 신앙이 뿌리내릴 수 없는 당시 일본의 현실을 보여 주는 가장 영화적이고도 사실적인 방식이다. 어떤 배경 음악이나 화려한 기교 없이, 스코세이지 감독은 한 인간의 종교적 신념이 뿌리째 흔들리는 이 소용돌이의 과정을 차분하면서도 집요한 시선으로 따라갔다. 올해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감독상 후보에 그의 이름을 빼놓은 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앤드루 가필드도 주목하자. 거장과 만나 재능이 만개한 모습이다. 배우와 감독의 시너지는 이런 영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 침묵의 계시와, 이 세상의 질서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마음, 그 숭고함에 대하여. 우리가 익히 아는 거장 감독 스코세이지의 또 다른 엄숙한 경지. 장성란 기자
 
★★★★☆ 절체절명의 순간에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스코세이지 감독의 처절한 신앙 고백 그 이상. 김효은 기자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감독 신카이 마코토 목소리 출연 요시오카 히데타카, 하기와라 마사토, 난리 유카 장르 애니메이션, SF, 로맨스 상영 시간 90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2월 28일
 
줄거리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북쪽은 ‘유니온’, 남쪽은 ‘미·일 연합군’이 통치하고 있다. 1996년, 유니온이 다스리는 홋카이도 아오모리. 열여섯 살 단짝 히로키(요시오카 히데타카)와 타쿠야(하기와라 마사토)는 비밀리에 둘만의 비행기를 만든다.
 
별점 ★★★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004년 발표한 첫 장편 애니메이션. 둘의 첫사랑인 사유리(난리 유카)에게 그들만의 비행기를 타고 정체 모를 탑에 가자고 약속했던 히로키와 타쿠야. 작품마다 ‘첫사랑’을 소재 삼는 신카이 감독답게, 이 애니는 사라진 사유리를 찾아 히로키와 타쿠야가 탑으로 날아가는 아련한 이야기를 펼친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혼자 간직하는 일이 얼마나 애절한 것인지, 기다렸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보다 그 애절한 마음의 아름다움을 더 소중히 되새기게 되는 영화다. 그 점에서 신카이 감독 특유의 감수성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장성란 기자

눈길
 
감독 이나정 출연 김영옥, 김향기, 김새론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21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3월 1일
 
줄거리 일제강점기 말, 가난하지만 씩씩한 종분(김향기)과 부잣집 막내에 공부까지 잘하는 영애(김새론). 두 소녀는 어느 날 일본군에 붙잡혀 영문도 모른 채, 중국 만주의 일본군 위안부 수용소로 끌려간다. 끔찍한 위안부 생활은 점차 소녀들을 궁지로 몰아간다.
 
별점 ★★★ 울분 대신 애틋한 감정으로 감동을 자아내는 영화.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삼지만 직접적인 성폭행 장면은 보여 주지 않는다. 반면 ‘눈길’은 그 잔혹한 현실 속에서 간신히 서로를 부둥켜안고 버틴 소녀들의 애잔한 일상에 더 주목한다.
 
입체적 구성의 이 영화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하는 메시지는 사실 단순하다. 돈 몇 푼의 보조금보다 진심 어린 마음만이 치유 방법이라는 사실이다. 자극을 뺀 절제된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김향기와 김새론은 날로 더 깊고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백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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