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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모로 오해할까봐" 삼일절에도 태극기 꺼리는 분위기

중앙일보 2017.03.01 23:26 종합 4면 지면보기
“3·1절인데 집 대문에 태극기 게양을 하면 오해받을까요?” “3·1절 태극기 달아야 하나. 태극기 꼴 보기도 싫어졌는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1일 태극기 게양을 놓고 고민하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최근 태극기에 탄핵을 반대하는 움직임의 이미지가 얹어졌기 때문이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심모(53·여)씨는 국경일에 항상 태극기를 달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그는 “일주일 전부터 같은 아파트에 태극기 걸려 있는 집들이 있었는데 ‘박사모(박근혜 대통령 지지 모임) 회원 아닐까’하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박사모로 오해받을 것 같아서 급하게 노랑 리본을 만들어 달았다”며 태극기 인증샷을 올렸다.
 ‘태극기의 수난’ 현상을 보여주는 통계도 있다. 사단법인 춘천시 학원연합회가 1일 강원도 춘천시에서 3351가구의 태극기 게양 실태를 조사했더니 게양률은 18.1%였다. 지난해보다 7.5p%포인트 낮아졌다.
 청소년들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고 있다. 중학생 김모(14)양은 서울 시내에서 찍은 풍경 사진을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렸다가 곧바로 다른 사진으로 바꿨다. 풍경 사진에 태극기가 게양된 모습이 있었는데 이를 본 친구들이 “태극기집회 지지하니”라고 물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과민 반응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김모(37)씨는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박사모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아침 일찍 태극기를 달았다. 자기 생각만 분명하면 된다. 태극기에는 죄가 없다”고 말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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