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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말레이 르포...김정남 피살 용의자 도안 티 흐엉 기소장에 "고문으로 사형"

중앙일보 2017.03.01 18:23 종합 8면 지면보기
 김정남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당국의 목소리라 더 강경해지고 있다. 북한이 급파한 외무성 이동일 국제기구국장이 잰걸음으로 수습 외교에 나서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를 거두긴 어려운 상황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단호함은 보건부 장관인 세리 수브라마니암이 1일 기자들에게 한 발언에 드러난다. 그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말레이시아) 내각 인사들이 (이동일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을 만난 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우리는 말레이시아의 룰을 따르겠다’고 (북한에) 답했다. 북한이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하겠다는) 요청을 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그에 반드시 응할(accede)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북한 대표단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일축한 것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1일엔 김정남 피살 사건의 용의자인 베트남 국적 도안 티 흐엉(29)과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25)를 살인혐의로 기소했다. 체포된 북한 국적 용의자 이정철(46) 역시 이번 주 안으로 기소할 방침이라고 현지 검찰은 밝혔다.
한편 1일 오전, 김정남 피살 장소인 쿠알라룸푸르 공항의 관할 법원인 세팡 지방법원엔 흐엉과 아이샤가 고개를 푹 숙인채 나타나 정식 기소 절차를 밟았다. 지난달 15일 경찰에 체포된 뒤 첫 등장이다. 흐엉은 노란 티셔츠를 입고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반쯤 가렸으며, 많이 운 듯 눈이 부어있었다. 빨간 티셔츠 차림의 아이샤는 망연자실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현지 검찰은 이날 이들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이 말레이어로 읽어내린 기소장의 최종 문장은 “유죄 확정 시 고문을 가한 뒤 사형에 처한다(diseksa dengan bunuh)”였다. 말레이 경찰은 “교수형이라는 의미”라고 귀띔했다. 현지 기자들은 “‘고문’이라는 표현은 말레이시아 검찰도 잘 쓰지 않는 표현”이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단호한 단죄 의지가 드러난다. 유엔이 금지하고 있는 독극물 VX를 사용다는 점과 자국 국민도 위험에 노출됐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기소장은 말레이시아 형법 302조에 의거해 위와 같이 구형한다고도 적시했다. 302조는 의도를 갖고 살인을 저지른 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흐엉과 아이샤는 범행의 의도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들은 기소절차를 마친 뒤 인근 경찰서로 호송됐다. 첫 공판은 다음달 13일 샤 알람 고등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쿠알라룸푸르=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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