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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3·1절에 "자랑스러운 역사엔 이승만 박정희도 있다"고 한 이유

중앙일보 2017.03.01 17:24
 민주주의, 대연정 발언 등을 통해 협치의 정신을 강조했던 안희정 지사가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 속에는 김구도, 이승만도, 박정희도, 김대중도, 노무현도 있다. 그들 모두가 대한민국”이라고 말하며 중도 세력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선한 의지’ 발언으로 주춤했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탄핵 이후를 겨냥한 통합의 메시지로 반등 기회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안 지사는 1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98주년 3ㆍ1절 기념행사에서 “지난 100년의 역사를 국민의 관점에서 자긍심을 가지고 받아들이는 것이 대통합이고 앞으로 100년을 설계하는 것이 시대교체”라며 전임 대통령들의 이름을 거론했다. 지난달 28일에는 “국회가 합의해오면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개헌안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개헌 세력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안 지사의 이 같은 발언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안 결정 이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 결정 이전에는 적폐청산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탄핵 이후 권력공백 시기에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리더십이 화두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안 지사 측 권오중 정무특보는 "탄핵이 인용된다 하더라도 국민 정서는 기쁨 반 두려움 반일 것"이라며 "탄핵 후 나타날 심각한 국론분열과 갈등을 끌어안기 위해선 좌우 진영논리를 뛰어넘고 국민 통합에 방점을 둬야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안 지사는 지난달 19일 ‘박근혜 대통령도 선한의지 가졌던 것’이라는 발언을 한 이후 지지율이 하락했고, 이후 “적폐 청산을 해내겠다“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며 ‘노선을 변경한 것이 아니냐’ 추측이 있었다.
하지만 3.1절 기념사에서 다시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기존의 입장을 공고히 했다. 여기엔 ‘선한 의지’ 발언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존 노선을 고수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안희정 측 서갑원 전 의원은 "민주당 지지율이 40%가 넘는데 문재인ㆍ안희정 지지율의 합은 50%가 넘는다"며 "당 지지층이 아닌 유권자로 외연을 확대한 것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도 통합을 위해 당의 절반을 내주면서 정권을 잡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캠프에서는 논란이 일더라도 안 지사의 소신인 통합과 협치의 정신을 일관되게 강조해야 한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일 아젠다센터장은 "전통적 야권 지지층이 선호하는 입장으로 바꾼다고 해서 안 지사의 지지율에 큰 도움이 되겠느냐"며 "계가(바둑에서 승패를 가리기 위해 집을 세는것)하는 식으로 유불리를 따져서 입장을 바꾸면 정치적 계산이나 실험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경선에서 이기든 지든 통합과 협치라는 본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려나가는 것이 유일한 수”라고 덧붙였다.
이와 발맞춰 안 지사는 지난달 28일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국회 개헌특위 논의를 촉진시킬 것이고, 그 결과가 임기단축을 포함한다면 따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개헌안도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며 개헌 세력에게도 손을 내민 것이다. 민주당 내 개헌모임 의원은 30여명으로 김종인 전 대표를 비롯한 ‘비문’ 의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안 지사를 지지할 경우 안희정 캠프 세력이 크게 확장될 수 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캠프 관계자는 "당내 개헌파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의도가 아니고 안 지사의 평소 소신을 말한 것"이라면서도 "개헌모임 의원들이 안 지사의 발언에 긍정적인 입장을 전달해 온 것은 맞다"고 했다.
당초 1일 오후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던 안 지사는 충남지역 AI(조류독감) 대책회의와 현장방문을 이유로 취소했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세력 간 격렬한 갈등의 현장을 피해 현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도다.
채윤경 기자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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