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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미국에 세탁기 공장 짓는다

중앙일보 2017.03.01 04:30 종합 14면 지면보기
LG전자가 미국에 세탁기 공장을 짓는다. “미국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라”며 해외 기업을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업을 상대로 거둔 첫 성과물인 셈이다.

트럼프 압박에 국내 대기업 첫 투자
테네시주 북부에 건립 MOU 체결

LG전자는 28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MOU는 테네시주 북부의 클라크스빌이란 도시에 7만4000㎡(2만2500평) 규모의 가전 공장을 짓는다는 내용이다.

이 공장에선 대형 세탁기가 주로 생산될 전망이다. 공장이 설립되면 5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걸로 보인다는 게 지역 언론의 추측이다.

이 회사의 미국 공장 설립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인 올해 초부터 흘러나왔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미국 생산지에 대한 고민을 쭉 해왔다. 금년 상반기 중에 정리될 것 같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미국이 현지 제조업체에 생산 비용을 깎아주는 등 혜택을 준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입해 판매하는 사람은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넋놓고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 속에서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이라는 게 가전 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한국 가전업체에 크게 밀리고 있는 미국 가전업체 월풀은 삼성전자·LG전자가 중국에서 만든 세탁기에 대해 “덤핑을 했다”고 상무부에 제소하는 등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파는 가전을 주로 멕시코·베트남·태국 등지에서 생산해왔다. 미국 근로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21달러 수준으로 멕시코 근로자의 평균 일당(16달러 안팎)보다 높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생산 비용은 올라가겠지만 미국서 팔리는 프리미엄 가전은 이익률이 높은 편이어서 큰 타격을 받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전자가 미국 공장 건설을 확정하자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대놓고 “땡큐 삼성”이라는 트위터 압박을 받은 삼성전자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미국 생산 공장 설립 여부에 대해 “앨라배마주나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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