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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 사라진 삼성, 전자·물산·생명 3각 체제 거론

중앙일보 2017.03.01 04:30 종합 3면 지면보기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불투명 의사결정 끊는 측면 있지만
계열사 이끌 성장전략 마련엔 한계
“전자는 IT, 생명은 금융계열 조정
물산이 남은 계열사 통솔” 복안도
이달부터 그룹차원 업무 올스톱


삼성이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가보지 않은 길에 발을 들이게 됐다. 상장사 16개사를 포함해 모두 59개의 계열사를 둔 한국 최대의 기업집단이 공식 컨트롤타워를 두지 않고 각자도생의 길을 걷겠다는 얘기다.

그룹 전체의 정보를 흡수해 치밀한 성장 전략을 세운다는 중추적 역할에도 미전실을 둘러싼 시비는 끊이지 않았다. 미전실이 ‘실체 없는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각 계열사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두고 있었지만, 이사회가 사실상 미전실의 결정에 따라 움직인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권한은 막강한데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최순실 사태의 배경으로 미전실이 지목되면서 ‘비리의 진원지’라는 이미지까지 얻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오너를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적 경영을 해소한다는 점, 불투명한 의사 결정 구조를 끊어낸다는 점에서 미전실 해체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전실이 맡아온 계열사별 기획·조정 기능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미전실에 비판의 날을 세워온 김상조(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날 논평을 내고 “미래전략실 해체 선언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룹 전체의 시너지 효과를 위한 컨트롤타워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각 계열사 및 그 이해 관계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게 조직 구조를 투명하게 밝히고 시장의 평가를 받으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계열사 간 조정 기능을 아예 없앨 수 있겠느냐”며 대안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대안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소(小)미전실’이 셋 생길 거라는, 이른바 ‘3각(角) 체제’ 안이다. 삼성전자가 정보기술(IT) 관련 계열사를 아울러 기획·조정업무를 담당하고, 삼성생명이 금융 계열사들을 통솔하는 맏형 노릇을 하며, 삼성물산이 바이오·중공업 등 나머지 계열사들을 이끌게 될 거란 복안이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거대한 조직에서 나오는 정보력, 이를 활용한 전략 수립, 인적·물적 자원의 공유는 기업 집단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원천”이라며 “컨트롤타워가 없다면 비주력 사업을 잘라내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역할은 누가 하느냐”고 비판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미전실 해체 이후 어떻게 계열사 간 업무 조정이 이뤄질지 전혀 논의된 게 없다”면서도 “수직계열화된 현대차그룹이 현대차를 중심으로 기획·조정 기능을 하는 것을 보면 IT 계열사 사이에선 삼성전자가 비슷한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삼성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건 당분간 어려울 거란 게 시장의 전망이다.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위해선 계열사 간에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고리를 추가로 풀어야 하고, 지주회사가 확보해야 할 지분도 만만찮다. 조명현(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기업의 인적분할을 사실상 금지하는 법안이 마련되는 등 지금의 분위기에서 삼성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계열사 성격에 맞게 소규모 기획 조직을 신설하되, 의사 결정 구조 등을 투명하게 밝혀 오해의 소지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전실 해체로 이달부터 ‘삼성그룹’ 차원의 모든 업무는 멈춘다. 당장 이달 초 공고가 시작될 걸로 보였던 삼성그룹의 상반기 채용은 계열사별로 진행될 전망이다. 대관업무 조직을 해체하는 대신 정부부처·국회 등과의 업무 협의는 로펌 등 외부 기관에 맡기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의 쇄신안 발표 전망이 나돌았던 28일 주식시장에서 삼성 계열사들의 주가는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지배구조 관련 테마주로 꼽히는 삼성물산(-1.6%)과 삼성SDS(-1.89%) 주가가 눈에 띄게 하락한 반면,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 오른 192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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