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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 탄핵 전에 사임, 처벌 면해 … 후지모리는 탄핵 뒤 25년형

중앙일보 2017.03.01 02:29 종합 4면 지면보기
과거 탄핵 위기에 몰렸던 외국 정상들의 선택은 자진 사임과 버티기로 나뉘었다. 지지 기반을 완전히 잃었거나 탄핵 사유가 확실한 경우엔 사퇴를 통한 출구전략을 선택하는 사례가, 반대의 경우엔 버티기가 많았다.

인도네시아 첫 민선 대통령 와힛
비상사태 선포하며 버티다 쫓겨나

닉슨

닉슨

자진 사임의 대표 사례는 미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자진 하야를 선택했던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다. 닉슨 전 대통령은 1972년 6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도청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위기를 맞게 된다. 닉슨은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며 도청의 책임을 측근 탓으로 돌렸지만 중앙정보국(CIA) 등이 사건 은폐에 개입한 사실이 특검 조사에서 추가로 드러나 미국 하원의 탄핵 절차가 시작됐다. 닉슨은 탄핵안이 하원 본회의에 의결되기 전 결국 자진 사임했다. 지지율이 이미 20%대로 곤두박질쳤고, 집권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까지 속속 탄핵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닉슨은 결과적으로 형사 처벌 등 법적 처벌을 면했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제럴드 포드가 대통령직을 승계한 뒤 닉슨에 대해 사면 결정을 한 결과다. 당시 포드는 “재판이 길어질 경우 국민이 양극단으로 나뉘고 우리의 자유로운 정부 제도에 대한 신뢰가 국내외로부터 다시 도전을 받게 된다”며 “덮어놓은 책장을 계속해 다시 펼치는 악몽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사면 결정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했다.

후지모리

후지모리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해외에서 팩스로 대통령직 사직서를 제출하는 불명예를 겪었다. 2000년 7월 3선에 성공한 후지모리는 국가정보부(NIS)의 야당 의원 매수 등 부정선거 혐의가 드러나며 궁지에 몰렸다. 이후 임기 단축 의사를 밝히며 출구를 모색했지만 결국 즉각 사임을 요구하는 여론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해 11월 일본에서 팩스로 사직서를 제출한다.

하지만 페루 국회는 사임 요청을 거부하고 ‘도덕적 결함’을 이유로 그를 탄핵했다. 페루 검찰은 2001년 2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부정 축재와 국가 예산의 부적절한 사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해외를 떠돌던 후지모리는 2007년 페루로 강제 송환됐고, 2010년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뒤 복역 중이다.

버티기를 택한 대표적 사례는 2001년 7월 탄핵된 인도네시아 압두라만 와힛 전 대통령이다. 와힛은 인도네시아 최초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됐지만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며 탄핵됐다. 와힛은 비상사태 등을 선포하며 탄핵에 저항하기도 했다. 그는 탄핵을 당한 뒤 언론 인터뷰에서 “누가 차기 를 맡더라도 과거 군부 권위주의 정권으로 회귀하게 될 것”이라며 “ 나를 몰아낸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2016년 8월엔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가 ‘국영은행 자금으로 정부 재정적자를 은폐했다’는 혐의로 탄핵당했다. 호세프는 자진 사임 없이 버텼지만 탄핵안은 하원과 상원을 거쳐 가결됐다. 하지만 브라질 좌파 진영이 호세프의 후임으로 임명된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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