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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촛불·태극기 불복운동 안 돼 … 대선주자들, 승복 설득하라”

중앙일보 2017.03.01 02:30 종합 5면 지면보기
헌재 결정 뒤 혼란 막으려면 국가원로 7인의 조언

박관용·김형오 “국가 분열 막으려면
헌재 결정 전에 박 대통령이 결단을”
이홍구 “불복은 공동체 약화시킬 것”
정세균 “정치권, 국민통합 1차 책임”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일보다 다음 날이 더 중요하다. 탄핵 인용이든, 기각이든 한쪽은 분노의 광장으로 뛰쳐나올 기세다. 3·1절 서울 도심에선 탄핵 찬반세력이 각자 100만 명 이상을 동원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달 24~25일 KSOI 여론조사에서 탄핵 기각 시 “국민의 뜻과 다르므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70.1%로 나타났다(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참조). 대규모 불복운동 가능성이 감지되는 중이다. 본지는 28일 전·현직 국회의장과 전직 국무총리 등 원로들에게 국정 혼란을 막기 위한 해법을 질문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박관용 전 국회의장, 임채정·김형오 전 의장, 김황식 전 총리, 정의화 전 의장, 정세균 의장(재임시기 순) 등 7명의 원로는 “여야 대선주자가 나서 국민에게 헌재 결정을 승복하도록 설득하라”고 공통적으로 요구했다.
 
이홍구 전 총리는 “지난 3~4개월 큰 혼란 속에서도 모든 국민과 정치인이 헌법과 법대로 모든 걸 진행해 왔다”며 “이제 와 헌재 결정에 불복한다는 건 국민적 약속인 헌법을 위반하고 공동체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관용 전 의장은 “만약 탄핵안이 인용됐다고 태극기부대를 충동한다거나 기각됐다고 촛불을 자극하려는 정치인은 나타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정치지도자가 앞장서 대규모 불복운동을 벌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임채정 전 의장도 “탄핵 찬성 측이든, 반대 측이든 헌재 결정에는 기본적으로 승복하고 이후 (대통령)선거 결과로 헌재 결정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해 주면 된다”고 했다. 그는 “민주주의에선 선거가 국민 의사를 묻는 과정이고, 국민 요구의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현직인 정세균 의장은 이날 “3·1절로 오늘날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듯 탄핵 결정 이후 어떤 결과가 나오든 깨끗이 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는 “국민 통합에 1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정치권과 정부가 갈등과 분열의 또 다른 진앙지가 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갈등의 뇌관인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와 관련해선 임채정 전 의장 등 5명이 “헌재 결정과 마찬가지로 법 절차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박관용·김형오 전 의장은 “박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앞서 조건 없이 하야하는 게 국가적 혼란을 막을 유일한 방도”라며 자진 하야를 주장했다. 김형오 전 의장은 “박 대통령이 마지막 애국심으로 깨끗이 하야할 경우 자연스럽게 사법 처리와 관련해서도 정치적 해법이 나올 것”이라며 “형사소추가 되더라도 당당히 재판을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박관용 전 의장은 “내가 지난해 11월 말 청와대에서 직접 건의한 대로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더라면 나라가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유불리를 떠나 조용히 떠난다면 극단적 대립을 진정시키고 국가를 안정시키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법 처리를 피하느냐 여부도 지금은 의미가 없고 차기 대통령과 국민의 선택에 맡기라”고 조언했다.
 
원로들은 여소야대 상황 속 국론이 양극단으로 분열된 상태에서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게 될 경우 비슷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탕평과 협치를 요구했다. 김황식 전 총리는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사회 통합을 위해 대화하고, 타협과 절충을 해야지 내 편 네 편으로 가르기만 하고 반대편을 배척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화 전 의장은 “차기 대통령은 인사탕평과 대연정을 통해 일단 여소야대 국면을 해소하고 국정을 원만히 이끌어 가야 하며 대한민국 미래의 기틀을 마련할 개헌을 임기 초반에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효식·허진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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