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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이길성 방중, 이동일 말레이시아로 … 본격 외교전

중앙일보 2017.03.01 01:51 종합 8면 지면보기
이길성

이길성

김정남 피살 이후 북한이 중국과 말레이시아에 고위급 외교관을 보내는 등 본격적인 외교전에 나섰다.

악화되는 북·중 관계 탈출구 모색
이길성, 석탄 수입 재개 요청할 듯
이동일은 김정남 시신 인도 요구

이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급)은 28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전격 방문했다. 그는 4박5일간의 방중 기간 동안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류전민(劉振民) 부부장과 쿵쉬안유(孔鉉佑) 부장조리 등 고위 관료를 두루 만날 예정이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 부상이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방문했다”고 발표한 뒤 “양국 간의 공통 관심사와 국제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상의 방중은 최근 북·중 관계가 악화 일로에 있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올 들어 북·중 간에는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김정남 피살 사건 ▶중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 중단 등 악재가 줄을 이었다. 특히 북한은 석탄 수입 중단에 대해선 “중국이 미국의 장단에 춤을 춘다”는 초강경 비난 성명을 내기도 했다. 또 김정남 피살 사건에 따른 국제적 비난 속에 북한의 고립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 부상의 방중 목적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탈출구 모색이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최근 험악한 설전(舌戰)을 벌이긴 했지만 여전히 북한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우방은 중국밖에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소식통은 “왜 이 시점에 북한이 방중을 결정했는지 짚어봐야 한다”며 “이 부상은 석탄 수입 중단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제재 완화 및 경제 협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정남 피살 사건에 관한 대화도 어떤 형식으로든 이뤄질 수 있다. 북한이 자신의 소행임을 쉽게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중국에 거주하는 김정남 가족의 유전자 검사 등 진상 규명에 중국 당국이 협력하는 것을 만류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 이동일 전 유엔 차석대사(왼쪽)가 28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정철의 석방을 요구했다. [AP=뉴시스]

북한 이동일 전 유엔 차석대사(왼쪽)가 28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정철의 석방을 요구했다. [AP=뉴시스]


이날 말레이시아에 급파된 북한 외무성 소속 이동일 국제기구국장은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국장은 외무성에서 전 유엔 차석대사와 대변인을 지낸 노련한 외교관이다. 이 국장은 “체류 기간 동안 말레이시아 측과 세 가지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째는 지난달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사망한 북한 인민의 시신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이고, 둘째는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북한 시민(이정철)의 석방 문제, 마지막으로는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우호관계를 강화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정남 시신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김정남’을 거론하지 않고 ‘북한 인민’이라고만 표현했다.

베이징·쿠알라룸푸르=신경진·전수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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