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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베니스의 ‘미스터K’를 기대하며

중앙일보 2017.03.01 01:00 종합 26면 지면보기
이후남문화부 차장

이후남문화부 차장

올해는 전 세계 미술계가 떠들썩한 해다. 2, 5, 10년마다 열리는 굵직한 행사들이 한꺼번에 열린다. 그중 첫 테이프를 끊는 것은 오는 5월 이탈리아에서 개막하는 베니스 비엔날레다. 평소에도 전 세계 미술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행사다. 120여 작가가 참여하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본전시에 한국 작가로는 이수경·김성환 두 사람이 초청을 받았다. 나라별로 준비하는 국가관, 그중 한국관 작가는 이미 지난해 선정됐다. 코디 최, 이완 두 사람이다.

그중 이완 작가를 얼마 전 만났다. 서울 성북동의 갤러리 ‘313 아트프로젝트’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에 때맞춘 간담회 자리였다. 개인전에 선보인 작품도 흥미로웠지만 화제는 자연스레 비엔날레로 옮겨갔다. 마침 그는 이날 아침에도 비엔날레에 보낼 작품을 선적하느라 밤을 꼬박 새운 터였다. 그는 한국관 전시의 전모를 시시콜콜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몇 가지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줬다. 그중 하나가 ‘미스터 K’라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에 대한 것이다.

이완 작가에 따르면 미스터 K는 1930년대생쯤으로 추정되는 실존 인물이다. 그 또래의 여느 한국인을 떠올리면 일제강점기, 광복과 한국전쟁, 전후의 궁핍과 고도성장, 어쩌면 민주화와 그 이후까지도 체험했을 세대다. 작가가 미스터 K를 만난 곳은 몇 해 전 서울 황학동 벼룩시장이었다. 이곳을 곧잘 찾던 그는 짧지 않은 세월에 걸쳐 특정 인물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진 뭉치를 발견하고 손에 넣었다. 아마도 한 개인의 평생에 걸친 사진이었을 이 물건이 어떻게 황학동에 등장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등장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더 귀가 쫑긋해진 건 이 다음 대목이다. 한국관에 전시할 작품은 미스터K와 그가 살아온 시대의 각종 공식 기록물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와 다른 세대인 두 작가의 체험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나이로 따지면 이완 작가는 30대, 코디 최 작가는 50대다. 미스터K는 생존해 있다면 80대, 적어도 70대 후반이다. 작가들의 면면과 세대로 짐작건대 한국 사회 안에서의 직간접 체험에 더해 서구화에 대한 시각이나 문화적 소화불량 등도 함께 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보지도 않은 작품, 아니 아직 설치도 하지 않은 작품을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섣부른 일이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기대감을 품는 건 지금 서울 도심을 비롯한 곳곳의 광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판단의 간극은 날로 커진다. 때로는 말문을 트는 것조차 어렵다. 그 나뉨이 단지 세대에 따른 것은 아니지만 서로 다른 체험과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한자리에 앉아 공통의 논의를 이끌어내는 게 도무지 쉽지 않아 보인다. 미스터 K 프로젝트를 그래서 기대한다. 서로 다른 세대가 공통의 시대, 각자의 시대를 함께 조망한다. 비록 미술작품을 통해서라도.

이후남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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