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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읽기] 탄핵 인용 시 예상해 본 대선 기상도

중앙일보 2017.03.01 01:00 종합 24면 지면보기
강찬호논설위원

강찬호논설위원

① 안희정, 문재인 꺾을까=어렵다. 결정적 이유는 호남표 상실이다. “박근혜도 선의가 있었을 것” 발언으로 35%까지 올라갔던 안희정의 호남 지지율이 12%대로 곤두박질쳤다. ‘박근혜’라면 경기를 일으키는 호남 50대, 자영업자, 주부층이 등을 돌렸다. 안희정의 지지층 가운데 민주당 지지층은 20%대에 불과하고 지지층의 7~8할이 국민의당, 바른정당 및 자유한국당 지지층에 몰려 있다. 반면에 문재인의 지지층은 민주당 지지층이 65%에 달한다. 민주당 경선은 당원과 지지층이 투표권을 갖는다. 당연히 안희정에게 극히 불리한 구도다. 안희정이 이를 뒤집을 카드는 호남에서의 확장성이었는데 여기서 치명타를 입은 것이다. 민주당 자체 조사 결과 문재인은 호남에서 지지율이 30%대에 이른다. 다급해진 안희정은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박근혜 세력을 맹비난하며 좌클릭에 나섰지만 돌아선 호남 민심을 되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경선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 탈당이란 승부수를 띄울 수도 있긴 하다. 그러나 ‘친노 적자’를 자부해 온 안희정이 당을 뛰쳐나갈 가능성은 극히 작다. 차기 대선에서 다시금 기회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안희정이 문재인의 페이스메이커로 남을 것이란 전망에 일조한다.

문재인, 안희정 꺾지만 본선은 아직 미지수
대항마 혼미한 가운데 김종인 등판론 주목

② 문재인, 대통령 되나?=7부 능선에 올랐지만 정상까지는 고개들이 제법 남아 있다. 문재인이 30%, 안희정이 20%, 이재명이 10%대를 기록한 최근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민주당이 확보할 수 있는 표의 최대치다. 보수와 진보가 반씩 갈라먹어온 대한민국 대선 지형에서 제1야당 후보 지지율 합계가 60%에 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문재인이 경선에서 안희정, 이재명을 꺾더라도 둘의 지지층이 문재인으로 이동해 그의 지지율이 50%대로 치솟을 수 있느냐다. 이해찬 의원 같은 당내 고수들조차 그럴 가능성엔 부정적이다. 문재인의 확장성을 자신할 수 없어서다. 우선 비토층이 워낙 단단하다. 30%대 지지층과 똑같은 규모로 비토층이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물론 친문들은 문재인이 경선에서 이기면 컨벤션 효과로 20%포인트를 더 얻어 대세론을 굳힐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문들의 예측은 정반대다. 문재인은 비토층이 너무 많아 지지율이 45%를 넘길 수 없다는 거다. 만일 안철수·손학규·유승민·김종인이 반문 연대 단일화에 성공해 대선이 문재인 vs 반문 후보의 2파전으로 치러지면 반문 후보의 승산이 충분하다고 비문들은 주장한다.

[일러스트=김회룡]

[일러스트=김회룡]

여기에 중요한 게 개헌이다. 문재인을 제외한 모든 대선 후보가 개헌을 주장하며 문재인을 고립시킨 뒤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면 문재인을 꺾을 수 있다고 비문들은 본다. 그러나 친문들은 “비문 후보들은 개헌에 원론적으로만 동의할 뿐 디테일에선 다 생각이 달라 절대 단일 대오를 만들 수 없다”며 “꿈 깨시라”는 반응이다.

설사 비문 후보들이 단일 개헌안에 극적으로 합의하는 ‘사태’가 터지면 문재인도 얼마든지 개헌 카드로 맞불을 놓을 수 있다고 친문들은 주장한다.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강수로 비문들의 공격을 무력화하는 방안까지 만지작대고 있다고 한다.

③ 문재인 대항마는 없나?=안철수와 김종인이 있다. 안철수는 민주당이 문재인을 대선 후보로 확정하는 순간 대선 구도는 자신과 문재인의 2파전으로 굳혀진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가 성사되려면 안철수는 우선 당내 경선에서 손학규를 꺾어야 한다. 또 문재인이 싫지만 안철수에게도 확실히 마음을 주지 않고 있는 호남 민심을 붙잡아 당선 가능성을 입증하고, 충성도 약한 당내 호남권 의원들을 장악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안철수는 탄핵정국에서 가장 먼저 ‘하야’ 주장을 꺼내는 등 좌경으로 치닫다가 최근 들어 문재인과의 2파전 가능성을 의식해 우측으로 급변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를 너무 아마추어식으로 한다는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호남 민심이 그를 버리지 않고 지켜보고 있는 점은 희망이다.

민주당 비문들은 김종인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집권여당의 책사에 이어 제1야당 대표로 총선 승리를 견인해 정권교체를 원하는 진보와 국정안정을 바라는 보수에 고루 어필할 조건을 갖췄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인 점도 시대 흐름에 맞다. 청와대 경제수석과 5선 의원을 지낸 경륜과 콘텐트도 무기다. 20대 국회의원 중 최고령인 나이는 약점이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런 심정으로 부담 없이 대선판에 뛰어들 명분도 된다. 요즘 김종인은 사석에서 “탄핵 결정이 내려지면 대선구도가 지금과는 크게 바뀔 것”이라며 그에 맞춰 ‘중대 결심’을 할 뜻을 비쳤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김종인은 이미 박지원·유승민·김무성 등 비문 진영과 물밑 교감을 해왔다. 여기에 인명진까지 끌어들여 원조 친박을 제외한 자유한국당 세력을 합류시키고, 연정을 전제로 안철수와 단일화 협상에 성공한다면 문재인과의 2파전에서 승산이 있다는 것이 비문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런 ‘빅텐트’가 성사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는 게 김종인 대망론, 혹은 킹메이커론의 약점이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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