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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스트리트저널] 20. 왜 유명한 창업가들은 성격이 나쁜가

중앙일보 2017.02.28 00:02
 필라델피아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는 진 마크스는 어린 아들 둘이 있습니다. 보통 아들들이 그렇듯이 얘네들은 집안을 어질러놓기 일쑤입니다.
 
 하루는 먹다남은 피자를 카펫 위에 던져두고 게임을 하러 방에 들어갔길래 “이렇게 놔두면 쥐가 나온다. 다시는 이러지 마라”고 타일렀습니다. 아이들은 아빠를 힐끗 쳐다보고 “알았다”고 했지만, 그 이후에도 어지르는 일은 계속 됐습니다.
 
 ‘치워라 치워라’ 수십 번을 반복하던 마크스는 마침내 특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아이들이 먹다남긴 치즈 마카로니 그릇과 주스 컵을 들고 애들 방에 가서 벽에다 하나씩 던져 깨부숴 버린 겁니다. 그 후 다시는 어지르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역사에 남을 저명한 창업가들의 성격이 아주 못됐다는 건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입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직원들에게 “넌 왜 내 인생을 낭비하니?”“아, 맞다. 내가 오늘 바보 대응하는 약 먹는 걸 깜빡했구나” 같은 모진 말을 내뱉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중앙포토]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중앙포토]


 한 번은 직원이 베조스 의견에 반대하자 “가만 있자. 내가 어디 가서 ‘나는 CEO 입니다’ 라는 종이라도 받아와야 내 말을 듣겠니?”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베조스 뿐이 아닙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그가 무명(無名)일 때부터 12년 간 함께 한 비서가 “휴가를 좀 보내달라”고 하자 흔쾌히 허락한 뒤 바로 해고해 버렸습니다.
 
 모진 말과 기이한 행동의 ‘끝판왕’은 아무래도 작고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일 것입니다. 역사도 길고 사례도 끝이 없습니다.
 
 1980년대 제록스에서 새 컴퓨터 기종을 출시했을 때 잡스는 찾아가서 쓱 훑어본 뒤 엔지니어에게 “네가 평생 만든 게 다 똥이야”라고 말했습니다. 픽사(Pixar)에서 일할 땐 직원을 해고하면서 미리 알려주지도 않고 퇴직금도 주지 않았습니다. 
전 애플 최고 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아이폰 발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전 애플 최고 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아이폰 발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인사팀장이 “최소한 2주 전에는 알려주는 게 좋겠다”고 하자 잡스는 “그래, 내 해고 명령은 2주 전으로 소급해서 적용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아이클라우드로 통폐합된 모빌미(MobileMe)가 실패했을 때 그 팀장을 수십명의 직원이 보는 앞에서 욕을 실컷한 뒤 해고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밖에 온라인 매체 Gawker Media를 파산에 이르게 한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 “나는 백인이고 부자여서 혜택받은 삶을 살았다”는 스냅챗 창업자 에반 스피겔 등 온화하고 인자한 창업가는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지금은 독지가로 알려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조차 창업 초기 대학친구들과 불화 과정에서 안 좋은 에피소드가 전해지죠.
 
 이들의 공통점은 ‘나는 잘났다. 내가 하라는대로 하면 잘 되는데 왜 내 말을 안 듣느냐’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갑질’로 종종 물의를 빚는 한국의 기업가들과는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잡스의 친구 조니 아이브는 잡스한테 ‘왜 그렇게 모질게 구는지’ 물어봤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미친 사람처럼 화를 내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의 대답은 ‘그래도 (계속 화를 내는 게 아니고) 금방 사그라들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뒷끝이 있다거나 한 사람을 계속 괴롭히는 건 보지 못했습니다. 그저 일이 안 풀리고 답답할 때 남을 괴롭힘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았는데요.”
 
“자기한테 그럴 자유와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일상적으로 모두에게 적용되는 사회생활의 룰이 자기에겐 해당 사항이 없다고 본 거죠. 그래서 한 번 누구를 괴롭히기로 마음먹으면 너무나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그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잡스가 “네가 평생 만든 모든 건 다 똥이야”라고 했던 제록스 엔지니어의 이름은 밥 멜빌인데요. 잡스는 그 말을 내뱉은지 얼마 되지 않아 멜빌을 스카우트해 좋은 자리를 마련해 줬습니다.
 
 사감(私感)이 아닌 회사가 잘되기 위해서 ‘못된 리더’가 되는 건 가끔씩 필요한 모양입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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