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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취재 후기 3편] 김정남 피습 CCTV 영상 확보전, 나도 사방으로 뛰었건만...

중앙일보 2017.02.26 18:28
17일 일본 후지TV에서 국제전화가 왔다. 한국인 여성 목소리로 “오늘자 중앙일보 보고 연락드렸다”며 “김정남이 생전에 목격된 곳으로 기자님이 보도한 카페의 위치를 알려주실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답변하기 전 “제 번호는 어떻게 알았으며, 왜 이곳에 파견 나온 기자가 아닌 일본 현지에서 연락하는 거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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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공세 펼친 후지TV, 영상 입수해 특종보도

그러자 그는 “후지TV ‘조사부’ 소속이다. 관련 정보를 모아 현장에 있는 기자들에게 전달해 준다. 번호는 중앙일보 본사에 연락해서 받았다”고 했다. 언론사에 조사부가 있다는 얘긴 처음 들어봤다. 일본 언론 취재력이 괜히 좋은 게 아니구나 싶었다.
 
일본 후지TV가 입수해 공개한 김정남 피습 당시 공항 CCTV 영상. 얼굴에 독극물 피습을 당한 김정남이 안내센터 직원들에게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AP=뉴시스]

일본 후지TV가 입수해 공개한 김정남 피습 당시 공항 CCTV 영상. 얼굴에 독극물 피습을 당한 김정남이 안내센터 직원들에게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AP=뉴시스]

아사히TV는 이곳에 기자 16명을 파견했다고 한다. 일본 민영방송 TBS는 이 사건과 관련해 일본 현지 기자와 각국 특파원들, 이곳에 파견나온 기자들 다 합쳐 50여명이 달라붙었다고 한다. 한·일간 취재인력 규모는 비교가 안될 정도였다. 한국 기자들이 현지 정보를 공유하자고 연 카카오톡 단체방에는 20여 명 뿐이었다. 비록 단톡방에 모든 한국 기자가 들어와 있었던 건 아니지만….
 
20일 밤 후지TV는 김정남 피습 상황이 담긴 공항 CCTV 영상을 입수해 특종 보도했다. 일본 방송사들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받아썼다. 가슴이 쓰렸다. 나 역시 그 사흘 전부터 CCTV 영상을 구하기 위해 사방으로 접촉 중이었다. 교민을 통해 선이 닿은 현지 중개인에게 여러 차례 간곡하게 요청도 했다. 그러나 그는 너무도 느긋했다. 후지 TV 보도 이후 그는 “미안하다. 알아보니 일본 언론들이 엄청난 물량 투자를 한 것 같더라”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중문지 성주일보 2월 18일자에 실린 인터뷰 기사. “한국 중앙일보의 만 1년차 김준영 기자는 홍콩 휴가 중에 김정남 사건 취재를 왔지만 좋은 경험으로 여기고 있다”는 내용. 김준영 기자

말레이시아 중문지 성주일보 2월 18일자에 실린 인터뷰 기사. “한국 중앙일보의 만 1년차 김준영 기자는 홍콩 휴가 중에 김정남 사건 취재를 왔지만 좋은 경험으로 여기고 있다”는 내용. 김준영 기자

사족이지만 이곳 현지 언론 기자들은 외신 기자가 이렇게 대거 찾아온 것을 신기해하는 눈치다. 말레이시아 국적기 실종사건(2014년 3월 8일 MH370편) 때와 비교하는 기자들도 많았다. 
 
김준영 중앙일보 기자

김준영 중앙일보 기자

 17일 부검실 앞에서 ‘뻗치기’(현장에서 대기 중인 상태를 이르는 언론계 은어) 중일 때 현지 중문지 성주(星洲)일보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간단한 자기 소개와 취재 중 느낀 점 등을 물어봤다. 그러더니 다음날 성주일보 7면에 인터뷰 내용이 ‘휴가 중 파견 온 한국 기자’란 제목으로 소개됐다. 현지 언론의 눈엔 내가 신기했던 모양이다. 
 
  <쿠알라룸푸르에서>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4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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