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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전문대 학생들이 일본 최고 IT기업에 들어간 비법은

중앙일보 2017.02.26 15:51
대구 영진전문대 본관 200호 ‘일본 IT기업 취업반’에서 3학년에 올라가는 학생들과 올해 졸업과 동시에 일본 소프트뱅크와 NHN 테코라스에 입사한 졸업생(앞줄 가운데) 3명이 최선의 노력으로 최고의 결과를 만들겠다며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대구 영진전문대 본관 200호 ‘일본 IT기업 취업반’에서 3학년에 올라가는 학생들과 올해 졸업과 동시에 일본 소프트뱅크와 NHN 테코라스에 입사한 졸업생(앞줄 가운데) 3명이 최선의 노력으로 최고의 결과를 만들겠다며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10일 대학을 졸업한 송한얼(25)씨와 김용범(24)씨는 4월 일본 도쿄로 간다. 일본 통신기업인 소프트뱅크 신입사원으로 합격해서다. 지난해 매출액 86조7022억원을 기록한 소프트뱅크는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이다. 와세다대 등 일본 명문대 출신뿐 아니라 서울대 같은 국내 명문대 출신들도 한해 100명 이상 입사 시험에 도전한다. 하지만 까다로운 시험 탓에 올해 합격자 가운데 국내 대학 출신은 10명이 채 안된다. 이 '바늘 구멍' 취업을 뚫은 합격자 가운데 송씨와 김씨는 출신이 좀 다르다. 4년제가 아닌 지방 전문대 출신이다. 대구에 있는 영진전문대 졸업생이다. 이 대학은 '지방 전문대 별 볼일없지 않을까'하는 편견을 깨고 1년에 평균 2~3명씩 7년간 15명의 '소프트뱅크맨'을 배출했다. 전자상거래업체인 라쿠텐(樂天), 게임제작 업체인 사이버에이전트, 통신업체 NTT 등 일본의 '잘 나가는' IT기업 신입사원 명단엔 늘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해 졸업자 중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일본 IT 기업 취업자는 31명(일본 취업 전체 87명). 2009년부터 최근까지 192명이 일본 IT기업에 합격했다. 이중권(47) 컴퓨터정보계열 교수는 "높은 연봉이 보장되는 일본 IT기업 취업으론 국내 대학 가운데 단연 1위다"고 자신했다.
23일 대구 영진전문대 본관 200호 ‘일본 IT기업 취업반’에서 3학년에 올라가는 학생들이 방학 기간에도 학교에 나와 김종율 교수의 웹 프로그래밍 특강을 듣고 있다. 일본 IT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수능을 앞둔 수험생처럼 공부하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23일 대구 영진전문대 본관 200호 ‘일본 IT기업 취업반’에서 3학년에 올라가는 학생들이 방학 기간에도 학교에 나와 김종율 교수의 웹 프로그래밍 특강을 듣고 있다. 일본 IT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수능을 앞둔 수험생처럼 공부하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도대체 비법은 무엇일까.

영진전문대, 올해 31명 포함 2009년 이후 일본 IT기업에 192명 취업
취업반 학생들, 방학 때도 수업하고 오후 10시까지 야간자습
지각하거나 숙제 제대로 하지 않으면 '운동장 뛰기' 벌칙도

'고3학년처럼 공부하기'와 이른바 '족집게 취업 과외'다. 22일 찾은 영진전문대 200호 강의실. 개강 전이지만 40여명의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자습 중이었다. 일본어가 잔뜩 쓰인 메모장이 책상 곳곳에 붙어 있고, 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등학생이나 쓸법한 암기용 연습장도 책상에 올려져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교실 같았다. 220호 강의실. 40여명의 학생들이 일본어 수업을 하고 있었다. 2학년인 조나훔(23)씨에게 "방학인데 왜 학교에 나와 자습하고 수업을 하느냐"고 묻자 "일본 IT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다. (우린) 방학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올해 대구 영진전문대를 졸업하며 일본 IT기업에 취업한 학생들이 수업을 듣던 강의실에서 새로운 도전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에 입사한 송한얼ㆍ김용범(왼쪽부터)씨와 인터넷 데이터 네트워크 기업 ‘NHN 테코라스’에 입사한 이근제씨. 모두 4월 3일 도쿄에서 각자의 직장에 첫 출근한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올해 대구 영진전문대를 졸업하며 일본 IT기업에 취업한 학생들이 수업을 듣던 강의실에서 새로운 도전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에 입사한 송한얼ㆍ김용범(왼쪽부터)씨와 인터넷 데이터 네트워크 기업 ‘NHN 테코라스’에 입사한 이근제씨. 모두 4월 3일 도쿄에서 각자의 직장에 첫 출근한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영진전문대는 2007년부터 매년 컴퓨터정보계열(3년제) 신입생 288명 가운데 40~50명을 따로 선발해 일본 IT기업주문반(이하 취업반)을 꾸리고 있다. 교수들이 지원 학생만을 대상으로 면접을 보고 논리력을 검증하는 시험을 치른다. 취업반은 방학이 따로 없다. 오전 9시 전에 등교해 오후 4시까지 전공 수업을, 오후 10시30분까지 일본어와 수학, 야간 자습을 계속 한다. 일본인 교수와 컴퓨터 전공 교수, 일본 취업 전문가들이 취업반을 과외 교사처럼 챙긴다. 소프트뱅크는 입사때 독특하게 수학 시험을 본다. 이런 입사 시험 방식에 맞춘 수업을 반복하는 식이다. 그래서 일본어와 수학, 전공 관련 숙제가 있고, 쪽지시험도 수시로 친다. 지각을 하거나 숙제가 밀린 학생들은 운동장을 뛰는 벌칙을 받아야 한다. 그래도 실력이 부족하면 취업반을 나가야 한다. 40~50명에서 시작한 취업반이 3학년이 되면 30명 내외로 줄어드는 이유다. 학생들의 일본어 실력은 수준급이다. 3학년이 되면 최소 일본어 검증 시험인 JPT·JLPT가 각각 550점 이상, 2급 이상이다. 김종율(44) 취업반 지도 교수는 "지방 전문대라는 색안경을 벗겨내고 질 높은 해외 기업에 취업하는 비법은 성실하게 공부하는 것뿐이다. 고등학교 때 덜한 공부를 대학에 와서 독하게 하는 셈이다"고 말했다. 취업반의 취업률은 2013년부터 100%를 유지 중이다. 일각에선 스파르타식 취업 대비에 대해 "너무 한 것 아니냐. 대학생인데"라는 거부감 섞인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취업반 한 학생은 "모든 학생이 다 참여하는 공부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원하는 일부 학생들의 방식이다. 취업반 학생들도 거부감을 따로 느끼진 않는다"고 전했다.   
올해 라쿠텐에 합격한 이준성(27·성균관대 자퇴)씨처럼 4년제 대학을 다니다가 재입학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취업반 출신들이 모여 만든 '재(在) 도쿄 동문회'까지 2014년 일본에 꾸려졌다. 최재영 총장은 "4년제 대학들이 취업반을 배우겠다며 벤치마킹을 오고 있다. 취업반을 1개 늘려 더 많은 인재를 배출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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