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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학생 팔로어 15만명 인기강사 SNS서 ‘ㄱㅂㄴ, ㅊㄴ’ 욕설

중앙일보 2017.02.26 12:49

“‘ㄱㅂㄴ, ㅊㄴ’는 무슨 뜻이야?”

지난 달 26일 ‘오르비’와 ‘수만휘’ 등 수험생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인기 수학강사 A씨가 SNS에 올린 욕설이 하루 종일 회자됐다. ‘일타강사’로 불리는 A씨가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경쟁업체 사회강사인 B씨를 비난하는 글을 올린 것이다. 주로 A씨의 수강생이 대부분인 15만7000여명의 팔로어들에겐 A씨가 올린 적나라한 글이 그대로 전송됐다.
A씨의 막말 직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학생들이 보인 반응

A씨의 막말 직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학생들이 보인반응

특히 A씨는 여성인 B씨를 향해 ‘ㄱㅂㄴ’(골빈X), ‘ㅊㄴ(창X)’라는 표현을 써 논란이 증폭됐다. 학생들 사이에서 A씨의 욕설이 빠른 속도로 퍼지며 비판이 일자 그는 해당 글을 삭제했다. 그런 후 B씨에게 “욕한 것은 미안하다”는 내용의 사과의 글을 남겼다. 하지만 해명 과정에서 “‘fuc**ng c**t’라는 말을 직역하면서 그런 표현을 쓰게 됐다”고 또 다시 영어로 된 욕설 표현을 올렸다.

상호비방과 비난 일삼는 품행제로 인강 강사들
현장 강의 땐 “○○ 강사 수업 들으면 재수”
교육자로서 책임보다 강의하는 연예인 인식 강해

A씨가 처음 올린 ‘ㄱㅂㄴ, ㅊㄴ’은 삭제됐지만 두 번째 올린 영어 욕설 표현은 캡처 화면으로 남아 현재까지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이 상황을 처음 접한 전모(17)양은 “아무리 인터넷 강사라지만 그래도 학생들에겐 큰 영향을 미치는 선생님인데 공개적으로 욕설까지 하는 걸 보니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강사 막말 캡처 사진

강사 막말 캡처 사진

학생들 사이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일부 스타강사들의 몰지각한 행동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경쟁업체 강사를 향한 비난과 인신공격이 도를 넘으면서 막말과 욕설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학원가에선 인기 수학강사 2명의 다툼이 화제였다. 강사 C씨가 경쟁업체 강사 D씨를 비판하는 글을 SNS에 올린 게 발단이었다. C씨는 D씨가 자신의 학력·병역·국적 등을 캐묻고 다닌다면서 “제일 더러우면서 정의로운 척 마라. (D씨가) 무단 이적한 진짜 이유를 나는 안다”고 비방했다. 이에 질세라 D씨도 자신의 SNS에 “내가 더러운 짓 했다는 근거를 밝혀라. 공개 토론하자”며 맞불을 놨다.
강사들 간의 상호비방과 막말은 현장 강의에선 더욱 심하다. 대형입시학원의 한 강사는 “수업 중 갑자기 다른 강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믿고 배웠다가 재수하는 선배가 한둘이 아니다’ ‘그 수업 듣는 사람 있으면 꼭 말리라’는 식의 발언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은 경쟁자를 흠집 내 자신의 ‘세’를 불리려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더욱 큰 문제는 강사들의 이런 ‘품행제로’와 같은 행동이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실제로 A씨가 올린 ‘ㄱㅂㄴ, ㅊㄴ’ 표현은 한 동안 수험생들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인터넷강의업체 관계자 E씨는 “수험생들에게 인기강사는 마치 연예인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인기강사 막말 제제 수단 없어 

그러나 인기강사들의 잘못된 행동을 제지할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E씨는 “스타강사의 매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품행까지 간섭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사들 스스로로 ‘에듀테이너(강의하는 연예인)’라는 인식이 강해 교육자로서 책임감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 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한 수험생(의대가**)은 “인강 강사에게 인성 같은 거 기대하지 않는다. 어차피 그들도 학생을 돈으로만 본다”고 말했다.
김종영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강의실에서 학생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주로 카메라 앞에만 서다보니 교육자로서의 의식이 약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수만 명이 보는 인터넷 강의는 교실에서의 수업보다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바른 품행을 보이려 노력하는 등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만·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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