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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분야는 인구·인공지능, 필요한 건 100세시대 투자법

중앙선데이 2017.02.26 03:44 520호 18면 지면보기
아침·저녁으로 ‘열공’하는 부자들
23일 열린 삼성증권 SNI사업부 조찬 강연에 30억원 이상 자산가 6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 삼성증권]

23일 열린 삼성증권 SNI사업부 조찬 강연에 30억원 이상 자산가 6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 삼성증권]

“앞으로 베이비부머 1·2세대인 ‘58년 개띠’와 ‘70년 개띠’ 간의 치열한 세대 갈등이 일 수 있습니다. 베이비부머 1세대는 이제 은퇴하기 시작했고 다음으로 2세대가 슬슬 은퇴를 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뒤를 따라오는 세대는 인구 수가 줄고 사회생활을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베이비부머 2세대는 은퇴를 늦추고 장기간 한국사회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입니다. 이 광경을 지켜본 58년 개띠들이 크게 반발하겠죠? 따라서 이들이 다시 노동시장으로 들어오면서 베이비부머 1·2세대가 ‘밥그릇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큽니다.”

금융업계 관련 강좌 잇따라 개설
삼성 SNI 고령화 강의에 큰 관심

“과거 일본은 한·중이 물건 샀지만
한국은 같이 늙어가 사줄 곳 없어
58년·70년 개띠 간의 세대 갈등도”

미국 애플·테슬라, 중국 비야디 등
IT업체와 중장기 채권 주목할 만

 
이달 23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삼성증권 SNI사업부 조찬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선 인구학자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오전 7시30분 추운 날씨 속에서도 강연을 듣기 위해 60여 명의 고액 자산가들이 세미나실을 가득 채웠다. SNI사업부는 3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부다. 이재경 SNI사업부 상무는 “상당수 참석자가 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로 경영전략을 짜거나 투자에 필요한 새로운 정보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며 “지난달엔 금융시장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트럼프 정책을 분석했고, 이달엔 인구학 관점에서 한국사회에 불어올 변화를 준비했는데 고객들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최근 한국의 인구고령화는 15~20년 전 일본과 비슷하지만 장기적으로 일본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고령화가 진행될 때 한국을 비롯해 중국·대만 등 이웃 나라들이 젊어 일본 제품을 많이 사줬다. 하지만 한국이 고령화되는 지금 시점엔 이웃 나라들도 같이 늙어가 한국 제품을 팔 곳이 없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저출산, 인구 고령화 등 빠르게 바뀌는 인구구조 변화에 발맞춰 경영 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는 게 조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앞으로 자동차 산업은 1인 가구 증가로 대형차보다 소형차를 선호하고 부동산 시장은 지불능력이 없는 소비자들로 인해 더욱 침체될 수 있다”면서 “특히 현재 연평균 40만 명의 출산율은 10년 뒤 절반으로 줄면서 많은 학교와 대학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중요한 내용을 수첩에 메모해가며 강연에 열중했다. 김관규 코디하우스 회장은 “디자인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사업 전략을 짜는 데 이번 강연 내용이 도움이 될 거 같다”며 “특히 인구구조 변화에서도 수도권 집중화로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지만 출산율은 지방보다 떨어진다는 얘기가 가장 흥미로웠다”고 들려줬다.
 
최근 금융사는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주식시장 전망이나 상품 소개에서 벗어나 금융시장 흐름을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제로 다양한 강연을 선보이고 있다.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저성장, 4차 산업혁명 등 다양한 사회문제와 이슈가 맞물리면서 예측 불가능한 시대로 바뀌고 있어서다. 금융사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자산가들에게 혜안(인사이트)을 주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에트로를 수입하는 이충희 듀오 대표는 아침·저녁으로 공부하고 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한국능률협회 등이 마련한 조찬 모임에 나가고 저녁엔 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에 참석한다. 이 대표는 “최근 경영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어 CEO도 공부를 해야 한다”며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4차 산업혁명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유통기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사업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수정할지 고민이 많다”고 얘기했다.
 
CEO들 기존 사고방식에서부터 벗어나야
올 들어 금융사 포럼 주제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게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로봇기술·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으로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처음으로 제시한 용어다. 전 세계 정·관계 인사 3000여 명이 참석하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삼았다. 특히 올해는 AI·로봇공학·무인운송수단(스마트카)·3차원인쇄(3D프린팅) 등 각종 신기술로 산업 간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융·복합이 이뤄지는 변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달 14일 DGB금융그룹은 대구광역시 수성구 호텔 인터불고 컨벤션홀에서 ‘2017년 1차 DGB CEO포럼’ 를 개최했다. 350여 CEO가 참석한 이번 행사의 주제 역시 ‘4차 산업혁명과 경제사회적 영향’이었다. 강사로 나선 이정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앞으로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이 산업 전반에 중요하게 작용하며 이를 통해 현실과 가상세계가 결합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CEO들에게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그는 “기업들은 제품 개발이나 비즈니스 모델 등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존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 문제의 속성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창의적인 해법을 찾는 ‘개념 설계’ 역량부터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의 100세시대 인생대학 입학식 장면. [사진 NH투자증권]

NH투자증권의 100세시대 인생대학 입학식 장면. [사진 NH투자증권]

자산가들은 신기술 중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꽃’으로 불리는 AI 분야에 관심이 많다. AI는 컴퓨터가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최첨단 정보기술(IT) 분야다. 무엇보다 가장 많은 돈이 AI 시장에 몰리고 있다. 정보기술(IT) 시장분석업체 IDC에 따르면 다양한 산업에서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2020년엔 관련 시장이 지금(80억 달러)보다 5배 이상 큰 470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또 세계적인 IT기업들이 AI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풀고 있다. 애플이 지난해 안면인식 인공지능 업체 이모션트를 인수했고, 페이스북도 같은해 얼굴 이미지를 분석하는 스타트업 파시오매트릭스를 품에 안았다. AI 기술을 선점한 업체들은 기술 개발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면서 주가도 상승세다. KB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 나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10종목을 살펴보면 6410억 달러로 선두에 오른 애플을 비롯해,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IT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40~50대도 개인연금으로 노후 챙겨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투자 전략을 소개하는 세미나도 열리고 있다. KB증권은 이달 16일 KB국민은행과 함께 KB금융그룹 우수고객을 초청해 ‘4차 산업혁명과 미국 핫이슈 종목’을 주제로 자산관리 포럼을 열었다. 강사로 나선 임상국 KB증권 WM리서치부 연구위원은 이번 산업혁명은 스마트공장에서 출발하지만 스마트홈·스마트빌딩·스마트팜 등으로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관련 산업을 주도할 애플·인텔·나이키·에머슨일렉트릭 등을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신한금융투자는 다음달 7일까지 해외에 상장된 4차 산업혁명 관련 종목을 편리하게 집에서 볼 수 있도록 회사 홈페이지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소개한다. 미국 테슬라, 중국 비야디(BYD),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실적을 비롯해 기업 경쟁력을 분석한 보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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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잘 보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도 있다. NH투자증권이 지난해 2월 선보인 100세시대 아카데미다. 매달 2차례씩 절세상품을 활용한 노후 자산관리, 증여와 상속 같은 재무 코칭뿐 아니라 사진 촬영, 시 낭독, 생활 원예 등 취미를 배울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2500여 명이 수강했다. 이 프로그램은 증권사 고객이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다. 이달 22일 서울시 강남구 NH금융플러스 삼성동금융센터에 진행된 100세시대 아카데미에선 채권 투자법을 소개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트럼프 등장으로 인플레이션 발생에 대한 공포가 커졌지만 국가부채 부담, 달러화 강세 등의 요인으로 트럼프 공약은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며 “1차 금리 상승세가 끝나는 2분기엔 중장기 채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강연을 들은 배모(59)씨는 “은퇴 이후 여유 시간이 생기면서 노후 관련 세미나를 챙겨 다닌다”며 “이곳에서 듣는 다양한 정보가 퇴직금을 굴리고 노후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서울대학교와 함께 VIP고객을 대상으로 100세시대 인생대학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 교수와 금융 전문가들이 나서서 노후 준비에 필요한 재무설계와 세무컨설팅 등 다양한 콘텐트를 제공한다.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14년 기준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로 여전히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며 “40~50대는 지금부터라도 개인연금을 활용해 노후에 안정적인 생활비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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