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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공명을 삼고초려해야 성공한다

중앙선데이 2017.02.26 03:42 520호 18면 지면보기
차이나 포커스
일러스트 강일구

일러스트 강일구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이 점점 치밀하고 속도를 내고 있다. 유커(중국인 관광객) 통제, 한국 연예인 송출금지, 사드 부지 제공 그룹의 세무조사 등 점입가경이다. “가게가 크면 점원이 손님을 깔보고, 손님이 크면 가게를 깔본다”는 말이 있다. 중국과 한국의 관계도 딱 이 모양새다. 한국이 주문자상표부착(OEM) 공장을 지어 중국에 갔을 때 한국은 중국을 깔보았지만, 이젠 중국이 유커라는 이름의 큰 손이 되어 한국을 깔보는 것이다.

중국의 ‘오랜 친구’는 일본이 1위
한국인은 김대중·이만섭 두 명뿐
25년간 중국통 키우지 못한 업보
중국어 못하는 임원 파견 더 이상 안돼

 
한반도의 북쪽은 사회주의 중국의 이념적 동지로, 60만 대군을 보내 피 흘린 사회주의 중국의 적장자로 남았고, 한국은 미국과 이념의 동지로, 한국전쟁 때는 중공이라는 적으로 중국과 싸웠다. 하지만, 한·중수교 이후에는 경제의 동반자로, 사회주의 중국이 베끼기 좋은 자본주의의 교과서로 남았다. 한국의 입지와 전략적 차원은 북한과는 다른데도 중국은 사드 배치와 같은 한국의 안보문제를 두고 ‘중국 이익 최우선(China First)’ 전략으로 한국에게 중국식으로 강요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정부와 민간의 공식·비공식 채널이 풀 가동 되어야 하지만 한국은 한·중수교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국통을 제대로 키운 적이 없다. 공식 채널이 막히면 각종 비공식 채널을 총동원해서 어떻게 나올 것인지, 얼마나 양보해야 하고 얼마나 공격해야 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은 중국 정부가 회담에 안 나온다고 손 놓고 마냥 기다린다. 외교도, 경제도 타이밍의 예술이다.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죽도 밥도 안되고 후유증은 모조리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키신저 파견한 트럼프의 내공 주목해야
표의문자(表意文字)의 나라 중국은 말로 사람을 죽이고, 말로 사람을 살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로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인민일보에는 매일 외국 국빈의 방문이나, 유명 인사가 중국 고위층을 만나는 사진이 넘친다. 그런데 거기에 재미있는 표현이 나온다. 중국은 외국 인사의 중국에 대한 기여도를 따져 독특한 외교적인 수사를 사용한다. 바로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老朋友)’, 즉 ‘장기적으로 중국에 우호적인 외국인사’라는 표현이다.
 
지난 60여 년간 인민일보는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라는 호칭을 123개국 601명의 외국 인사들에 대해 사용했다. 이들의 국가별 통계를 보면 놀랍게도 개와 고양이처럼 중국과 싸우는 일본이 111명으로 1위다.
 
일본은 난징 대학살, 중국 식민지배 등으로 중국인들이 치를 떠는 나라지만 중국이 일본의 지도자와 유명인사들에게 ‘중국인민의 오랜 친구’라는 호칭을 가장 많이 썼다. 이것은 ‘상인종(商人種)’ 중국인의 특성이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부분이다. 2010년까지 세계의 주요 2개국(G2)이었던 일본과 ‘정치는 정치고, 경제는 경제다’라는 실리주의로 대했다는 뜻이다. 2위는 중국과 라이벌인 미국으로 55명이고, 3위는 아편전쟁으로 중국을 식민지로 만들었던 영국으로 24명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막가파 부동산업자처럼 보이지만 고수다. 트럼프의 당선 특사로 중국을 가장 먼저 방문한 이가 94세의 헨리 키신저 박사였다. 방문 형식은 중국 인민외교학회의 초청이었지만 단순 학회 참석자라면 시진핑 주석과 중국의 최강 실세인 왕치산이 면담에 응할 리가 없다. 마오쩌둥부터 시진핑까지 60년간 5대에 걸친 중국의 역대 최고 지도자를 모두 만나 본 유일한 대중국 외교의 달인이 키신저 박사다. 키신저는 인민일보로부터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라는 호칭을 16번이나 받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특사로 보내는 것, 이것이 트럼프의 안목이고 내공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는 몇이나 될까? 중국의 3대 교역국이고 중국과 지근거리에 있는 한국은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가 차고 넘쳐야 할 텐데 인민일보에서 언급된 이는 김대중 대통령과 이만섭 국회의장 두 명에 그치고 있다. 한국에 중국통, 중국 전문가가 넘친다고 하는데 정작 중국으로부터 인정받는 진짜 중국통은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에서 중국통이라고 하는 이가 있다면 중국이 인정하는 전문가인지, 한국 안에서만 큰소리 치는 골목대장인지는 인민일보 사이트에 그 사람 이름을 한자로 검색해 보면 간단히 검증할 수 있다.
 
지금 한·중 간 사드 문제가 해결점을 쉽게 못 찾는 것은 한국 안에 이를 풀어낼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중국인의 마음속 성경인 공자의 논어에서 첫째 학이(?而)편 둘째 구절이 ‘친구가 있어 멀리서 찾아 오면 이 또한 반갑지 아니한가’로 시작한다. 친구가 오면 반갑게 맞아주는 것이 중국인의 2000년에 걸친 예의이고 상식이다. 한국의 정치인·관료·외교관들이 중국인을 만나자고 했을 때 중국측이 안 만나준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펑요우,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중국의 상대방은 그냥 한국 사람이라고 본 것이지 논어에 나오는 ‘목숨을 나눌 수도 있고 사업도 같이 할 친구’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장쑤·저장 출신 명문대생이 최고 인재
약한 자가 강한 자를 이기는 비법은 뛰어난 전략에 있다. 한국이 대중국 문제에서 고전하는 것은 중국과 수교 이후 강산이 두 번 반이나 바뀌었지만 제대로 된 중국 인재를 안 키운 업보다. 깨달음은 ‘실패의 인식’에서 온다. “국자는 10년 국을 퍼도 국 맛을 모른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중국어 안 되는 주재원, 10년 중국에 있어도 답이 없다. 한국 기업, 더 이상 중국어 안 되는 임원을 중국에 파견하면 안 된다.
 
한국의 대중국사업을 하는 최고경영자(CEO)는 손이 3개라야 성공한다. 왼손, 오른손, 그리고 겸손이다. 인재를 못 키웠으면 겸손하게 스카우트해야 한다. 삼국시대 가장 약체였던 유비가 성공한 비결은 제갈공명을 삼고초려(三顧草廬)해 스카우트한 덕분이다. 인재는 돈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삼고초려해 모시는 것이다. 중국 사업, 제갈공명 같은 수퍼급 인재 1명이 성패를 좌우한다.


지금 중국에서 제갈공명 같은 천재는 어디에 있을까? 중국의 최고 인재의 산실, 중국의 명문대 순위는 1위 칭화대, 2위 베이징대, 3위 푸단대다. 중국 청나라 때 장원 급제한 114명 중 61%인 69명이, 현재 중국의 1000대 부자 중 45%인 451명이 장쑤성(江蘇省)과 저장성(浙江省) 출신이다. 중국의 제갈공명 같은 인재는 장쑤·저장성 출신으로 중국의 3대 명문인 칭화대·베이징대·푸단대를 나온 인재들 중에 있다.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출신학교를 보면 후진타오·시진핑 주석은 칭화대 출신이고 리커창 총리는 베이징대를 나왔다. 국가부주석 리위앤차오, 시진핑의 핵심 브레인으로 ‘중남해의 꾀주머니’라고 불리는 왕후닝은 푸단대를 나왔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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