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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꼭지 안쪽 흰 부분에 영양분 더 많아요”

중앙선데이 2017.02.26 03:31
[제철의 맛, 박찬일 주방장이 간다 -2-]
안면도 딸기농장 ‘딸구네’
3 박찬일 주방장이 정광훈씨 부부와 함께 딸기를 따며 맛을 보고 있다

3 박찬일 주방장이 정광훈씨 부부와 함께 딸기를 따며 맛을 보고 있다

 

언젠가부터 딸기 제철이 헷갈린다. 11월에 ‘제철’이라는 신문 기사도 보았다. 설마…. 아닌 게 아니라 맞을 수도 있다. 매년 호텔에서 딸기 축제 같은 판촉행사를 하는데 보통 3월이던 것이 이제는 1월에 몰려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시설 재배는 11월부터 3,4월까지 출하됩니다. 노지는 5,6월에 나올 테구요.” 안면도 유일의 딸기농장 ‘딸구네’ 주인 정광훈(52)씨의 말이다. 그가 잇는다.


“초촉성재배라고, 훨씬 더 빨리 촉성, 그러니까 촉진해서 키우는 품종과 기술이 나와서 그래요.” 따뜻한 늦봄, 시장 과일가게 입구에 난무하던 딸기향이 사라진 건 역시 그 때문이었던 것인가. 축제철에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치르던 서울 근교의 ‘딸기팅’이 없어진 것도 말이다. 딸기밭에서 치르던 미팅을 딸기팅이라고 불렀다. 딸기에 막걸리를 마시면서 미팅을 했다니. 어쨌든 그럼 딸기 제철의 결론은 없는 것인가.
 
“왜요. 출하량이 많아져야 제철이지요. 보통 이맘때가 출하도 많고 맛도 좋지요.”
 
 
밤에는 영상 5.5도, 낮엔 23도가 적당

 

과일이라고 해서 그저 단맛 올리는 더운 날씨가 최고가 아니다. 다 기온의 흐름을 탄다. 더울 때 덥더라도 추울 땐 추워야 한다. 딸기가 그런 편인데, 더운 건 싫어한다. 생육기간과 품종에 따라 달라지지만 밤에는 영상 5.5도 낮에도 23도 정도 유지하는 게 최적이다. 마냥 덥다고 좋은 게 아니다. 그 특성을 이용한 게 바로 한겨울 출하다.
 
“약간 가온(불 때는 것)해주면 딸기가 좋아하는 온도가 되거든요. 추울 때 묘가 자라는 특성이 있어서 가을겨울에 걸쳐서 길러내는 거지요. 그러다가 초봄에 열매가 굵어지고요.” 딸기는 3월로 접어들면 신맛이 도드라지기 시작한다. 날씨가 더워지면 더 시어진다. 우리의 상식을 깬다. 그래서 맛은 덜한 편이다. 하우스(시설) 안에 에어컨을 돌릴 수는 없으니까. 대신 생산량은 상당히 많아서 값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농장 입구에는 순한 개 한 마리가 지키고 있다. 그 이름이 딸구다. 농장 이름도 딸구네다. 서울과 경기 일원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 방문을 많이 온다. 요금을 내고 실컷 딸기를 따먹고, 일정량을 가져갈 수 있다.
 
“딸기는 대부분 농약을 적게 칩니다. 치더라도 햇빛 받으면 다 증발합니다. 그래서 딸기는 씻지 않고 먹는 게 최고지요. 씻으면 수용성 비타민이 유실됩니다.”
 
 
배추김치 찢어먹듯 세로로 잘라 먹어야
1 안면도 딸구네 농장에서 수확한 딸기 ‘설향’을 반으로 자른 모습. 딸기는 세로로 잘라서 먹어야 위쪽의 단맛과 아래쪽의 신맛을 같이 느낄 수 있다.

1 안면도 딸구네 농장에서 수확한 딸기 ‘설향’을 반으로 자른 모습. 딸기는 세로로 잘라서 먹어야 위쪽의 단맛과 아래쪽의 신맛을 같이 느낄 수 있다.

그를 따라 생 딸기를 따서 그냥 먹었다. 달콤한 기운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딸기의 그 향이다. 정씨는 딸기 먹는 법도 따로 있다고 한다. 우선 세로로 자르는 게 좋다. 딸기는 보통 세로 축으로 긴 편인데, 아래쪽과 위쪽의 산도와 당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과일은 두 개성의 균형으로 맛을 낸다. 무조건 달다고 좋은 게 아니다. 딸기 위쪽은 달고 아래쪽은 좀 시다. 그래서 세로가 좋다는 것이다. 두툼한 줄기와 하늘하늘한 이파리가 달린 배추김치를 쭉쭉 찢어먹으면 맛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배추의 위아래는 염도와 양념의 침투가 다르다. 세로 썰기는 입에서 맛의 균형을 이룬다. 과연, 더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녹색 꼭지 안쪽은 대개 색이 흰 편인데, 안 익은 부분이라고 버리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그쪽에 영양분이 더 많아요.”
 
몰랐던 사실이다. 꼭지만 살짝 떼어낸 후 그대로 세로로 갈라 먹는 게 좋겠다.
 
2 딸구네 농장은 수경재배(고설양액법)로 기르기에 딸기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2 딸구네 농장은 수경재배(고설양액법)로 기르기에 딸기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정씨 농장의 품종은 설향이다. 국내 지배적 품종이다. 70%를 웃돈다. 몇 년 전만 해도 육보니 장희 같은 것들이 많았는데 많이 밀렸다. 육보가 히트쳤던 건 단단한 과육 덕이 컸다. 딸기는 물러지는 것이 최대의 적이다. 다른 과일과 달리 껍질이 없다. 연한 살점이 쉽게 상처를 받고 물러진다. 육보는 단단한 살점이 어필했다. 그러나 대개 늦게 출하되는 편이라, 조기 출하 붐에 밀려서 점차 시장을 잃어갔다. 대신 4월에도 출하를 많이 하고 당도도 있는 편이라 그 시점에서 시장에서 인기가 있다. 육보는 일본계 품종이기도 하다.
 
농진청 등 국내 육종 보급을 담당하는 관청에서 국산 품종 개발에 열심이다. 웹사이트에 재배 매뉴얼을 올리고 교육도 한다. 지속적으로 품종을 내고 있다. 지금은 엄청 크고 당도도 높은 품종을 내놓고 곧 농가 분양에 들어간다고 한다. 향후 몇 년 사이에 지금과는 전혀 다른 딸기 재배 지형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긴 정보·수홍·여홍 같은 품종이 있던 때가 90년대였다.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설향은 이름이 아주 예쁘죠? 원래 논산3호라는 이름에서 바뀐 겁니다. 육보와 장희의 잡종이에요. 장희는 여전히 남쪽 지방에서 많이 심고 있어요.”
 
 
묘 내고 토양 관리하고 1년 내내 고행
4, 5 딸기의 수정을 책임지고 있는 벌들과 벌통을 살펴보는 정광훈씨. 김경빈 기자

4, 5 딸기의 수정을 책임지고 있는 벌들과 벌통을 살펴보는 정광훈씨. 김경빈 기자

딸기의 수정을 책임지고 있는 벌들과 벌통을살펴보는 정광훈씨.

딸기의 수정을 책임지고 있는 벌들과 벌통을살펴보는 정광훈씨.

딸기는 충청도와 경남에서 주로 생산된다. 충청도는 논산, 경남은 진주 쪽이 주산지다. 딸기 농사는 잠깐 치르는 것 같지만 1년 내내 고행이다. 묘도 내야 하고, 토양도 관리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밭에 심은 후에는 병충해도 막아야 하고, 솎아내기와 수정 등 온갖 일이 기다리고 있다.
 
“하루종일 딸기에 매달려 지냅니다. 새벽 일찍 수확을 해야 하는데, 선도 유지 때문에 그래요. 딸기는 더운 걸 싫어합니다. 그래서 장갑을 끼고 일해야 하지요.” 여린 과육과 줄기가 상징하듯 예민한 과일이다. 보통 우리가 먹는 딸기는 70~80% 정도 익었을 때 출하한다. 완전히 익혀 출하하면 유통 중에 물러지기 때문에 상품가치를 낮게 친다. 아직 붉은 기운이 모자란 딸기가 산지에서 포장된다. 완전히 익은 딸기가 역시 더 맛있는 건 당연한 일. 이때는 산지 직거래를 통하는 게 좋다. 가급적 많이 익힌 것을 별도 주문할 수 있다. 시중에서 눈으로 보고 완숙 후 출하된 것을 구별할 방법은 없다. 출하 후 하루 이틀이면 자연스럽게 짙은 붉은색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정씨의 재배법은 고설양액법이라고 한다. 그냥 땅에서 기르는 것은 토경이라고 부른다. 토경은 관리가 어렵고 허리가 휠 만큼 힘들다. 손이 많이 가는 딸기인데 쪼그리고 일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고설(高設)로 시설을 만든다. 눈높이 아래라 딸기를 돌보기 쉽고 수확도 편하다. 인간친화적 재배법이다. 물론 시설을 갖춰야 하니 돈이 많이 드는 게 단점이다.
 
하우스 안에 벌통이 눈에 띈다. 사진기자가 촬영을 위해 뚜껑을 벗기자 벌이 달려든다. 아무래도 쏘일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한 놈이 기어이 정씨의 이마를 공격하고 자진(自盡)한다.
 
“외부침입자를 응징하는 거예요. 공격하는 싸움벌이 따로 있습니다. 이제 벌과 친해졌는데, 공격당한다고 생각하니 여지없네요.”
 
다 저희들 살자고 누군가는 이렇게 목숨을 걸고 공격을 한다. 순직이며 전사다. 미물일지언정 그 속은 간단치 않다.
 
“벌이 수정을 합니다. 한 시즌이 끝나면 상당수 벌이 죽어요. 수정 일이 힘들어서 그렇지요. 농약에 민감한 벌이 살 정도니까 딸기는 안심해도 된다는 말도 있지요.”
 
 
귤·오렌지랑 경쟁하며 시장서 악전고투
딸기는 늘 시장에서 악전고투한다. 겨울에는 귤과 오렌지랑 좁은 시장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 귤이 끝나도 형제들인 레드향, 한라봉 등이 계속 나오고 수입 과일도 지천이다. 딸기가 좀 행세하려면 딸기 맛이 좀 빠지는 늦봄이 된다. 그러다가 하우스 재배하는 복숭아가 일찌감치 나온다. 짓는 농사가 대개 겹치니 고생한 데 비해 작물 값이 안 나올 수밖에 없다.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도 과일 소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구입한 딸기는 빨리 먹기보다 하루쯤 서늘한 데서 숙성한 후 단시간 차갑게 하여 먹는 게 좋다. 설향 등의 품종은 냉기를 쐬면 신맛이 두드러지게 느껴지기도 한다. 딸기는 숙성해서 맛이 좋아지는 과일이 아니라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딸기 상태를 봐가며 상온에서 익히거나, 냉장고에 며칠 놓아두면 맛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신맛이 중화되는 걸 느낄 수 있다.
 
 
박찬일 
글 쓰는 요리사라는 별칭이 있는 인물. 음식칼럼을 오랫동안 써왔다. 딱딱한 음식 글에 숨을 불어넣는 게 장기다. 청담동에서 요리사 커리어를 쌓았고, 지금은 서교동과 광화문에서 일한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재료로 서양 요리를 만드는 일을 국내최초로 시도한 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이 지면에서 상식을 비틀고 관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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