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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出奇料理 <출기요리>

중앙선데이 2017.02.26 03:00

“한 번 기묘하게 요리해보겠노라(一番出奇料理).”

청(淸)나라 5대 황제 옹정제(雍正帝, 1678∼1735)는 ‘요리’를 즐겼다. 저명한 일본의 중국사학자 미야자키 이치사다(宮崎 市定)는 이런 옹정제를 “선의에 넘치는 ‘악의의 정치’를 펼친 독재 군주”라고 평했다. 옹정은 매일 밤 자정까지 보고서를 처리하고 새벽 4시면 일어나는 생활을 반복했다.

거실 액자에는 ‘爲君難(위군난)’이라는 세 글자를 써 놓았다. 거실 기둥의 “천하가 다스려지고 다스려지지 않고는 나 하나의 책임(原以一人治天下)/ 이 한 몸을 위해 천하를 고생시키는 일은 하지 않으리(不以天下奉一人)”라는 대련(對聯)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옹정은 어느 날 쿠데타 음모를 보고받는다. 주범은 요즘으로 치면 행정고시 장수생 격인 후난(湖南)의 선비 증정(曾靜). 증정은 어느 날 꿈의 계시를 받고 만주족의 조상인 여진의 금(金)과 다퉜던 송(宋)나라의 민족 영웅 악비(岳飛) 사당을 찾아 모반을 기획한다. 제자 장희(張熙)를 지금의 시안(西安)에 보낸다. 악비의 후손인 천섬 총독(川陜總督) 악종기(岳鍾琪)에게 거병을 권하는 편지를 전한다.

악종기는 우선 장희에게 증정과 만나야겠다며 돌려보낸다. 이어 옹정제에게 비밀 편지로 상황을 보고한다. 옹정은 흠차 대신을 보내 증정을 체포한다. 옹정은 증정의 중화사상이 틀렸다 꾸짖었다. “군주란 덕(德)이 기준이요, 지역이나 민족을 기준 삼아선 안 된다. 대청(大淸)은 강토를 개척하고, 성세를 열었으며, 도적 이자성(李自成)을 몰아냈을 뿐 명(明)과는 무관하다. 화이(華夷)는 구별이 없으며 모두 하늘의 자손이다. 중국을 잘 다스릴 수 있다면 그가 곧 요순(堯舜)이다.”

옹정의 말에 ‘교화’당한 증정은 참회록을 쓴다. 옹정과의 대화는 『대의각미록(大義覺迷錄)』으로 편찬됐다. 곧 국정교과서로 지정된다. “기묘하게 요리하겠다”는 사건을 인지한 옹정의 첫 마디였다. 기묘한 요리는 영원하지 못했다. 아들 건륭(乾隆)은 『대의각미록』을 금서로 지정했고, 옹정이 풀어줬던 증정을 부관참시했다.

기묘한 김정남 살인 사건이 벌어진 지 2주가 지났다. 기묘한 요리를 펼치고 있는 배후 연출자의 엔딩 스토리가 비극일지 희극일지 참 궁금하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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