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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설이 나돌 때 위기는 없다

중앙선데이 2017.02.26 02:48
채훈·우진 아빠의 경제 읽기 
최근 경제위기 가능성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한번 질문해보자. 위기설이 부각될 때, 정말 위기가 발생하는가? 2008년 초 열린 모처 경제토론회에 참석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기호황 혹은 경기사이클의 실종을 이야기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다시 말해, 세계 경제는 뛰어난 중앙은행의 경기조절 능력에 힘입어서 불황 없는 세상이 왔다는 것이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모두가 아는 것처럼, 그해 9월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가 출현했다. 혹시 2008년이 예외가 아닐까? 그렇지 않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주식시장의 일부 이코노미스트만 경제위기 가능성을 언급했을 뿐,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우리도 선진국’이라는 기쁨에 도취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다. 1929년 대공황을 앞두고 예일대학교의 어빙 피셔 교수는 “주가가 영원히 지속될 높은 고원에 이르렀다”며 강한 낙관론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있은 후 불과 10일도 지나지 않아 주식시장은 무너졌다. 다우존스 지수는 80% 이상 폭락했으며, 시장의 인기주로 군림했던 제너럴모터스는 94%, 제너럴일렉트릭은 96% 하락했다. 피셔 교수는 계량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릴 정도로 탁월한 이코노미스트였지만, 1929년의 잘못된 전망 탓에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경제학자’ 취급을 받게 된 셈이다.
 
1990년대 말도 마찬가지였다. 다우지수가 1만 포인트, 나스닥지수가 5000 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정보통신 거품이 절정에 도달할 때 ‘다우 4만 포인트’ 같은 제목을 단 책들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2008년 부동산시장 붕괴 때도 마찬가지로, 루비니 교수 등 극히 일부의 경제학자를 제외하고는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한 사람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상의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대단히 명확하다. ‘버블 붕괴’ 혹은 ‘위기’를 경고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가 오히려 안전할 때이며, 반대로 아무도 ‘경제위기’를 경고하지 않을 때야 말로 가장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위기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정부와 시장 참가자 모두 조심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즉 지금 투자가 혹시 위험을 내포한 것은 아닌지, 더 나아가 빠뜨린 것은 없는지 점검하기에 시장에 거품이 생기지 않는다. 반대로 모든 사람들이 미래를 낙관할 때에는 이런 조심성이 소멸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올해 한국경제는 매우 전망이 밝다. 경제를 비관하는 사람이 많음에도 연초부터 발표되는 경제지표는 모두 강한 회복의 신호를 주기 때문이다. 특히 2월 1~20일 동안의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6.2%나 증가하는 등 수출 회복의 가능성이 커진 것은 큰 호재라 할 수 있다. 또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목표 수준(2%선)에 도달한 것도 좋은 소식이다. 인플레는 금리인상 등 긴축정책으로 쉽게 퇴치할 수 있지만,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는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만성적인 악성 질병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물가만 오르고 소득은 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16년 국세수입 통계’를 보면, 근로소득세가 사상 최대인 31조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이 1년 전에 비해 4% 상승한 데다, 취업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경제가 크게 좋지 않았던 2016년에도 임금이 이렇게 올라간 만큼, 수출이 살아나는 2017년에는 더욱 큰 폭의 인상을 기대하는 마음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수석 연구위원
blog.naver.com/hong8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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