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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왜’ 교육에서 벗어나 ‘어떻게’ 가르쳐야

중앙선데이 2017.02.26 02:17 520호 14면 지면보기
전문가 대안
인류는 어느 순간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신체 데이터를 융합한 사물인터넷 시대인 4차 산업혁명과 마주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의 바탕에는 물론 기술 변화가 있다. 사회의 변화는 언제나 그래 왔듯이 교육의 변화를 요구한다. 지능정보사회가 학교 교육에 새로운 과제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요구되는 교육의 변화 정도는 훨씬 심각하다. 교육은 사회 변화에 보조를 맞추는 것을 넘어서 지금의 사회보다 훨씬 앞서 나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 교실은 스스로 탐구 공간
교사 양성부터 칸막이 없애야
연수제도 고쳐서 전문성 확보를

 
그런데도 우리의 학교는 여태껏 학생이 필요로 할 모든 정보와 지식을 암기시키고 암기된 정보량을 바탕으로 평가해 졸업장을 줬다.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인력의 기본 소양을 가르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은 이미 3차 산업 사회의 공장과 사무실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직장에서 파티션으로 개인별 공간이 제공되고 있는 것이 낯설지 않으며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같이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도 상호 협력하는 게 가능해졌다. 보다 자유롭고 개성과 창의성이 존중되는 직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 중심 교육(future oriented education)은 교육의 목적과 내용을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생활에 대한 대응력 또는 준비력을 기르는 데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으론 가르치는 사람이 지식을 전수하는 게 아니라 학습자가 참여를 통해 지식을 구성하고, 학생은 추상화된 정보를 습득하는 게 아니라 실제적인 지식을 문제 해결을 위해 적용하며, 학습 공간은 기존의 학교에서 학교 밖의 환경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부분의 미래 논의가 그렇듯 문제의식과 전망은 심오하고 원대하나 구체적·실천적 대안은 미흡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학생에게 가장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앞으로도 교사가 될 수밖에 없다. 교육 혁신의 성공도 결국은 교실 교사를 통해 가능하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21세기 스킬을 위한 파트너십(Partnership for 21st Century Skills)’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미래 교육에 있어 교사의 역할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교사는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 학습자가 될 수 있도록 동기 부여자 혹은 안내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학교에서 또는 책으로 배우고 암기해 왔던 정보는 지능정보를 활용해 누구나, 어디에서나 검색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학교는 모든 지식과 정보를 학생에게 가르친다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학교는 단순 정보 전달 중심의 전통적인 교육, 즉 무엇을(know-what), 왜(know-why)의 교육에서 문제 해결 중심의 어떻게(know-how)의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정보가 있는 곳(know-where)을 찾아내는 능력이 앞으로 보다 중요해질 것이므로 학교는 가르침(teaching) 중심의 교육에서 배움(learning)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초·중·고교 교사는 학생에게 많은 과목의 지식을 머릿속에 주입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정보를 효율적으로 검색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조합해 지식으로 만드는 능력을 가르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지능정보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바꾸고 있듯이 우리의 교실도 지능정보에 의해 바뀌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학교 교실은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각 교과목에서 교사는 기본적인 자료를 보여 준 뒤 학생들이 각자 필요한 정보를 찾아 자신의 학습 정도에 따라 자유롭게 배우는 것을 도와주는 조언자로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또한 미래의 교실은 현재와 같이 학생들이 조용히 교사의 강의를 경청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배우고 탐구하는 조직화된 혼돈(Organized Chaos) 상태가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능정보사회 창의적 교사의 역할은 지식 전달자에서 학습 멘토, 코치, 컨설턴트로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교사의 역할 전환에 맞춰 교사 양성·임용 등 교육체제도 함께 개혁돼야 한다. 학생이 배우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내는 능동적 학습자로 성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교사의 전문성은 직전교육과 현직교육을 통해 길러진다. 직전교육이란 사범대 등 교원양성기관에서 예비교원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교육이다.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예비교사 지원자가 충분히 확보돼 있다. 문제는 교사의 창의적 능력과 전문성이 교원 양성, 임용, 현직 연수 등 평생에 거쳐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교원 양성 교육 과정은 가르쳐야 하는 교육 내용을 중심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한 방법에 초점을 뒀다. 앞으로의 교원 양성 교육 과정은 예비교사가 구성해 내는 교육 과정이 돼야 한다. 지능정보사회를 맞이해 학교 교육에 요구되는 교육 과정은 계속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양성 단계에서 교사 자격증 표시 과목이 현행처럼 견고하게 칸막이를 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래서는 창의융합교육도 어렵고 교원 인력 운용의 유연성도 떨어진다. 이를 위해 교원 자격의 다양화와 이에 대한 인정제도가 뒤따라야 한다. 새로운 자격을 부여하기 위한 연수 이외에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관련해 역량 중심 교육 과정의 도입과 함께 교원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연수제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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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능정보기술은 교육 패러다임 변화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기는 하나 현재 교육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해 줄 은탄환(silver bullet)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와이어드(Wired)지와 인터뷰에서 한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는 애플컴퓨터를 학교에 기증하면서 미국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은 듯하다. 그러나 그도 결국 손을 들면서 “문제는 (정보통신)기술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이 잘못된 것을 (정보통신)기술이 해결할 수는 없다. 아무리 많은 기술도 교육 문제 해결에는 흠집도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교육 문제는 사람, 즉 교사가 해결해야 하는 것이며 지능정보기술은 보조 수단에 불과하다.
 
 
한유경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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