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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 언니 보며 훈련한 ‘점프 신동’ 금메달 걸었다

중앙선데이 2017.02.26 02:07
최다빈, 삿포로 아시안게임 피겨 1위

 

최다빈이 25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겨울 아시안게임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아름다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최다빈은 이날 개인 최고 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AP=뉴시스]

최다빈이 25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겨울 아시안게임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아름다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최다빈은 이날 개인 최고 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AP=뉴시스]

‘피겨 여왕’ 김연아(27·은퇴)도 따지 못한 겨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김연아 키즈’ 최다빈(17·군포 수리고)이 목에 걸었다.
 

역대 아시안게임 피겨 최고 성적
동료 부상에 대타 출전해 대박
고교 선배 김연아 조언에 급성장
다음달 세계대회서도 메달 도전

최다빈은 25일 일본 삿포로의 마코마나이 실내링크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8.40점, 예술점수(PCS) 57.84점으로 합계 126.24점을 기록했다. 지난 23일 쇼트프로그램에서 61.30점으로 1위에 오른 최다빈은 총점 187.54점으로 개인 최고 기록을 작성하면서 24명의 선수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피겨 사상 최고 성적표다. 한국이 이번 대회 전까지 아시안게임 피겨에서 따낸 메달은 동메달 2개가 전부였다.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 100년 역사상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3위 이상의 성적을 거둔 유일한 여자 선수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그랑프리 파이널 등 모든 메이저 대회를 휩쓸었지만 갖지 못한 금메달이 하나 있다. 바로 겨울 아시안게임 메달이다. 2007년 창춘 대회를 앞두고는 허리 통증 탓에 출전을 포기했고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에서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우승 이후 휴식기에 들어가 불참했다.
 
 
왼쪽부터 리쯔쥔(중국·2위), 최다빈, 엘리자베타 투르신바예바(카자흐스탄·3위). [로이터=뉴스1]

왼쪽부터 리쯔쥔(중국·2위), 최다빈, 엘리자베타 투르신바예바(카자흐스탄·3위). [로이터=뉴스1]

김연아가 따지 못한 겨울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김연아를 보고 자란 최다빈이 목에 걸었다. 5세 때 친언니를 따라 스케이트화를 신은 최다빈은 11세 때 트리플(3회전) 점프 5종을 마스터한 ‘점프 신동’이다. 김연아처럼 점프를 도약할 때 에지가 매우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2년 만 12세에 국가대표로 뽑힌 최다빈은 2014년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6위에 올랐고 2014~2015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에선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동메달 2개를 따냈다. 점점 국제대회 경험이 쌓이면서 단점으로 지적됐던 표현력도 좋아지고 있다. 최다빈은 “연아 언니가 몸을 쓰는 법과 시선 처리 요령 등을 자세히 알려 줬다”고 했다. 김연아가 졸업한 수리고에 재학 중인 최다빈은 지난해 김연아와 같은 소속사 식구가 되면서 김연아의 애정 어린 조언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최다빈의 성적은 들쭉날쭉했다. 시니어 그랑프리에선 8위와 9위에 머물렀다.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자 최다빈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지난주 4대륙 선수권대회를 앞두고는 쇼트프로그램 음악을 영화 ‘라라랜드’ OST로 바꾸기도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최다빈은 2018년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테스트 이벤트인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완벽한 연기로 갈채를 받았다. 쇼트프로그램에서 ‘클린’ 연기를 펼쳤고 프리스케이팅에선 점프 실수도 있었지만 후반부에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하면서 182.41점으로 5위에 올랐다.
 
부진에도 낙담하지 않고 꾸준히 훈련에 임한 최다빈을 하늘도 도왔다.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당초 최다빈은 지난달 종합선수권대회에서 4위에 그치며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박소연이 발목 부상으로 대회를 포기하면서 김나현(17·과천고)과 극적으로 삿포로행 비행기를 타게 됐다.
 
최다빈은 갑작스레 얻은 기회를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었다. 일본 관중의 열정적인 응원을 받은 금메달 후보 혼고 리카(21)를 꺾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혼고는 점프 도중 넘어지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인 데 비해 최다빈은 완벽한 클린 연기로 박수를 받았다. 최다빈은 쇼트프로그램의 7가지 요소(점프 3개, 스핀 3개, 스텝 시퀀스 1개)에서 모두 가산점을 챙겼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최다빈의 강한 멘털이 빛났다. 프리스케이팅 마지막 그룹의 맨 마지막 순서인 24번째로 연기한 최다빈은 다른 선수들의 클린 연기를 보고 부담이 컸을 텐데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영화 ‘닥터 지바고’ OST에 몸을 맡긴 최다빈은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까지 완벽하게 착지하자 그다음부터는 물 흐르듯 연기가 이어졌다. 4분10초간 실수 없이 아름다운 몸짓을 선보인 최다빈은 쏟아지는 박수에 고개를 숙여 화답했다.


최다빈의 생애 최고의 순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귀중한 기회를 얻었다. 발목 부상을 입고도 아시안게임 출전을 강행한 김나현이 다음달 29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출전을 포기하면서다. 결국 이 대회 출전권은 차순위인 최다빈에게 돌아갔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티켓이 걸린 중요한 대회다. 최다빈이 10위 안에 랭크되면 한국은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 2명의 선수를 출전시킬 수 있다. 최다빈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자신감을 얻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삿포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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