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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탄핵 각하하면 돼” “인용 안 되면 승복 안 해”

중앙선데이 2017.02.26 00:02 520호 3면 지면보기
대선주자까지 나서 갈등 부추긴 광장
25일 오전 대구시 중구 동아백화점 앞에서 박사모 대구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과 시민들이 이날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태극기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세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25일 오전 대구시 중구 동아백화점 앞에서 박사모 대구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과 시민들이 이날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태극기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세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은 25일 서울 도심은 대규모 탄핵 찬반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열리면서 또다시 둘로 갈라졌다.

태극기 집회 휘발유통까지 등장
재판관 실명 거론 협박성 발언도
김평우 “복종하라면 복종해야하나”

촛불집회선 “특검 연장, 탄핵인용”
문재인” 자진사퇴 흥정 대상 안 돼”
안희정 “압도적 여론 무시 못할 것”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탄핵 반대 총력전을 펼쳤다. 대구·경북 등에서 상경한 버스 수십 대가 세종대로 일대를 가득 메웠다.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오후 2시 시작된 집회는 오후 8시 무렵까지 이어졌다. 오후 7시쯤 마무리됐던 그간의 집회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올 들어 최대 규모인 260만 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탄핵심판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 서석구·김평우 변호사와 자유한국당 김진태·조원진·윤상현 의원 등도 집회에 참가했다.
 
탄기국은 탄핵심판 결정을 앞둔 헌재를 몰아붙였다. 김평우 변호사는 “(헌재 결정에) 복종하라면 복종해야 하나. 우리가 노예인가”라며 “뇌물죄는 말도 안 되고 강요죄는 조금 있을지 모르나 대통령을 탄핵할 사유는 안 된다”고 헌재 결정 불복종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탄핵 사유 하나로는 안 될 것 같으니 여러 사유를 몽땅 섞어 (탄핵으로) 몰았다. 여러 개를 묶으니 탄핵 사유가 된다는 것은 사기”라고 덧붙였다. 김진태 의원은 “헌재는 기각을 고민할 이유가 없다. 탄핵소추가 처음부터 국회에서 엉터리로 (처리)된 것이기 때문에 각하하면 된다. 헌재는 탄핵을 각하하고 국회는 책임을 지고 해산해야 한다”고 국회 책임을 물었다. 윤상현 의원은 “탄핵 사태의 본질은 야당과 좌파 세력이 힘을 합쳐 대한민국을 찬탈하기 위한 망국책동이다. 대통령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다시 살려 헌정질서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극기집회는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이날 집회에선 헌법재판관 실명을 거론한 협박성 발언도 이어졌다.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는 “이정미, 강일원이 빨리 탄핵해서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문재인을 대통령 만들면 살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헌정 전체를 탄핵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당한 절차가 없으면 대한민국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당신들 안위도 보장 못한다”고 덧붙였다. 휘발유통이 등장하는가 하면 무기단식 주장도 이어졌다.
 
이모(68)씨는 세종대로 인근에서 휘발유통을 들고 분신을 시도하다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권영해 탄기국 공동대표는 “27일 (헌재가) 탄핵 변론을 종결한다며 그들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짐작된다. 그 다음날부터 헌법재판소 앞에서 무기한 단식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전국 집중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특검 수사 연장”과 “헌재 탄핵 인용”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엔 100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대권 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공무원이 사직원을 내더라도 탄핵 절차는 계속된다. 법적 절차는 계속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자진 사퇴하더라도 탄핵심판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이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박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탄핵을 늦추려고 발버둥 치는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자진 사퇴가 정치적 타협을 위한 흥정의 대상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문 전 대표에 대한 테러 첩보를 입수해 신변보호에 나서기도 했다.
 
이재명 시장은 집회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재는 국민의 뜻을 대리로 집행하는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그 뜻을 존중해 국민의 염원대로 박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탄핵은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우리 국민이 이미 해임하고 퇴진시킨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하지 않는다면 승복하지 않고 국민과 손을 잡고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박 대통령을 퇴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전북 전주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안 지사는 지역 기자들과의 토론회에 참석해 “헌재가 주권자인 국민의 압도적인 여론과 요구를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헌재가 국민의 뜻에 따라 새로운 대한민국의 출발을 의미 있게 심판하고 국회의 탄핵 가결을 인용해 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태극기와 촛불집회 참가자가 다시 크게 늘고 있다. 태극기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속초에서 왔다는 이상일(57)씨는 “집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 나 좋자고 온 게 아니고 미래 세대가 걱정돼 나왔다. 처음엔 승용차로 집회에 오다가 오늘은 버스 3대를 나눠 타고 왔다”고 말했다. 아들 세 명을 데리고 촛불집회에 참석한 박소영(42·여)씨는 “대통령 탄핵을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들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조수영·나영인 인턴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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