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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디어 판’ 뒤집기…백악관, NYT 등 브리핑서 배제

중앙선데이 2017.02.26 00:02 520호 2면 지면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주류 언론 사이의 갈등이 점입가경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해 미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편에 섰던 뉴욕타임스(NYT)ㆍCNN 등 진보 성향 매체를 배제하려는 백악관의 시도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CNNㆍNYT 등 갈등 깊은 언론 대상
“진보 매체도 편견 거두고 진정해야”

 24일(현지시간)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프레스 개글(비공식 브리핑)'을 진행하며 NYT를 비롯한 10여 개 매체를 제외했다. 미 의회전문지 더 힐, 폴리티코,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의 백악관 담당 기자도 마찬가지로 취재 불이익을 받았다. ABCㆍCBSㆍNBC 등 미 3대 지상파와 비교적 정치색이 덜한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등 경제매체는 브리핑 대상에 포함됐다. AP뉴스, 시사주간지 타임은 불참했다.
 
 취재 보이콧을 당한 매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CNN은 오는 4월 예정인 백악관 주최 언론인 만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NYT는 딘 베케이 편집국장이 성명을 내고 “투명한 정부에 대한 언론의 자유로운 접근은 국가이익과 연관되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CNN은 “이번 조치는 분명 행정부에 비우호적인 매체에 대한 보복이며 전례가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매체는 지난 대선 때부터 트럼프와 ‘구원’을 쌓아왔다. NYT는 지난해 9월 25일 1차 TV 토론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4가지 이유’라는 2000자 분량의 사설을 내놨다. 이에 트럼프는 선거 직후 “망해가는(falling) NYT”라며 일갈했다.
 
 트럼프로부터 ‘가짜 뉴스(fake news)’라는 혹평을 들은 CNN은 올 1월 "대통령당선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외설적 정보를 러시아가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다음날 버즈피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3년 5월 모스크바에서 매춘부와 섹스파티를 즐긴 영상을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35페이지 분량 메모를 공개했다. 보도 이틀 뒤 버즈피드 스스로가 ‘미확인 정보’라고 밝힌 내용이었다. 트럼프는 버즈피드를 향해 “실패한 쓰레기더미”라고 비난했고, CNN 기자에게는 “당신들 매체는 끔찍하다”며 질문 자체를 거부했다.


 이번 사태에 NYTㆍCNN 등 주류 언론이 격분하는 이유는 백악관이 자신들을 제외시킨 자리에 강경 우파 성향의 대안 미디어를 채워넣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매체가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고문이 설립한 ‘브레이트바트 뉴스’다. 배넌은 백악관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대안 우파(Alt Right)’ 운동을 이끌며 트럼프와 공화당 ‘티 파티’ 등 강경 보수 정치인을 지지해왔다.
 
 백악관과 진보 성향 언론 사이의 신경전이 격화되면서 양측 모두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애리 프라이셔는 “일부 매체만을 브리핑에서 제외시킨 건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라면서도 “오바마 대통령도 몇몇 선별된 언론인과 종종 만나왔다. 언론도 이제 좀 진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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