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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가사도우미 정년 65세”

중앙선데이 2017.02.26 00:02 520호 1면 지면보기

가사도우미의 정년은 몇 세로 볼 수 있을까. 통상 만 60세로 인정됐던 기존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한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고령화로 일용직 정년 늘어”
종전 60세 정년 기준 깨뜨려

가사도우미로 일했던 김모(64·여)씨는 2013년 11월 경기도 군포시 소재 한 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다. 보행로가 따로 없는 도로의 왼쪽 끝에 붙어 길을 가다 이모씨가 운전하던 차량에 치인 것이다. 김씨는 오른발이 골절돼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다. 병원 치료 후에도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김씨는 이씨가 가입했던 A보험사에 치료비와 함께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없었던 기간의 수입(일실수입)을 청구했다. A사는 이를 거부했고 김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가사도우미의 가동연한(稼動年限), 즉 정년을 몇 세로 볼 것인가였다. A사 측은 “가사도우미에겐 도시 일용근로자의 정년(만 60세) 기준이 적용된다”며 “사고 당시 60세를 넘겼으므로 김씨는 더 일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이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도시 일용근로자는 정년을 60세로 본다”고 판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씨 측은 “사고시점에도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었고 최소 63세까지 일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기존 판례대로 보험사 측 손을 들어 줬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달랐다. 이 사건을 심리한 수원지법 민사5부(부장 이종광)는 “도시 일용근로자의 가동연한은 현실적으로 65세로 봐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판단 근거로는 ‘인구 고령화’와 ‘근로노인 증가’를 들었다. 90년 71.28세였던 평균 수명이 2015년 82.1세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60세 이상~65세 미만 경제활동인구 비율도 53.4%에서 59.4%로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정년을 60세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정년 60세’를 규정한 대법원 판례가 나온 후 26년이 지났다. 그간 고령인구의 경제활동 참여가 급격히 늘었으므로 기준을 65세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가사도우미에게도 이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해배상소송에서 가동연한은 배상액 규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사고시점부터 일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더 인정되느냐에 따라 손해배상액 규모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법원은 통상 해당 직종의 정년을 가동연한으로 본다. 단 정년 규정이 없는 전문직종은 판례로 특별히 정한다. 골프장 캐디·패션모델(35세), 프로야구 선수(40세) 등은 낮으며 변호사·관세사·목사(70세) 등은 높은 편이다. 전문직종을 제외한 경우에는 60세 기준을 적용해 왔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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