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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노인을 위한 가이드

중앙선데이 2017.02.26 00:02 520호 32면 지면보기
저자 : 마이클 킨슬리 출판사 : 책읽는수요일 가격 : 1만2000원

저자 : 마이클 킨슬리출판사 : 책읽는수요일가격 : 1만2000원

지인의 일화다. 장성한 딸이 아버지와 다퉜다. 과거만 있고, 현재는 불성실하며,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생각되는 아버지가 딸은 답답했다. 뒤숭숭한 마음에 집 밖에서 서성거리는 찰라, 문자가 한 통 왔다. 엄마였다. 짧은 두 문장이었다. ‘딸아, 아빠를 이해해주렴. 나이 들면 작은 일에도 서러워진단다.’ 딸은 누구나 겪지만 신경 쓰지 않았던 나이듦에 잠시 성찰하게 됐다고 한다. 처음 늙는 일일테고 아버지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처음 늙어보는 사람들에게』

초보 노인을 위한 가이드북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처음 늙는다. 책의 저자는 66세 미국 언론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고령자의 기준에 발을 내딛은 지 오래되지 않았다. 고령자가 된 지 1여년만에 이런 책을 내다니. 저자는 42세에 파키슨병 선고를 받았다. 파키슨병은 알츠하이머병과 함께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꼽힌다. 병의 증상이 노화와 유사하다. 저자에 따르면 정신이 깜빡 깜빡하고 손이 떨리고 몸이 경직되고 움직임도 둔하다. 
 
저자는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조지 워싱턴대 로스쿨에서 법학전문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정치 칼럼니스트로 명성을 쌓았고, CNN의 간판 정치 토크쇼 ‘크로스 파이어’의 진행자로 활약했다. 사회적 명성을 두텁게 쌓아갈 무렵 그는 노인으로 살아야 한다고 선고받는다. 그리하여 23년간 동년배에 앞서서 늙어감을 경험한다. 
 
책은 그의 경험을 빌어 사랑받는 노인이 되기 위한 조건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저자 자신이 겪은 일과 생각들을 서술했다. 파키슨병 환자로서의 투병기지만, 노인이 겪는 일상과도 같은 이야기다.
 
저자는 처음 병 진단을 받고서 8년을 숨겼다. “나쁜 뉴스를 처리하는 데 세 가지 방식이 있다. 수용, 대결, 거부”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수용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다 받아들이는 것이고, 대결은 질병을 삶의 중심에 놓고 적극적으로 관련 활동을 하는 것이며, 거부는 마치 그 병에 걸리지 않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저자는 거부했으나 결국 모두가 알면서 모른 체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타임지에 칼럼을 통해 커밍아웃한다.
 
저자의 단상은 유머로 포장되어 있지만 꽤 날카롭다. 그는 “장수한다고 제발 사람들 앞에서 뻐기거나 사람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을 생각은 하지 마시라”고 일침을 놓는다. 장수를 위해 스스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사실은 매우 작다는 이유에서다. 윤리적 측면에서가 아니라 사람들은 가장 이기적인 동기로 장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늘 경쟁하며 살지만 생의 마지막 경쟁이 더 치열하다는 것도 노화를 겪어본 그의 생각이다.
 
“인생의 각 단계에서 어떤 사람들은 같은 나이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늙거나 젊어 보인다. 그러나 그런 차이는 인생의 마지막 챕터에서는 유독 엄청나게 커진다. 71세 노인이 지팡이에 의지해 비틀비틀 걷거나, 요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지 않지만, 71세 노인이 대통령에 출마한다고 해도 충격을 받지는 않는다. 같은 노인이라도 엄청나게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은 (베이비) 부머 세대가 펼치는 생의 마지막 경쟁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든다.”
 
그는 노인이 될수록 혼자만의 울타리에 갇히지 말라고 조언한다. 노년에게 있어서 과거는 빛나는 훈장이라기보다는, 현실을 현명하게 살아내는 경험과 풍부한 데이터로 작용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다. 나이 들수록 자신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과 주변 세계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말고 연대할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책은 ‘초보 노인을 위한 가이드’를 방법론적으로 세밀하게 서술하지 않는다.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기도 한다. 하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젊어지려 애쓰고 늙는 것을 문제라고 생각한다. 노년의 세계에 막 도착하거나, 언젠간 도착할 모든 사람들에게 남은 일생을 무엇을 위해 분투해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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