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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는 작업실

중앙선데이 2017.02.26 00:02 520호 22면 지면보기
겨울비 내리는 늦은 밤, 열린 창가로 스며드는 바람이 아주 나쁘지만은 않다. 남쪽 어느 지방에는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소식도 있고, 제주에는 유채꽃도 만발했다지만, 파주의 봄은 멀기만 하다. 한 해를 살아온, 시골 내음을 그림에 담고 정리해 온 나의 작업실. 한동안 멍하니 빗소리에 빠져 앉아 있다. 문득 야보선사의 글 하나 뒤적거려 다시금 읽어 본다.

도시남자 이장희, 전원 살다 <23>


산당의조용한 밤, 말없이 앉았으니
적적하고 고요하여 모두가 자연 그대로다.
어찌 된 일인지 서쪽 바람에 임야가 움직이더니
외기러기 높은 하늘에서 구슬피 우는구나
-『금강경오가해』


하루를 더 살면 하루를 더 배울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작업실에 앉아 있는 시간만큼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그 얄팍한 자신감이 나는 좋다. 이내 작업실을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이 비가 잦아들면 산들산들 봄소식도 전해 오면 좋겠다.
 
 
이장희 : 대학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하고 뉴욕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의 저자. 오랫동안 동경해 온 전원의 삶을 실현하기 위해 서울과 파주를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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