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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흥미로운 테마 홀 TOP10] 코스 이동을 배로, 그린 한가운데엔 벙커가

중앙일보 2017.02.25 00:02
해남 파인비치는 수평선 바라보며 티샷... 블랙벙커 홀, 도넛 홀 등 이색 홀 많아
스카이72 17번 홀.

스카이72 17번 홀.

유독 그 홀에만 가면 뭔가 색다르면서 재미가 솔솔 풍기는, 그런 뻔하지 않은 곳이 어디 없을까. 한국의 수많은 골프장 중에서 재미난 테마를 가진 톱10 홀을 추렸다.
 
렉스필드CC 7번 홀.

렉스필드CC 7번 홀.

 
블랙 홀: 경기 여주의 렉스필드컨트리클럽(CC) 레이크 코스 7번(파3, 160m. 화이트 티 기준) 홀은 경북 안동의 사암에서 검은 모래 알갱이를 추출해 그린을 둘러싼 ‘블랙 벙커’를 가진 홀이다. 4년 전에는 그곳 벙커에서 발암물질인 석면이 나온다는 환경단체의 지적이 나오면서 급히 흰색으로 교체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이후 골프장은 친환경적인 검은 모래를 찾아다녔고 지난해 2월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한국광해관리공단 등 3곳에서 무석면 인증을 받은 검은 모래를 써 블랙홀 복원에 성공했다. 그린 뒤쪽 높은 암벽, 동굴과 어우러지는 몽환적 분위기여서 골퍼들 사이에 널리 회자했던 홀이다.
 
강원도 삼척의 퍼블릭 코스인 블랙밸리CC는 폐광지역임을 알리는 지역색이 잘 녹아 있다. 3~4번 홀 사이의 이동로에는 탄광갱도 모형을 조성해 색다른 체험공간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12번(파4, 316m) 홀에는 총 5개의 벙커가 있는데 이중 하나는 흰 벙커 주변을 블랙 벙커가 감싸고 있다. 이곳이 탄광 지역이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강원도 정선의 하이원CC 마운틴 코스 6번 홀도 그린 앞 세 개의 벙커에 검은 모래를 깔았다가 발암물질 보도 이후 모두 흰색 모래로 교체했다.
 
벙커 지뢰밭: 경기 용인의 레이크힐스CC 루비 코스 8번(파5, 484m) 홀에는 벙커가 23개나 펼쳐져 있다. 이마저 원래 구조에서 5개가 줄어든 것이라는데, 국내 골프장의 단일 홀 중에서 가장 많은 벙커가 있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보면 마치 표범 등처럼 큼직큼직한 점이 군데군데 박혀 있다. 페어웨이를 따라 벙커가 열병식 하듯 자리를 잡는다. 그 대열에서 이탈해 페어웨이 중앙을 버젓이 가로막는 크로스 벙커도 눈에 띈다. 이를 피하려면 티 샷은 5번째 벙커와 이 벙커 뒤쪽의 비스듬히 기울어진 소나무 사이를 목표로 잡고 200~230m 정도 날려야 한다. 이 지점은 페어웨이도 평평하고 시야도 트여 세컨드 샷을 하기에 좋다. 하지만 그 샷이 페어웨이 옆으로 새면 벙커다. 그린까지는 오르막이 계속된다.
 
모래 사막 페어웨이: 영종도의 스카이72골프리조트 오션 코스 17번(파3, 125m)은 홀 전체가 모래로 둘러싸인 모래 사막 홀이다. 워터 해저드에 빠져 볼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지만 볼을 그린에 다시 올리기가 만만치 않다.
 
제주도의 제피로스CC 마운틴 6번(파3, 171m)홀 역시 한 개의 벙커가 그린을 온통 둘러싸고 있다. 물 대신 모래 속에 우뚝 솟은 아일랜드 홀이다. 온 그린을 시도하는 긴장감을 고스란히 가지면서 실수로 그린을 놓치더라도 벙커 샷으로 만회할 수 있다. 대부분의 골퍼는 겉으로는 대범해 보여도 사소한 것에 상처받는다. 볼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은 소심한 골퍼에겐 기쁨이요, 축복이다.
 
아일랜드 티잉 그라운드: 강원도 고성의 파인리즈골프리조트 레이크 코스 9번 홀(파5, 603m)은 골프 설계가 이재충의 트레이드 마크인 아일랜드 티잉 그라운드다. 그런데 8번 홀 그린을 지나 티잉 그라운드로 가려면 갯배를 타고 양끝에 연결된 줄을 당겨 호수를 건너야 한다. 갯배는 원래 속초 청초호에서 발원한 좁은 물길 양쪽의 마을을 잇는 중요한 교통 수단이었다. 파인리즈는 코스를 조성하면서 ‘아바이 갯배’라 불리던 배를 고증을 통해 코스에 부활시켰다. 혹시 배 멀미가 걱정된다면? 걱정하지 마시라. 옆의 다리를 건너 이동할 수 있다.
 
낙차 큰 파3 홀: 산악 코스가 많은 국내 골프장에는 높은 티잉 그라운드에서 아래로 내려 치도록 고저의 차를 이용한 파3 홀이 제법 많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파3 홀은 경기도 하남의 동서울 캐슬렉스GC 2번 홀이다. 눈앞으로 서울 강남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티잉 그라운드에 서보면 그린까지 고저 차이는 무려 50야드에 육박한다. 거리는 200야드인데 육안으로는 볼을 치면 꼭 그린을 넘길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매번 그린에 못 미치고 경사지에 걸리고 마는 홀이다. 국내에 낙차 큰 파3 홀은 너무도 많지만 캐슬렉스의 이 홀만큼 낙차가 크면서 도심의 멋진 경관을 주는 홀은 없다.
 
도넛 그린: 강원도 고성의 파인리즈의 리즈 코스 2번(파4, 291m)홀은 그린 안에 도넛 벙커가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다. 벙커 맞은 편에 핀이 꽂혀 있으면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다. 때론 온 그린보다 에지에 볼을 보내는 게 더 나을 수 있는 창조적인 플레이를 요한다. 그린에서 핀이 어느 위치에 꽂혀 있느냐에 따라 숏 게임의 공략법이 확장된다.
 
해슬리나인브릿지 16번 홀.

해슬리나인브릿지 16번 홀.

 
파인리즈가 국내 처음으로 시도한 도넛 그린은 경기도 이천에 있는 해슬리나인브릿지에서는 더 다양해 진다. 14번 홀(파3, 120m)은 그린 주변으로 5개의 깊은 항아리(pot) 벙커가 있어 난이도가 높다. 16번 홀(파5, 450m)은 워터 해저드 건너편에 조성된 그린 안에 벙커가 있다. 제주도의 더클래식골프리조트 18번 홀(파4, 330m)에도 그린 안에 동그란 벙커가 있다. 그런 상황을 옛 사람은 ‘화룡점정’이라 했나. 하지만 잘 오다가 거기에 볼을 빠뜨리면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이 되고 만다.
 
깔때기 그린: 지금은 가볼 수 없는 금강산아난티 5번 홀은 온 그린만 되면 볼이 깔때기처럼 생긴 경사면을 타고 내려가 홀컵에 쏙 빠지는 ‘깔때기 홀’이 정규 그린 왼쪽에 보너스로 조성되어 있었다. 그 아이디어에 호응이 좋았다. 경기도 가평의 아난티클럽서울이 코스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느티나무 코스 5번 홀에 깔때기 그린을 만들었다. 물론 정규 그린이 있는 오른쪽에 깔때기 그린을 추가로 만들었다. 온 그린만 하면 볼이 돌돌 경사를 타고 돌아내려가 홀인을 한다. 물론 여기서 홀인을 해도 홀인원 증서는 발급되지 않는다.
 
충북 청원의 9홀 퍼블릭인 오창테크노빌의 마지막 파4 홀 그린에도 깔때기 홀 개념이 응용됐다. 온 그린 하면 볼이 홀컵에 빨려들어가지는 않지만, 홀컵 부근 컨시드 거리로 가면 버디를 손쉽게 잡을 있도록 경사면을 주어서 쉽게 홀인한다.
 
전북 군산의 군산CC 남원 코스 8번 홀(파3, 130m)에도 깔때기 홀이 조성돼 있다. 한 때 이 홀의 홀컵은 지름이 거의 30cm여서 홀컵이 아니라 세숫대야를 박아넣은 것 같다. 데굴데굴 굴러내려온 볼이 홀컵에 떨어지면 마치 꽹과리 울리는 소리가 났다.
 
파인리즈 6번 홀.

파인리즈 6번 홀.

 
암반으로 된 그린: 강원도 고성의 파인리즈 레이크 코스 6번 홀(파5, 508m) 그린의 일부는 잔디가 아니라 딱딱한 암반으로 되어 있다. 공사 중에 발견한 암반을 발파하지 않고 그린의 일부로 활용했다. 골프장은 깃대가 꽂히는 잠정 홀컵을 3곳 만들었는데, 이곳에 깃대가 꽂히면 아스팔트에서 퍼팅하듯 창조적인 퍼팅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말발굽 홀: 강원도 삼척에 있는 파인밸리GC는 예술적 골프 설계의 거장인 임상하의 유작이다. 그곳 파5 7번 홀은 485m인데 홀 모양이 말발굽을 닮았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계곡을 건너 넘기려면 260m가 필요하다. 장타자는 티잉그라운드에 서서 그린을 향해 쏘는 도전을 종종 성공하는데, 그러면 이글 기회를 얻는다. 티 샷을 정직하게 페어웨이로 보낸다 하더라도 두 번째 샷에서 다시 계곡을 넘겨야 할지 결정하도록 만든다. 골프장은 이 홀을 ‘말발굽 홀’로 지칭하고 티 샷에서 계곡을 넘기려는 골퍼를 위해 친절하게 홀 거리 표시까지 해두었다.
 
경남 거제도의 신설 코스인 드비치GC 3번 홀(파4, 410m) 역시 U턴을 해서 돌아가는 말발굽 홀이다. 페어웨이는 내리막이었다가 그린에 가까울수록 올라가는 구조여서 원 온의 도전욕을 자극한다. 하지만 페어웨이를 향해 친 드라이버 샷이 잘 맞으면 계곡으로 올라갈 수도 있으니 정확한 거리 조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바다를 건너 쏴라: 전남 해남 파인비치의 바다를 건너 치는 비치 코스파3 6번(182m) 홀과 파4 7번 홀(369m)은 풍경뿐만 아니라 공략 노하우에서도 백미다. 서로 마주보고 위치해서 시간대에 따라 한 홀이 순풍이면 다른 홀은 역풍으로 바뀐다. 파3 홀에서 바람을 타고 우드 샷을 잘하면 다음 홀인 파4에서는 맞바람을 안고 계곡을 넘겨 페어웨이에 보내기가 고민이다. 드라이버를 잡아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수평선을 바라보며 샷을 하는 기분은 골프의 진수다. 그래서 여기서 티 샷을 물에 빠뜨리면 해저드 티로 순순히 가는 게 아니라 다들 하나씩은 더 치고 간다.
 
사우스케이프 16번 홀.

사우스케이프 16번 홀.

 
 2014년 개장한 경남 남해의 사우스케이프 16번 홀(파3, 152m) 역시 바다 건너 내리막의 불쑥 튀어나온 케이프 위에 조성된 그린을 향해 쏘는 홀이다. 잘 쳐서 볼을 그린에 올리면 세상을 다 얻은 듯 뿌듯하고 볼을 물에 빠뜨리면 벌타를 먹고도 자연스레 또다시 치고 싶어진다.
 
남화영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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