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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없는 대선 테마주 투자 주의보] 사돈에 팔촌까지 엮어 개미 투자자 유혹

중앙일보 2017.02.25 00:01
 
관련 이슈가 나오며 지지율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테마주 주가도 따라 출렁거린다. 이미 대선 테마주 리스트도 나와 있다. 증권 관련 카페나 블로그엔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황교안, 유승민 테마주 리스트가 올라 있다. 각 대선주자별 테마주와 대장주를 정리해놓은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출마 포기 의사를 밝힌 2월 1일 직후 반기문 테마주들이 폭락하며 투자한 개미들을 한숨 쉬게 했다.

18대 대선 때 테마주 투자 개인 피해 600억원 넘어…작전 세력 올해도 극성부릴 듯

 
탄핵과 조기 대선 같은 이슈가 이어지는 상황이라 대선 테마주를 둘러싼 잡음도 커질 전망이다. 보다 못한 한국거래소는 ‘정치 테마주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거래소 시장감시본부에 따르면 내부적으로 정치 테마주로 분류해 감시하고 있는 종목만 80여 개다. 유력 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안희정 충남지사 관련 테마주는 이미 과열 단계다. 최근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급등하자 ‘황교안 테마주’까지 생겨났다. 전문가들이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개미들은 루머를 믿고 테마주에 매달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선 테마주 투자는 손해 볼 가능성은 크고 수익은 적게 오는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 투자라고 경고한다.
 
위헙은 높고 수익은 적다 
 
먼저 문재인 테마주를 살펴보자. 여론조사 1위 후보라 관련 테마주 명단이 긴 편이다. 크게 분류하면 사업과 학연 관련 주식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 문 전 대표 소속 법무법인의 고객사나 고등학교, 대학교 동문이 주요 주주인 기업들이다. 문재인 테마주로 먼저 꼽히는 곳은 대성파인텍이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회사다. 이 회사의 등기 임원이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출신이다. 문 전 대표가 몸 담은 법무법인의 고객사이기도 하다. 우리들제약과 우리들휴브레인도 증권가에서 잘 알려진 기업이다. 이 회사는 문재인 소속 법무법인과 법률자문 관계다. 바른손도 문재인 소속 법무법인과 법률자문 관계다.
 
조광페인트의 양성민 회장은 문 전 대표의 경남고 동문이자 경남고 출신 경제인 모임인 덕경회 회원이다. 대한제강의 오완수 회장도 경남고 출신이자 덕경회 회원이다. 이처럼 경남고·덕경회 출신 기업인이 있는 곳은 대부분 문재인 테마주로 꼽힌다. 경희대 출신 최고경영자(CEO)나 대주주가 있는 기업도 문재인 테마주 명단에 들어 있다. 서희건설, 유성티엔에스, 알루코 경영진과 대주주가 경희대 출신이다. 신일산업과 국보디자인 대주주도 같은 학교 동문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문 전 대표와 각별한 경영자를 꼽기 어렵다는 점이다. 문재인 테마주로 주목받았던 우리들제약과 그 자회사인 우리들휴브레인을 살펴보자. 처음 테마주로 소개될 당시 회사의 최대주주가 문 전 대표의 지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회사의 최대주주 김수경 대표는 부산 출신이다. 여기에 법률자문을 받으니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김 대표와 문 전 대표와의 인연은 밝혀진 바 없다.
 
2012년을 떠올려 보자. 당시 문재인 테마주는 우리들생명과학이었다. 최고가 3640원을 기록했다가 1년 만에 388원으로 떨어졌다. 우리들생명과학이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된 것은 대주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다는 이유에서였다.
 
지지율이 20%를 넘은 안희정 충남지사 테마주도 논란거리다. 최근 코스닥 상장사 백금T&A는 주가가 급등했다.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심지어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투자자들이 몰렸다. 이 회사 최대주주가 고려대 출신이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2월 1일 종가가 5920원이었는데 17일 종가는 7180원으로 2주 만에 30%가 올랐다. 거래소의 주가 급등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은 “공시할 만한 사항이 없다”였다. SG충방도 비슷한 경우다. 이 회사는 섬유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다. 대표인 이의범씨가 386 운동권 출신으로 안 지사와 친분이 있다는 풍문이 돌았다. 이 회사는 보도자료를 내고 “안희정 지사와 자사 대표이사가 친분이 있다는 풍문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음에도 2월 1일 3900원이던 주가는 17일 종가 6960원을 기록했다. KD건설의 1월 주가는 200원 안팎이었다. 지금은 600원에 거래 중이다. 안희정 테마주로 소문난 덕이다. 회사는 2월 2일 공시를 통해 “안희정과 아무 연관성에 없으며 본사도 경기도 안산에 소재해 지역과 무관하다”고 밝혔으나 그 후에도 이상 급등 현상을 보였다. 거래소는 주가 작전 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이들은 일반 투자자가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중소·중견 기업이다. 작전 세력이 이를 이용해 소문을 내고 차액을 실현하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테마주로 묶이는 사유, 전혀 말도 안 돼” 
 
황교안 권한대행 테마주도 등장했다. 인터엠이 테마주로 꼽히며 탄핵 관련 소식에 주가가 춤을 추는 중이다. 테마주로 꼽힌 이유는 최대주주인 조순구 인터엠 회장이 황 대행의 출신학교인 성균관대를 졸업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과 황 총리와의 관계는 전해진 바 없다. 이재명 성남시장 테마주로는 코스닥 기업 에이텍이 있다. 그런데 경기도 성남시에 회사가 있다는 이유 말고는 이 시장과의 특별한 연관점을 찾기 어려웠다. 유승민 테마주는 위스콘신 대학 인맥이 떠올랐다. 회사 대표가 유 의원과 위스콘신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대신정보통신과 세우글로벌이 테마주로 분류됐다. 물론 이들과 유 의원과의 친분은 알려진 바 없다. 그나마 한국거래소에서조차 인정한 테마주가 하나는 있다. 안철수 테마주인 안랩이다. 안랩은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가 세운 회사이자 안 전 대표가 지분 18.6%를 보유한 기업이다.

결론적으로, 테마주에 투자하는 일은 대단히 위험하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12월부터 2월 7일까지 조사한 결과 정치 테마주 투자자 98%가 개인투자자였다. 그리고 투자자의 70%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급등한 정치인 테마주 25개에 주가 급등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 조치도 내렸었다. 25개 모두 ‘주가 상승 요인이 기업과 무관하다’는 답을 보내왔다. 소문을 내고 개인이 들어가면 따로 이익을 챙기는 그룹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황이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만 해도 인맥과 학연, 거짓 소문 등에 따라 분류된 대선 주자 테마주에 투자한 개인들의 피해 금액은 600억원이 넘었다. 시세를 조정하는 작전 세력보다 정보가 늦을 수밖에 없는 일반 개미투자자들의 피해 규모가 전체의 90% 이상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19대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이슈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작전 세력에 휘둘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춘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상무는 “테마주로 묶이는 사유를 보면 전혀 말도 안 되는 이유”라며 “투자자들도 이를 알면서도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어 투자가 과열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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