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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취임 4주년을 맞는 박 대통령과 태극기 집회

중앙선데이 2017.02.24 18:06
VIP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중앙SUNDAY 편집국장 이정민입니다.

"우리나라가 여기서 멈춰서선 안됩니다.대통령 탄핵은 안됩니다.더이상의 무질서와 혼란은 안됩니다.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합니다.세계 경쟁에서 이길수 있게 실력을 길러야 합니다."
영하의 날씨,광화문 네거리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어르신의 모습이 스산합니다.확성기를 붙들고 '다시 잘사는 나라'를 부르짖던 이 분은 아마 대한민국의 성공 신화를 일궈낸 개발시대의 주역 중 한 분이었을 테지요.신호가 녹색불로 바뀌어 길을 건너려는 찰라,피켓을 쥔 장갑 끼지 않은 거친 손이 시야에 들어옵니다.흘끗 뒤돌아보다 마주친 눈빛은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매주 토요일이면 시청앞 광장과 대한문 일대은 이런 어르신들로 넘쳐납니다.그 수가 불어나는 것은 물론 가족 단위로,혹은 고교·대학 동창들이 기수별로 모이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무리짓는 건,같은 시대에 같은 경험을 했던 집단의식의 발현입니다.보릿고개를 넘어 산업화와 고도성장의 시대를 함께 일궈온 이들 사이엔 유사한 가치관이 형성되게 마련입니다.모두가 고달프고 어려웠던 시기,주경야독하며 쉬지않고 질주해 마침내 성공의 열매를 거뒀던 기억과 성취감,산업화 세대는 자신들이 겪어온 삶과 경험을 그 시기의 지도자와 일치시키며 지도자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합니다.그러니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박정희 신화'는 산업화 세대의 감수성과 가치관에 고스란히 녹아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이들이 혼신을 다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한 것도,탄핵 반대를 외치며 '박근혜 지키기'에 나서는 것도 신화 지키기의 일환이라고 저는 이해합니다.
그런데 평생 지켜온 성공 신화가 깨지려 합니다.이 불편한 현실과 맞닥뜨린 이들의 당혹함과 상실감은 너무 급작스러운 것이어서 미처 방어 수단과 방법을 갖추지 못한채 감정적이고 우발적인 모습으로,거칠고 투박하게 표출됩니다.세련된 소통 방법을 익히지 못한 탓에 대중의 호응을 불러내기는 커녕 되레 반감을 들게 하거나 희화화되는 아이러니를 낳기도 합니다.
이들은 박 대통령 취임 4주년째가 되는 내일(25일) 서울 한복판에서 대대적인 집회를 벌인다고 합니다.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세력의 맞불 집회도 예고돼 있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앞둔 양 진영의 대결이 정점으로 치닫게될 전망입니다.헌재의 탄핵 심판이 종착역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여론은 탄핵 인용 결정 가능성을 좀 더 높게보고 있는 것같습니다.'대통령 탄핵=대한민국의 정통성 부정'으로 받아들이는 '태극기 어르신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결정일 것입니다.광장엔 이미 '탄핵 불복' 구호가 울려퍼지고 있습니다.만약 탄핵이 인용되면 광장은 이에 불복하는 집회로 뒤덮일 가능성이 큽니다.그간 쌓아올린 탑이 무너지는 듯한 낭패와 상실감이 극단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탄핵이 기각된다 해도 상처를 입을대로 입은 박 대통령이 리더십을 회복하긴 어려워 보입니다.브레이크 없이 마주 달려오는 '기관차'는 이렇게 정면 충돌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고 더 깊숙한 블랙홀로 빠져드는 듯 현기증나는 어지러움이 몇달째 이어지고 있지만 정치권은 정국 관리 능력을 상실한채 대권 놀음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특히 거대 야당은 '4월 하야,6월 대선'이란 정치 원로들의 해법이나 '안정적인 정권 이양 방안을 만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박 대통령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채 초강수를 둬 스스로 호랑이 등에 올라탄 신세가 돼버렸습니다.어떤 정치력도,협상력도 기대하기 어렵게 돼버린 것이지요.4년전 오른손 들어 취임 선서를 했던 박 대통령은 피고석에 앉아 취임 기념일을 맞고 있으니 블랙코미디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이 모든 혼란과 갈등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은 말할 것도 없고,박 대통령은 당초 약속과 달리 특검 수사에도,헌재 출석도 응하지 않고 진지전을 벌임으로써 양 세력간 갈등의 곬을 깊게하고 있습니다.여당발(發)로 보이는 하야설은 당초 의도가 어찌 됐든 불신과 반목의 불쏘시개가 되고 있을 뿐입니다.
어차피 막다른 길입니다.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탄핵이란 파국을 면하고 이쯤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려면 박 대통령이 결단해야 합니다.박 대통령이 모든 걸 내려놓고 조건없이 물러나겠다고 선언한다면 극한 충돌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의연하고 품위있는 결단은 당장에야 반발이 있겠지만 궁극적으론 태극기 세력의 자존심과 긍지를 지켜줘 결국 보수 세력을 결집하게 할 것입니다.사즉생의 각오로 자신을 던지는 것만이 자신에게 아낌없는 지지와 충성을 보내준 성장 신화의 주역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들의 명예를 지켜주는 길이기도 합니다.평소 애국심을 트레이드 마크로 앞세워온 박 대통령의 애국적 결단을 기대해봅니다.

이번주 중앙SUNDAY는 탄핵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 논리에 발목잡힌 경제 현장을 고발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기업 투자가 이익단체의 반발이나 정치권 입김에 막혀 무산되거나 보류되고 있는 포퓰리즘의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아울러 국회 처리를 앞두고 있는 상법 개정안의 내용과 국회 전망을 심층 보도합니다.최순실 게이트와 맞물려 여야는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상법 개정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그러나 개중에는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거나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에 구멍이 생길 수 있는 과도한 내용이 적지 않아 자칫 일자리 만들기나 경쟁력 강화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습니다.중앙SUNDAY가 팩트를 하나 하나 체크해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측 변호인인 김평우 전 대한변협 회장의 막말 파동의 전말과 이를 보는 법조계의 불편한 시선을 칼럼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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