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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승객 유치 팔걷은 파리공항


파리 샤를드골공항 국제선 터미널에서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이 피카소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공항 갤러리엔 피카소 미술관에서 빌려온 피카소의 진품 35점이 걸려있다. 탑승객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 백수진 기자

파리 샤를드골공항 국제선 터미널에서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이 피카소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공항 갤러리엔 피카소 미술관에서 빌려온 피카소의 진품 35점이 걸려있다. 탑승객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 백수진 기자

 
전 세계 공항은 지금 소리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시아에 비해 뒤졌던 유럽 공항들이 최근엔 더 적극적이다. 환승객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호텔은 기본이고, 극장·공원·놀이이설 뿐 아니라 미쉐린(미슐랭) 스타 셰프의 레스토랑까지 들여오고 있다. 그동안 환승객 유치에 소극적이었던 파리 샤를드골공항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환승객을 위한 무료 라운지를 만들었다. 31.6%(2015년 기준)에 불과한 환승객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책이다. 경쟁 공항 중 하나인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은 환승객 비율이 55%에 달한다.
 
샤를드골 공항은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의 루아시에 있다. 환승 대기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시내까지 다녀오긴 어렵다는 얘기다. 그동안 매력적인 환승지로 꼽히지 않았다. 심지어 ‘파리 환승은 웬만하면 피하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 정도였다. 뮌헨공항이 6위,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이 8위를 차지한 2016년 국제 환승 공항(스카이트랙스)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랬던 샤를드골 공항이 변신에 나섰다. ADP(파리공항공단)는 2016년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공항 시설 및 서비스 혁신에 46억 유로(약 5조 6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결과물 중 하나인 ‘인스턴트 파리’ 라운지가 2016년 11월 문을 열었다. 이름 그대로 짧은 시간 파리 도심을 여행하는 느낌을 주는 무료 휴식 공간이다. 면적은 4500㎡(약 1360평)이다. 오귀스탱 드 로마네 ADP CEO는 “인스턴트 파리는 2012년 처음 부임했을 때부터 머릿속에 있던 계획”이라며 “공항 안에서도 파리를 여행한 것 같은 특별한 경험을 승객에게 선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ADP는 인스턴트 파리에만 1600만 유로(약 196억원)를 쏟아부었다.
 
인스턴트 파리는 2E 터미널 L홀에 있다. 인천에서 출발한 에어프랑스·대한항공 등 국제선 비행기가 도착하는 K홀에서 공항셔틀열차로 한 정거장 떨어져 있다. L홀은 탑승게이트나 면세점 없이 라운지 시설만 있는 휴식동이다. 주로 에어프랑스를 이용해 유럽 다른 도시나 아프리카, 남미로 가는 환승객이 이 공간을 쓴다.
 
샤를드골 공항에 내려 2월 9일 처음 가본 인스턴트 파리는 표지판이 잘 돼있어 어렵지 않게 찾았다. 하지만 입구에서 멈칫했다. 럭셔리 호텔 로비처럼 호화로웠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나 퍼스트클래스 승객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지 지레 겁을 먹었지만, 공항에 3시간 이상 머무는 국제선 환승객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시설이 맞다. ADP 페린 뒤글레 홍보담당은 “유료 시설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아직 이용자가 많지 않다”며 “동시에 400명까지 수용할 수 있어서 예약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국제선 환승객을 위한 무료 휴식공간 ‘인스턴트 파리’의 도서관. [사진 ADP]

국제선 환승객을 위한 무료 휴식공간 ‘인스턴트 파리’의 도서관.[사진 ADP]

 
인스턴트 파리의 의자·테이블·조명 등 어느 것 하나도 예사롭지 않았다. 대부분 유명 디자이너 작품들이다. 몽파르나스타워 전망대에나 있을 법한 망원경도 보였다. 렌즈에 눈을 가져가니 18~19세기 파리의 모습이 펼쳐졌다. 소파가 놓인 라운지 앞 벽면에는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 등 파리의 풍경을 담은 비디오가 끊임없이 재생됐다. 책 300여 권을 구비한 아늑한 도서관 앞에는 에펠탑이 보이는 전망 좋은 창문이 있다. 진짜 에펠탑이 아니라 에펠탑 사진을 끼운 가짜 창문인데, 그날 바깥 날씨와 시간에 따라 매 시간 사진이 바뀐다고 한다. 라운지 안에는 유기농 레스토랑 ‘네이키드’와 스낵·음료·커피를 파는 ‘셀프 카페’도 있었다.
 
인스턴트 파리 가장 안쪽에는 영국의 럭셔리 캡슐호텔 브랜드 ‘요텔’이 있다. 개인실부터 4인 가족실까지 모두 80개의 방이 있고, 4시간부터 24시간까지 시간대별로 예약을 쪼개 받는다. 프리미엄 더블룸이 4시간에 75유로, 1박에 115유로다. 15유로를 내고 샤워만 할 수도 있다.
 
미쉐린 3스타 기 마르탱 셰프의 레스토랑 ‘아이 러브 파리’.

미쉐린 3스타 기 마르탱 셰프의 레스토랑‘아이 러브 파리’.

 
L홀에는 근사한 레스토랑도 있다. 루브르 박물관 앞에 있는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르 그랑 베푸르’의 기 마르탱 셰프가 2015년 문을 연 ‘아이 러브 파리’다. 가벼운 샌드위치부터 정통 프렌치 요리까지 모두 맛볼 수 있다. 인테리어는 건축가 겸 디자이너 인디아 마다비가 파리 팔레루아얄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
 
휴식 말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인스턴트 파리에서 5분만 걸어가면 M홀 안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상설 전시공간 ‘에스파스 뮤제’가 있다. 2012년 12월 문을 연 이후 6개월마다 주제를 바꿔가며 전시를 한다. 6월15일까지는 피카소 작품 35점을 보여주는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가 열린다. 피카소 미술관에서 빌려온 진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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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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