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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3월호] "북핵 선제타격은 불가능한 옵션"

중앙일보 2017.02.21 00:01
사드 배치 철회는 외교적 일관성에 우려와 의문 제기될 것…
한국은 미국 불러들여 중·일 균형자의 역할 맡게 해야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조지프 나이 미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트럼프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세계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조지프 나이 미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트럼프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세계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조지프 나이(Joseph Nye·79)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월간중앙과 단독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시대 국제정치 변동,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외교적 핫이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인터뷰에서 나이 교수는 “트럼프의 등장으 로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위기를 맞았고, 그 가 선거공약의 이행을 고집한다면 미국의 소프트 파워에 상 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계획대로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단언했다. 
 
차기 한국정부가 이를 번복한다면 “한·미동맹이 붕괴하지 않더라도 한국정부의 외교적 일관성 에 상당한 우려와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한·미동맹이란 지렛대로 중국과 일본 양 강대국을 견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조지프 나이는 국제관계학자와 정책담당자들이 미국 외 교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학자 중 한 명으로 꼽는 석 학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외교정책의 뿌리인 ‘스마트 파 워(soft power)’ 이론 주창자인 그는 중국의 미국 추월론을 현실로 인정하지 않는 대표적 학자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가정보위원회(NIC) 의장과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 를 역임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외교정책위원·국방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2015년 9월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 리시>는 그를 국제관계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로 선정했다.
 
미국 내 대표적 지일파로 이른바 ‘아미티지·나이 보고서’ 를 만들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집단자위권 등 안보 법제를 정비하는 데도 관여했다. 철저히 미국 중심의 사고를 하며, 미국적 가치가 세계의 규범으로 작동한다는 그의 신념 은 확고하다. 한·미·일 동맹의 강화를 강조하는 배경에도 그 의 이 같은 미국 중심적 사고가 관철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미국의 소프트 파워는 건재하다
한국 상공을 날고 있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 어려운 이유는 핵과 미사일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한국 상공을 날고 있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 어려운 이유는 핵과 미사일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나이 교수는 그간 중국이 문화·이념·외교역량 등 미국의 소 프트 파워를 따라올 수 없다는 논리를 개진했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미국 특유의 소프트 파워가 쇠잔하지 않을까 그는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미국은 쇠퇴하고 있다”는 트 럼프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최근 한 언론에 게재한 기 고문에서 그는 미국의 강점을 이렇게 썼다.
 
“미국으로 몰리는 이민자 덕에 미국은 21세기 중반까지도 인구 감소로 인한 문제를 겪지 않을 전망이다. 수입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도 늘어나기보다 줄어들고 있다. 바이오·나노·정보통신 등 21세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주요 첨단 기술도 세계 여러 나라 중 최전선에 있다. 미국 대학들은 세계 유수 의 대학들 사이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트럼프가 미국의 위기를 과장하면서 잘못된 처 방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트럼프 정권의 출범을 불안하게 묘사하면서도 미국의 소프트 파워가 트럼 프의 출현으로 결정적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인터뷰는 2월 8일(미국 동부시간) 보스턴 하버드 대 케네디스쿨 내 그의 연구실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 직후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세계화의 흐름이 뒤집어질 것이란 주장도 일축했는데, 과연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지금도 그 같은 생각엔 변화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의 미래, 세계화의 미래에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래 서 많은 이가 세계화가 끝난 것 아닌가 우려한다. 그렇지만 나는 ‘트럼프 요인’에도 기술적 발전과 경제적 이해관계 때 문에 상당히 높은 수준의 세계화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트럼프가 선보이는 일방주의, 자유와 개방의 훼손은 소위 연성 권력(Soft power)이라고 부른 미국의 힘의 주요한 원천을 파괴 하는 것 아닐까?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캠페인 동안 국가주의적 레토릭, 저질(低質) 발언으로 이미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훼손했다. 소 프트 파워가 타인을 이끄는 능력이라고 한다면, 미국은 트럼 프 대통령이 사용한 수준 낮은 언어 때문에 ‘덜 매력적인 국 가’로 전락했다. 지금까지는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 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타격이 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지 금까지 트럼프는 미국의 소프트 파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 쳤다.”
 
 
테러 위협국 국민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TPP 탈퇴 등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적 세계질서가 위협받는 것 인가?
“트럼프의 이민 관련 행정명령은 명백히 행동으로 옮겨진 것 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에 대한 반발이 해외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미국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멕시코 국 경장벽과 관련해서는 트럼프가 승리할지 아직 알 수 없다. 트 럼프는 멕시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멕시 코는 그럴 의사가 없다고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미국의 소 프트 파워에 확실히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중국산 제품에 4% 관세 부과는 역효과
평택에 주둔 중인 주한미군 2사단 병력. 조지프 나이는 “주둔비용 인상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포토]

평택에 주둔 중인 주한미군 2사단 병력. 조지프 나이는 “주둔비용 인상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포토]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적 세계질서가 무너질 수도 있나?
“그렇지는 않다. 트럼프의 정책을 넘어서는 미국의 강점이 많 다. 때때로 대통령들은 말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기도 한다. 트럼프는 캠페인 도중 자신이 당선되면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당장 옮기겠다고 했으나, 아직 그러지 않았다. 대통령이 캠페인에서 사용한 레토릭이 실현되지 않기도 하는 것이다.”
 
 
트럼프 정권 출범 후 미국의 대중(對中) 관계가 급속히 나빠질 것이란 징후가 보이는 가운데,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얻게 될 이익과 손해를 저울질한다면?
“트럼프는 대중국 교역과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임을 밝혀왔다. 트럼프의 대중국 경제정책이 구체적으로 의미하 는 방향에 따라 양국의 관계가 달라질 것이다. 트럼프가 중국 국영기업들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한 미국과 교역 에서 동등한 기회를 얻지 못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방향은 나쁘지 않은 길이다. 트럼프가 캠페인에서 밝힌 것처럼 중국 산 제품에 4%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 또한 보복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맞대응은 국제 교역 시스템에 큰 타격을 입 히게 될 것이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전략적 인내’를 기조로 한 오바마의 북핵정 책에 큰 변화가 오는 것은 아닌가? 트럼프의 북핵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에 대해 일반적 입장보다 더 강경한 태도로 이야기하지 만, 트럼프 역시 마땅히 좋은 방법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북한의 핵탄두와 미사일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지 못 한다. 그런 점에서 선제공격은 섣불리 선택할 카드가 아니다. 북한군이 비무장지대 부근에 1만5000문의 포를 배치하고 있 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은 핵무기와 더불어 재래 식 무기로도 상황에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국면에서 트럼프가 과연 선제공격 카드를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동맹국 주둔비용 인상 발언을 살펴보면, 그가 한국과 일본이 많은 주둔비용을 부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주둔비용 인상 요인 은 유럽 국가들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매티스 신임 국방장관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을 때, 그는 한·미, 미·일 군 사동맹을 재확인했다. 주둔국의 부담 수준을 두고 논쟁이 있 을 수 있지만, 트럼프가 캠페인 당시 발언한 대로 (주둔비용 인상이)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은 일본 의 부담 비율에는 못 미치지만 이미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동 맹국들로부터 많은 이득을 얻고 있으며, 동맹국들이 없다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한국 내 사드 배치가 결국 미국의 전 세계적 차원의 MD 정책의 일환으로 보는데.
“미사일 방어(MD)가 중국의 핵보복 역량을 무력화시킨다 면 중국의 주장에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사드 시스템은 그 러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나는 중국이 지역 내 영향 력 약화를 우려해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한국은 사드를 도입해야 한다. 사드는 북한을 목표로 하는 것이며, 북한의 호전성에 대한 한국의 우려는 정당하다. 또한 사드 배치는 중국이 북한문제를 더 진지하게 다루지 않으면 중국에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한국의 차기 정부가 사드 배치를 취소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까?
“한·미동맹이 붕괴하지는 않겠지만, 한국정부의 일관성에 상 당한 우려와 의문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북한에는 한국을 성 공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줄 것이며, 중국에는 북한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는 신호를 주게 될 것이다. 큰 그림을 보아 야 한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상호 강력한 이익이 된다는 점을 양국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의 차기 대 통령은 어떤 외교적 역량을 갖춰야 할까?
“한국의 차기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단기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북한정권의 위협을 받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두 거인인 중국과 일본의 협공을 받 아왔다. 이러한 위협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은 지역 내 야심이 없는 원거리 세력(미국)을 불러들여 두 강대국 사이 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미국과 동맹을 통해 중국과 일본이 한국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건강한 민주주의 유지가 한국의 소프트 파워
2014년 APEC 회의장에서 만났던 시진핑 주석(왼쪽)과 아베 총리. 나이교수는 “한국 차기 정부가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과 일본을 견제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중앙포토]

2014년 APEC 회의장에서 만났던 시진핑 주석(왼쪽)과 아베 총리. 나이교수는 “한국 차기 정부가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과 일본을 견제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중앙포토]

위안부문제로 한·일관계가 경색국면에 처해 있고, 한·미·일 동 맹도 미국의 구상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다. 미국정부는 이 같은 한·일 양국 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간극을 좁히고, 양국이 과거 아닌 미래를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일본에도 과거로 회귀하지 말고 미래를 보도록 설득했다. 1900년대로 회귀해 서 얻는 이익은 거의 없다. 모두 지게 된다. 모든 민족주의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배타적 국가주의에 호소해 표를 얻고자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 불행한 일이다. 이는 한국과 일 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6년 미국의 대선을 살펴보면, 트럼 프도 그런 국가주의적 감정을 일정부분 활용했다. 현 시대의 모든 민주주의가 겪는 고통스러운 문제다.”
 
 
조만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리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선 비약하고 있는 것 아닌가?
“중국은 거대 내수시장, 수많은 교역 파트너 등을 갖고 있다. 하지만 1인당 소득은 미국에 비해 크게 저조한 수준이다. 수 출품의 대부분은 저가품이고 기술력을 자체 혁신이 아닌 해 외 기술 모방에 의존한다. 더구나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중국정부도 성장률 7%를 ‘뉴 노멀(New Normal)’이 라고 말하고, 전문가들은 앞으로 3%대로 후퇴할 것으로 본 다. 지금의 중국경제는 미국보다 강하지 않다. 소프트 파워 측면에선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한국의 놀라운 경제적 성공에 기 인한다. 1960년대 가나와 소득이 비슷했던 한국이 지금은 OECD 가입국 중 가장 발전한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한국 은 경제적 성공뿐만 아니라 선거를 통해 정치세력을 교체하 는 민주적 정치제도를 발전시켰다. 이것이 진정 한국이 존경 받는 원인이며 자부심의 근원이다.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건 강한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한국의 차기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 여야 할까?
“남북 간에 더 많은 교류가 필요하다. 벽을 허물어 북한사회 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데, 그 과정 에서는 상당한 인내가 따른다.”
 
 
과거 정권은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열 수 있었 지만, 그 대가로 한국은 북한에 금전적 지원을 해야 했다. 심지 어 그 금액이 북한 핵 개발에 들어갔다는 비판도 제기됐는데 어떻게 보나?
“그것이 딜레마다. 햇볕정책이 100% 완전하게 성공적일 수 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렵고 긴 과정이다. 접촉과 개방 사 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북한은 이를 제로섬 게임으로 바라본다. 한국은 접촉을 통해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자 하는 반면, 북한은 접촉을 통해 주머니를 채우고 싶은 것 이다. 차기 대통령이 남북관계에서 정교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이유다.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보스턴=김동현 통신원 glutto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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