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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밭에서 보드타던 이상호, 스노보드 대회전 ‘금밭 질주’

중앙일보 2017.02.20 03:08 종합 26면 지면보기
한국 알파인 스노보드 사상 최초로 겨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이상호. [삿포로=뉴시스]

한국 알파인 스노보드 사상 최초로 겨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이상호.[삿포로=뉴시스]

고랭지 배추밭에서 썰매를 타던 꼬마가 아시아 최고의 스노보드 선수로 우뚝 섰다. 한국 남자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22·한국체대)가 한국 스노보드 사상 최초로 겨울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한국 스노보드 첫 아시안게임 우승
초등 3학년 때 시작, 18세 국가대표
오늘 2관왕 도전 … “평창서도 일 낼 것”
최보군도 은메달 목에 걸어 겹경사

이상호는 19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의 데이네 뉴 슬라럼 코스에서 열린 삿포로 겨울아시안게임 스키 스노보드 남자 대회전 경기에서 합계 1분35초76(1차 51초94, 2차 43초82)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최보군(26·상무)이 합계 1분36초44초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노보드 대회전은 스노보드를 타고 24~28개의 기문을 통과해 결승점을 통과하는 스피드 종목이다. 1·2차 시기 합산 기록으로 순위가 결정된다. 대회전은 겨울올림픽 정식 종목은 아니다. 올림픽에서는 두 선수가 동시에 달려 기록을 비교하는 평행 대회전이 열린다.
 
겨울 아시안게임에서 스노보드 알파인은 2003년 아오모리 대회에서만 치러졌다. 당시 한진배가 프리스타일 하프파이프에서 동메달, 지명곤이 알파인 회전 은메달을 땄다. 이상호는 “주위의 기대가 커서 부담이 됐는데 금메달을 따서 기분 좋다. 한국 스노보드 사상 최초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 더 뿌듯하다. 회전경기 기록이 더 좋아서 2관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노보드 대회전에서 우승 직후 대형 태극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이상호는 “삿포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기운을 받아 평창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삿포로=뉴시스]

스노보드 대회전에서 우승 직후 대형 태극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이상호는 “삿포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기운을 받아 평창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삿포로=뉴시스]

 
강원도 정선 출신인 이상호는 어린 시절 눈 덮인 고랭지 배추밭에서 썰매를 탔다. 공무원인 아버지 이차원씨가 사북읍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스노보드를 접하게 됐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인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스노보드를 시작한 그는 2013년 18세에 국가대표에 뽑혔다. 그리곤 이듬해인 2014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12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선 4위에 올라 한국 설상종목 사상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이상헌 국가대표 코치는 “상호의 운동신경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그 대신 눈을 잘 느낀다. 적절하게 하체에 힘을 주고 턴을 하는 센스가 있다. 집중력과 뚝심이 돋보이는 선수”라고 말했다.
 
이상호는 고기를 구울 때도 줄을 정확하게 맞출 만큼 작은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 꼼꼼한 성격이다. 훈련계획을 짤 때는 코스 특성은 물론 다른 변수까지 고려한다. 또 “운동선수는 공부를 안 한다”는 말을 듣기 싫어해서 신문과 책을 끼고 산다. 교양서적부터 스포츠 심리학 논문까지 가리지 않고 읽는다.
 
이번 우승으로 이상호는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스노보드 사상 최초로 메달을 딸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이상헌 코치는 “스노보드 강국인 유럽 선수들은 그동안 아시아 선수들을 무시했다. 그러나 요즘엔 그들이 먼저 와서 반갑게 인사한다. 이상호를 경쟁자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기운을 받아 평창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호는 20일 스키 스노보드 남자 회전에서 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삿포로 아시안게임 개막, 한국 종합 2위 노려
 
아시아인들의 ‘눈과 얼음의 축제’ 제8회 삿포로 겨울아시안게임이 개막했다. 일본 삿포로와 오비히로 일원에서 펼쳐지는 아시아의 겨울 스포츠 축제는 19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돔에서 공식 개회식을 열었다.
 
26일까지 8일동안 열리는 이번 대회는 ‘겨울의 감동을 공유하고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뜻인 ‘Beyond your ambitions’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빙상, 스키, 바이애슬론, 아이스하키, 컬링 등 5개 종목에 걸린 금메달 64개를 놓고 31개국이 경쟁한다.
 
한국은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 이후 6년 만에 열리는 이번 대회에 선수 142명, 임원 79명 등 총 221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이날 개회식에선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이 나온 남녀 스노보드 대회전 시상식도 열렸다.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이상호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한 손을 치켜들고 기뻐했다. 돔에는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15개를 획득, 2003년 아오모리 대회 이후 14년 만에 종합 2위 입상을 노린다.
 
삿포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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