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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래퍼 김은정

중앙일보 2017.02.19 13:48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칠판에 무언가를 적었다가 지우개로 지운 기억은 있잖아요. 그런 레트로한 감성을 살리기 위해 카페나 레스토랑 시즌음료 메뉴판은 분필(초크)로 쓰게 됩니다.”

초크 아티스트 겸 캘리그래퍼인 김은정(35)씨는 초크아트의 매력을 이렇게 소개했다. 검은 칠판 위에 쓱쓱 칠해지는 재미는 물론이요, 전체적으로 빈티지한 느낌도 무척 좋다고 했다. 그의 작품들은 폴바셋과 이마트 타운 피코크 레스토랑, 국제 슬로우푸드 페스티벌 등의 메뉴판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꿈을 이룬 캘리그래퍼다. 초등학교 시절 오빠와 함께 서예학원에 다니며 붓글씨에 푹 빠졌다. 붓에 윤기 나는 검은 먹을 흠뻑 적셔 화선지를 따라 쓰는 그 느낌이 좋았다. 매일 써도 항상 다른 모양이라는 점도 무척 흥미로웠다고 했다.10대에 이미 글씨 쓰는 사람이 되겠단 꿈을 갖게 됐다. “글씨 쓰는 시간이 쌓일수록 '글씨력'도 '마음력'도 점점 느는 것 같았어요.”


20대엔 웹디자이너로 8년의 시간을 보냈다. “하루 10시간씩 PC 모니터만 들여다보며 일해야 하는 웹디자이너는 1m 근방에 계신 팀장님과도 한 번도 눈 마주칠 일이 없었어요. 이런 삭막한 일을 계속 하다보면 삶이 시들시들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럴수록 한 글자씩 천천히 글자를 음미하는 붓글씨에 대한 그리움이 강해졌다고 했다.

초크아트 김은정 작가/파주 헤이리 예술인 마을/2016.11.30 김상선

초크아트 김은정 작가/파주 헤이리 예술인 마을/2016.11.30 김상선

30대가 된 김씨는 웹 디자인을 하며 익힌 감각과 아날로그한 붓의 매력을 살리는 캘리그래퍼가 되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예술 아카데미에 등록해 붓을 다시 잡았고, 해외로 무작정 손글씨 여행을 떠났어요. 해외 캘리그래퍼들을 보며 펜과 초크, 붓 등 도구에 따라 전달되는 감성은 다르지만 기본이 되는 스케치가 가장 중요하단 걸 깨달았습니다. " 그리고 경기도 파주 예술마을에 캘리그래피 공방을 마련했다.
초크아트 김은정 작가/파주 헤이리 예술인 마을/2016.11.30 김상선

초크아트 김은정 작가/파주 헤이리 예술인 마을/2016.11.30 김상선


그는 평소 지인들과 나누는 일상의 대화나 직접 마주한 풍경들 속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친구들과의 대화나 여행, 산책길이 무궁무진한 작품 소재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캘리그래퍼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지난 겨울에는 디올과 버버리 등 명품업체 VIP 초대장을 제작하는 일 부터, 기업의 이미지 작업, 광고 슬러건 및 카피 작업 등도 포함된다. 캘리그래피와 접목한 다양한 디자인 상품도 개발한다. 캘리그래피 클래스를 운영하고 요즘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오늘부터, 손글씨』등 손글씨와 관련한 책도 세권 냈다.

김 씨는 “민속촌에서 볏짚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특별한 일이 된 것처럼 글씨쓰는 것을 배워야만 하는 시대가 된 것이 안타까워요. 너무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에 지친 사람들이 오히려 느리게 가는 법을 익히고 싶은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통영에서 옻칠을 하는 아버지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도 그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김씨는 "캘리그래피의 매력은 아날로그와 도회적 감각이 적절히 뒤섞인 점"이라며 "아버지와 함께 작업하면서 전통 수공예에서 현대적인 것을 찾아낸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김유빈 기자 kim.yoov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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