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대형가방에 담아 법원 출두
수첩엔 삼성 관련 키워드도 많아
이 부회장 영장 발부 핵심 증거로

공정위 서기관의 ‘업무일지’도 영향
공정거래위원회(기업집단과) 소속 서기관의 ‘업무일지’도 특검팀이 영장실질심사에서 한 판사에게 제시한 주요 증거였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 업무일지에는 삼성SDI가 매각해야 할 삼성물산 주식 규모가 1000만 주에서 500만 주로 줄어드는 과정이 적혀 있다. 공정위 측이 청와대로부터 압박을 받았음을 추정할 수 있는 내용도 있다고 특검팀 측은 설명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안 전 수석 수첩과 공정위 서기관 업무일지는 증거 그 자체로서도 유의미했고,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을 참과 거짓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약 두 시간에 걸친 변론 대부분을 새로 확보한 증거와 진술의 의미를 설명하는 데 사용했다. 재청구된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는 새로운 증거가 얼마나 추가됐는지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첫 영장실질심사 때와 마찬가지로 가장 첨예한 쟁점은 ‘대가성’ 문제였다. 특검 측에서는 추가 증거를 바탕으로 “정황과 시기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최씨 측에 대한 지원은 청와대의 도움에 대한 대가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 측은 대가 관계를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맞섰다. 강요의 피해자가 뇌물의 공여자가 될 수 없다는 해외의 판결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치열한 공방 뒤에 한 판사는 특검팀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17일 오전 5시36분쯤 “새롭게 구성된 범죄 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삼성그룹 창립(1938년) 이래 총수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장혁·정진우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