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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역사 한진해운 파산 선고 … 정부, 뒷북 해운업 지원책

중앙일보 2017.02.18 01:00 종합 10면 지면보기
‘Remember Hanjin, Rebuilding K-Shipping’.

주식 2억4500만 주 휴지 조각으로
해운 국제수지 첫 6000억원 적자
정부, 현대상선에 7200억 지원 준비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 로비에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모형이 등장했다. 지난달까지 한진해운 본사에 있던 모형이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집을 잃은 모형을 가져오면서 해운업계는 하단에 ‘한진해운 사태의 교훈을 잊지 말자’는 영문 글귀를 새겼다.

17일 서울중앙지법 6파산부가 한진해운의 파산을 선고했다. 이로써 ‘한국 원양 해운업의 시초’ 한진해운은 40년 역사를 마감했다.

해운 전문조사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한국의 컨테이너 수송력은 102만2187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지난해 5월 말 기준)에서 46만7290TEU로 추락했다. 한진해운 임직원 중 최소 1000여 명 이상이 실직 상태고, 한진해운 주식(2억4500만 주)은 휴지 조각이 됐다.

국제 운송수지에도 영향을 미쳤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해운사 등의 화물 수입이 167억1770만 달러(약 19조원)로, 2015년 대비 31.2% 급감했다. 이로 인해 한국은 지난해 해상 운송 국제수지에서 5억3060만 달러(6000억원) 적자를 봤다.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적자를 기록한 건 처음이다.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고 있다. 유일한 국적 컨테이너 선사가 된 현대상선에 맞춤형 지원책을 쏟아냈다. 지난달 설립한 한국선박해양은 현대상선에 7200억원 상당을 지원한 준비를 갖췄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현대상선 지원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운사가 새 선박을 건조할 수 있도록 선박 신조 프로그램(2조5000억원 규모)도 운영한다. 현대상선은 이를 활용해 하반기 최대 10척의 선박을 발주할 계획이다.

물량 공세 효과는 드러나고 있다. 컨테이너선사는 연초부터 4월까지 연간 계약을 맺는데, 올해 월마트 등 주요 화주는 현대상선에 서비스 계약을 위한 초청장(invitation letter)을 발송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화주들의 태도가 지난해와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2M과 ‘전략적 협력’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2일 머스크·MSC와 주요 계약 조건서(Term Sheet)에 사인했고, 13일 ‘전략적 협력 계약서’도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에 제출했다. 다음달 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본 계약서에 서명하면 4월 1일 선복 교환·선복 매입을 본격 시작한다.

근해 해운선사인 장금상선·흥아해운과 구성한 컨소시엄도 순항 중이다. 이들은 다음달 1일부터 현대상선이 운영하던 6개 항로와 근해선사가 운영하던 36개 항로에서 유휴 선복을 교환한다. 상반기엔 3사가 공동 운항하는 신규 항로도 개척할 계획이다.

박진석·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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