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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컨택트' 에이미 애덤스를 만나다 "이론보다 감정을 따라간 영화"

중앙일보 2017.02.18 00:01
‘컨택트’는 에이리언과 소통하는 언어학자 루이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우리는 에이미 애덤스를 통해 생생히 엿본다. 미지의 생명체와 마주한 인류, 오직 단 한 사람의 불안과 신비를. 드니 빌뇌브 감독은 말했다. “이 영화는 모든 면에서 애덤스에게 빚지고 있다.”
언어학자 루이스를 연기한 소감은.
“부끄럽지만 언어학자가 통역사와 비슷한 부류라고 생각했었다. 촬영을 앞두고 여러 언어학자를 만나 보고서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언어학자는 한 언어의 역사와 문화뿐 아니라, 한 단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쓰이는지도 세세히 연구한다. 언어를 통해 한 집단의 과거와 오늘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정말 놀라운 직업이고 멋진 캐릭터 아닌가.”
언어결정론, 비선형적 구조의 시간 개념 등 ‘컨택트’는 다소 난해한 이론과 세계관을 다룬다. 스크립트를 읽은 뒤, 드니 빌뇌브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하다.
 “내 질문은 주로 루이스의 감정에 관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극 초반 루이스의 상실감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길 바라는지, 또 후반부 루이스가 가지게 될 심리적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에 관해 상의했다.”
 
SF영화지만 인물의 감정이 더 중요하다고 본 건가.
“나에게 중요한 것은 과학적 논리와 철학에 대한 답이 아니라, 루이스가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이었다. 이 영화에 담긴 이론과 철학에 관해 모르는 것이 있어도 되도록 질문을 아꼈다. 그냥 궁금한 채로 있고 싶었달까. 이 영화는 루이스의 시선을 따라간다. 관객도 루이스와 같은 속도로 진실에 다가가게 되는 셈이다. 이야기의 퍼즐을 맞출 수 있는 힌트 역시 동일한 시점에서 루이스와 관객에게 주어진다. 내가 너무 많이 알고 있으면 루이스의 감정을 그려 내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촬영이 끝낼 때까지 궁금증을 풀지 않았다.”
루이스를 연기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중국어 대사가 어려웠다. 라틴어에서 비롯된 언어를 배우는 데는 꽤 소질이 있는 편인데, 중국어는 완전히 다르더라. 겨우 네 줄 분량의 대사를 소화하기 위해, 2주나 중국어 과외를 받았다. 그 덕분에 중국어의 매력은 확실히 알게 됐다. 복잡함마저 아름다운 언어랄까. 꼭 더 배워 보고 싶다.”
‘컨택트’처럼 지적인 SF영화는 실로 오랜만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잘돼야 한다. 영화계에는 아티스트만큼 사업가도 많다. 사업가는 오로지 ‘돈을 얼마나 벌어들일 수 있는가’라는 잣대만 생각한다. ‘컨택트’가 성공해야, 이렇게 깊이 있는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관객 반응에 대한 걱정은 없나.
“이 영화에 담긴 이야기가 어렵다는 생각은 안 한다. 다만 여성 캐릭터가 이끄는 SF영화고, 굉장히 감성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는 점에서 관객이 낯설게 느낄까 걱정이다. ‘컨택트’를 보고 나면 기꺼이 시간을 들여서라도 이 영화에 대해 더 깊은 생각과 대화를 나누고 싶게 될 것이다. 그냥 혼란스럽게만 느껴진다면? 글쎄, 기꺼이 골든 라즈베리 어워즈에서 상 받을 준비도 돼 있다. 하하.”
‘컨택트’는 한편으로 소통과 연대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다. 중국과의 갈등처럼 현 국제 정세를 꼬집는 장면도 여럿 보인다.
“애초 정치·사회적 의도를 갖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촬영 이후 세계정세가 급변하고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서, 이 영화가 더 시의적절하게 다가간 측면이 있다. 사실 소통과 연대는 이 사회의 영원한 논쟁거리다. 요즘 우리는 충분한 대화와 경청 없이, 너무나 성급하게 타인의 의도를 넘겨짚곤 한다. 진정 인류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은 소통과 연대라고 본다.”
남성 감독이 이토록 감성적인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이 놀랍진 않았는지.
 “놀랍기보다는 고마웠다. 빌뇌브 감독은 다양한 가치에 대한 균형 감각도 탁월하고, 가족의 중요성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남성적이냐 여성적이냐’의 문제로 그를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빌뇌브 감독은 그냥 그런 사람이다. 부드럽고, 예민하면서도 감성적인 사람. 사실 내 주변엔 나보다 훨씬 부드럽고 감성적인 남자가 많다. 남편(배우 대런 르 갤로)만 봐도 그렇다. 늘 자신의 감정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하고, 나보다 눈물도 많다. 난 매번 ‘왜 또 이래, 그냥 좀 넘어가자!’ 하는 편이다(웃음).”
 
글=이경민 영화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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