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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개를 위한 술 ‘뮤티니’ ‘도그페리뇽’ 출시

중앙일보 2017.02.18 00:01


그야말로 ‘혼술’의 시대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맥주 캔을 따서 목으로 흘려보낼 때 느껴지는 그 상쾌함이란! 하지만 당신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특히나 고양이를 키운다면 은근슬쩍 옆에서 치근대는 고양이를 무시하기 힘들 것이다. 애묘용 간식 캔이라도 주면 좋으련만, 그 비릿한 냄새에 술맛이 떨어질까 주저하게 된다. 이런 이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뉴욕 타임스가 소개한 주인과 애묘가 함께 술을 즐길 수 있는 ‘고양이 와인’이다.
 

그런데 잠깐, 고양이가 와인을 마셔도 될까? 고양이 와인 판매사 아폴로피크 측은 “그렇다”고 답한다. 실제로는 알코올 없이 캣닙과 물을 섞은 음료이기 때문이다. 캣닙은 ‘고양이 마약’이라고도 불리는 허브의 일종으로 고양이들이 그 독특한 향을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냄새를 맡는 즉시 기분이 좋을 때 내는 그르릉 소리를 내거나 온 몸을 바닥에 굴린다고 알려져 있다. 아폴로피크는 이 효과를 이용해 알코올이 사람의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때처럼 캣닙이 든 ‘고양이 와인’을 만든 것이다.
 

현재 고양이 와인은 아폴로피크와 펫 와이너리에서 판매중이다. 처음 이 아이디어를 낸 아폴로피크의 와인들은 이름도 재치 있다. 고양이가 내는 울음소리인 ‘야옹(meow)’과 칵테일 이름 ‘마티니(martini)’를 합친 ‘뮤티니(Meowtini)’, ‘고양이(cat)’와 포도주를 뜻하는 ‘카버네이(cabernet)’를 합친 ‘캣버네이(Catbernet)’ 등이 있다.

패키지도 실제 와인과 흡사하다. 용량은 약 235ml(8oz)로 판매가격은 11달러95센트(약 1만3600원) 정도. 후발주자인 펫 와이너리는 고양이용 차와 샴페인까지 선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퍼건디(Purrgundy)'와 '뮤즐링(Meowsling)’ 와인에는 오메가3가 함유된 연어 오일도 들어 있어 반려묘 건강도 신경 쓴 모습이다. 이 제품들 역시 실제 와인병과 흡사한 모습에 약 150ml(5oz) 용량으로 9달러99센트(약 1만1300원)에 판매된다.

“반려동물은 친구나 룸메이트 혹은 가족 구성원에 더 가깝죠.” 처음 고양이 와인을 생각하게 된 계기에 대해 아폴로피크의 CEO 브랜든 자바라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자신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와인을 얼마나 좋아할까. 안타깝게도 함께 술을 먹을 수 있다는 기쁨은 사람에게만 국한된 듯하다. 뉴욕타임스의 캐롤 포가쉬 기자가 고양이 카페에서 18마리 고양이에 실험해 본 결과 관심을 보인 건 단 한 마리밖에 없었다고 한다. 와인을 몇 모금 핥아먹은 고양이는 이내 그르렁거리며 몸을 뒹굴었다. 하지만 나머지 고양이들은 제공된 와인을 멀뚱거리며 쳐다만 볼뿐이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바라는 “고양이 와인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아폴로피크의 고양이와인을 소개한 허핑턴 포스트 뉴스가 페이스 북에서 4만4000번이나 공유되면서 피플지와 내셔널지오그래픽에도 소개됐고, 인기 코미디언 지미 팔롱의 언급으로 주문량이 폭발했다. 집에서 가내수공업으로 생산하던 자바라는 인력을 고용하고 더 큰 건물로 이주해, 작년 한 해만 50만 달러(약 5억7000만원) 상당의 펫 와인 수입을 올렸다.

어째서 사람들은 효과가 미비한 것을 알면서도 고양이 와인을 구매하는 걸까. 고양이 와인은 애묘인들 사이에서 최신 유행으로 꼽힌다. 고양이 와인 시음회에 참석한 애묘인 니콜 구나리스는 “우리가 반려동물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 준다고 믿고 싶다”며 “설사 그것이 매우 우스꽝스러운 일이더라도 말이다”라고 말했다. 자바라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 “고양이 와인의 핵심은 사랑하는 반려묘와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 그 경험에 대한 욕망이 사람들의 소비를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대하기 시작하면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마켓 리서치의 조사감독관인 데이비드 스프링클은 ‘반려동물 부모(pet parent)’라는 용어가 ‘주인(pet owner)’을 대체하고 있다고 말한다. “평소에 우리는 너무 많은 일들을 하고 또 일과 관련된 여러 복잡한 인간관계에 얽매여 있습니다. 그러니 밤에 집에 돌아가 반려동물을 보면 이들만이 진정 나와 교류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라 생각하게 되죠.” 미국의 반려동물제품협회장인 로버트 베트르 역시 이런 현상이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우리는 반려동물에 대한 보상을 더 이상 동물의 관점에서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제 개에게 테니스공을 던지는 것만으론 부족하죠. 사람들은 이제 반려동물에게 비싼 목걸이와 침구 등 사람에게 하는 것같이 높은 금액의 비용을 투자합니다.”

아폴로피크와 펫 와이너리는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대하는 이런 현상을 반영한 좋은 예다. 두 회사 모두 반려견을 겨냥한 와인 및 음료를 개발 및 출시 중이다. 아폴로피크는 포도품종인 말벡(Malbec)을 변형한 ‘말박(말벡의 ‘mal’과 개 짓는 소리 ‘bark’의 합성어)’ 와인을 선보였다. 펫 와이너리는 반려견용 로제 와인 ‘도그페리뇽(Dog Perignon)’과 민들레·허브딜이 섞인 티백을 출시했다. 앞으로는 ‘도그마티니(Dogmatini)’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이 사업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모든 고양이들이 캣닙이나 인공적인 맛이 섞인 음료에 반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TV쇼 ‘지옥에서 온 고양이(My Cat From Hell)’ 진행자인 잭슨 갤럭시는 “야생 고양이들은 실제로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며 고양이를 위한 음료는 낭비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그러나 고양이 와인이 사람들과 고양이를 더 가까워지게 도와준다면, 전혀 쓸모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또 다른 가족, 반려동물과의 관계는 앞으로도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자은 인턴 기자 catmilk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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