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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기의 긴가민가] 이번 대선에서 내가 찍을 아재

온라인 중앙일보 2017.02.16 17:07
 

저는 박일원입니다. 호주에 살아요. <신은 나에게 장애를 선물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합니다> 책을 낸 작가입니다. 연식은 좀 됐죠. 어려서부터 휠체어를 탔어요. 세상을 보는 눈높이가 그만큼 다르지요. 저 그림 보세요. 거리에 나가면 버스바퀴가 무지막지하게 보입니다. 지금 일 보러 서울에 와 있는데, 며칠 전에 지붕 개량하러 잠원동 미장원에 들렀어요. 성이 황씨인 가위손 형아가 물어요.

황깎: 어느 동네서 서식허시는규?
박일: 저짝 신작로 건너 누에 많이 치는 뽕밭 동네요.
황깎: 담부터는 전화줘유. 출장 가서 짤라드릴라구 그류.
박일: 보통 그렇게들 하나요?
황깎: 아니유. 그냥 그렇게 하고 싶어유. 진심이유.

이거 이거 ?$#@?*&*&??!%...

1995년 시드니로 떠나던 날 손수건이 푹 젖었어요. 식구들의 헌신과 듬직한 친구들이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하루하루가 고통이었어요. 혼자서는 길 하나 건너기도 힘들었지요. 하지에도 마음은 동지였답니다.

그런데 요새 제가 고민이에요. 한국으로 돌아올까? 말까? 와? 말아? 그래! 아냐?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바뀌고 있어요. 이제 어딜 가나 황깎 형아처럼 체온이 37.5인 언냐아재들이 쌨고 쌨어요. 우리가 한발 두발 여기까지 온 게 대단해요. 그런데 말이죠. 아직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 받으며 배곯는 이들이 적지 않아요. 장애인, 성소수자, 노인, 여성, 빈민 등 힘 없고 소외된 이들을 업신여기는 사람들도 있고요. 머리 노란 사람들에게는 호의적인데 동남아인들은 우습게 보는 이들은 왜 그런대요.

트리도 캐나다 총리가 13개월 전에 취임했잖아요. 그때 나이가 마흔 셋이었어요. 내각에 들어간 장관 서른 명의 이력이 번쩍번쩍해요. 당초 약속대로 남녀 각 15명으로 꾸렸죠. <환경 및 기후변화부>와 <이민 및 난민부>를 새로 만들었어요.

보건부 장관은 현역 의사가 맡고, 가족아동사회개발부 장관은 빈곤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자, 과학부 장관은 노벨상 받은 과학자, 보훈부 장관은 전쟁에서 팔과 다리에 총상을 입은 용사 ,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문 지질학자, 민주개혁장관은 아프간 출신 난민, 체육 및 장애인부처장관은 올림픽에 출전했던 장애인, 국방부장관은 경찰관 경력의 아프간참전용사를 임명했어요. 교통부 장관엔 지구밖에 나가본 우주인, 법무장관은 원주민 여성을 앉혔고요.

이들을 다시 보니 원주민이 둘, 외국 출신이 셋, 시크교도가 둘, 무슬림이 하나, 무신론자가 둘이더군요. 유방암 환자, 휠체어 탄 장애인, 맹인, 게이, 빨강머리, 터번 두르고 수염 기른 아저씨도 있고요.

첫 기자회견에서 기자가 물었어요.
-남녀 수가 같은 이유가 뭐죠

트리도가 답했어요.
-2015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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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도 동상아, 한국에 오면 내가 업어주고 뽀뽀해줄껴. 그래서 이번 ‘상감좌석 따먹기 팔도경진대회’에서 삽자루가 찍을 사람은 뻔하다. 소수자 정책 하나만 보면 딴 거는 보나마나다. 우대하라는 말이 아니다. 누구나 똑같이만 대해주면 된다. 소수자들 손잡아주고, 외국인 언냐아재들에게 문 활짝 열어주면 대한민국 대박민국.

재인 아자씨야 어쩔텨, 희정 오빠야 어쩔거냐구, 재명 삼촌아 어쩔거냐니까, 철수 형아야 알았지? 승민 아재도 들었지? 응?

2017년인데.

(버스 행선지 안내판 속의 무학여고는 중앙일보에서 삽자루랑 심심하면 한 사발 하는 언냐가 나온 학교. 본인은 무학고녀라고 주장. 사둔 삼을라고 공작중인데 버티고 있다는 믿거나말거나 전설따라 긴가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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