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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원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로 판단하라

중앙일보 2017.02.15 20:45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상진 사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오늘 열린다. 이번 심사는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사 결과 둘 중 한 명의 영장이라도 발부되면 특검은 대면조사마저 거부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뇌물죄로 사법처리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둘 다 기각되면 무리한 수사라는 비난과 함께 특검이 뇌물죄 프레임으로 맞춰놓은 전체 수사의 동력이 떨어질 게 분명하다.

이번에 주목할 대목은 1차 영장 청구 때와 달리 박 사장에 대해서도 영장을 청구한 배경이다. 이는 이 부회장과 박 사장을 박 대통령과 최순실 모녀에 대한 뇌물 공여 지시자-실행자의 관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검은 법원이 만약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이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하더라도 손해볼 게 없다는 입장이다. 독일 현지로 날아가 최순실 모녀에게 ‘비타나V’ ‘블라디미르’ 등을 사준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사장의 영장이 발부되면 뇌물 프레임은 인정받는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법원은 이 점을 간과하지 말고 꼼꼼히 법리를 따져 봐야 할 것이다.

특검은 지난 50여 일간 최순실 특검을 사실상 삼성 특검으로 변질시켰다. 거듭된 압수수색과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들의 줄소환으로 ‘변양호 신드롬’만 더 깊게 만들었다. 공무원들이 정상적인 정책판단마저 꺼리고 기업과의 접촉 자체를 외면할 정도다.

이번 결정의 키(key)는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가 쥐고 있다. ‘신중한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만큼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국민에게서 심판권한을 부여받은 한 판사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승복해야 한다. 특검이 지금까지 수집한 증거·진술 등 사실관계, 피의자인 이 부회장 측의 반박 논리를 일목요연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이는 한 판사뿐이다. 1차 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부장판사를 두고 난무했던 모욕적 인격살인은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판사 개인이나 가족에 대한 무차별적 인신공격은 민주 질서를 파괴하는 범죄행위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승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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