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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혼 여성의 삶 들여다보니…

중앙일보 2017.02.15 13:06

여성 A씨는 18살에 수능 시험을 치고 대학에 입학한 뒤 22살에 졸업한다. 1년 정도 취업 준비를 해서 24살에 직장에 들어가 경제 활동을 시작한다. 30살에는 결혼을 하고 남편과 가정을 꾸린다. 31.4세에는 고대하던 첫째 아이를 낳는다. 둘째는 2년 정도 터울을 뒀다가 34.2세에 낳는다. 그리고 41.9세에 불임 수술을 받고 임신ㆍ출산을 마무리짓는다.

30세 결혼에 41.9세 불임 수술, 실제 가임 기간 11.9년
여성 고학력화 따른 출산율 하락, 1980년대 두드러져


A씨가 걸어온 삶의 궤도는 무엇을 의미할까. 답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평균적인 기혼 여성'의 모습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1974~2012년 실시된 전국 출산력 조사 등 통계 지표를 활용해 국내 여성들의 변화 과정을 분석한 보고서를 15일 공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결혼 후 실제 가임 기간은 평균 11.9년 정도다. 결혼 시점(30세)에서 불임 수술을 받을 때(41.9세)까지의 기간을 계산한 수치다. 또한 아이를 가졌더라도 출산하지 못 하는 경우도 많았다. 결혼 후에 출산 종료에 이르기까지 약 0.57회의 자연유산 또는 낙태 경험을 겪기 때문이다.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기 위해 수술을 택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남편의 정관수술, 부인의 난관수술 등을 모두 포함한 '불임수술률'은 22.4%(2012년 기준)에 달했다. 가임 여성 10명 중 2명 이상은 임신과 출산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특히 40~44세는 34.8%, 45~49세는 39.5%로 높은 연령대의 수술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한편 이번 연구에선 여성의 고학력화가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재차 드러났다. 이러한 경향은 학력 수준이 요동친 1980년대에 두드러졌다. 기혼 여성의 학력 분포는 1985년 중학교 30.2%, 고교 25.9%였지만 1988년 중학교 28.5%, 고교 31.1%로 3년만에 비율이 역전됐다. 이는 출산율이 1984년 2.1명에서 1987년 1.6명으로 급감한 것과 시기적으로 겹친다. 오영희 보사연 연구위원은 "1980년대를 통해 여성의 고학력화가 결혼ㆍ출산 행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성의 교육 수준 향상에 따른 경제활동 참여 증가, 남아선호사상 소멸과 결혼ㆍ출산에 대한 의무감 약화 등도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연구팀은 지속적인 출산율 하락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결혼ㆍ가족 가치관 변화를 위한 홍보 및 교육 강화 ▶만혼 해소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정부 정책의 일관성 등을 제안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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