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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김정남 피살] "김정남은 미국 선제공격보다 무서운 존재"

중앙일보 2017.02.15 12:34
김정남 [사진 중앙포토]

김정남 [사진 중앙포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왜 김정남을 죽였을까?

김정남은 김정은에게 미국의 선제공격보다 무서운 존재였다. 자신에게 가장 위협적인 요소를 고르라면 당연히 김정남이었다. 최고 권력자에게는 외부 위협보다 내부 잠재 경쟁자가 더 두렵기 마련이다. 따라서 김정은에게 김정남은 언제나 골치덩어리였다.

김정남은 중국의 보호와 지원을 받고 있었다. 중국은 김정은의 대체로 김정남을 생각하고 있었다. 핵과 미사일로 말썽을 피우는 김정은과 언제까지 같이 갈 수 있었지를 중국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해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김정남이 중국의 입맛에 딱 맞았다.

이런 중국의 속내를 알고 있는 김정은은 김정남이 눈엣가시였다. 중국도 밉지만 김정남이 더 싫었다.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그렇다 치더라도 김정남이 그런 중국에 소극적이던 적극적이던 동조하고 있다는 정보는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다. 중국은 다롄(大連) 인근의 휴양지에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시킨채 김정남을 포함한 북한의 고위 탈북자들을 모셔놓는 등 북한에게 은근히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북한은 중국이 북한 내부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김정남을 중심으로 한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의심을 가졌다. 어린 김정은의 눈에는 이런 중국보다 김정남이 더 위협적으로 와 닿았을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은 중국에게 자신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김정은이 직접 지시했든지 밑에서 충성경쟁을 했든지 김정남의 암살은 어느 정도 예상돼 있었다. 여기서 의문점은 중국이 김정남의 암살을 암묵적으로 동의했는가 여부다. 중국이 김정남의 동선을 북한에 미리 알려주었다면 중국이 김정은을 인정한다는 시그널이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압박정책에 북한이 더 필요해졌다. 따라서 김정은을 인정하고 그를 중국편에서 서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김정은은 김정남의 암살을 통해 내부적으로 완전한 유일적 영도체계를 확립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람으로 통칭되는 원로 세력들에게 자신 이외는 대안이 없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던져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남에게 호의적이었던 김원홍 전 국가안전보위상이 최근 해임된 것이 김정남 암살에 반대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원홍은 김정일의 장남으로서 김정남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고 덧붙였다.

김정은과 김정남의 악연은 2008년 8월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이미 예견돼 있었다. 김정일의 후계를 놓고 한 때 김정남설(說)도 있었다. 김정남을 밀었던 사람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김경희 노동당 부장이었다. 김정일이 자신의 후계절차를 맡긴 사람들이다. 장성택과 김경희는 오래 전부터 중국에 있는 김정남을 지원해 왔다. 이들 부부가 보기에 김정남이 오랜 외국 생활과 배포가 후계자감으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오랜 유교적 가치가 배어 있는 북한에서 장남이 후계자가 되는 것이 당연했다. 김정일이 후계자가 되는 과정에서도 이복 동생 김평일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이 ‘장남 승계론’이었다. 하지만 김정남은 정실 소생이 아니라는 단점이 있어 정통성에 문제가 있었다.

김정일이 2009년 1월 8일 후계자를 고민 끝에 김정은으로 정하면서 후계자 경쟁은 끝났다. 하지만 김정은의 마음에는 앙금이 남아 있었다. 그 앙금이 2013년 장성택 처형과 2017년 김정남 암살로 끝나게 됐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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