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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통과 쉬운 여성이 범행, 무기는 숨기기 좋은 독침”

중앙일보 2017.02.15 02:15 종합 2면 지면보기
김정남 독살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 병원 보안요원들이 14일 밤 병원 출입구를 차단하고 있다. AP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날 “북한 남자가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푸트라자야 병원으로 가는 도중 사망했다”고 보도 했다. 복수의 정보 소식통은 이날 ‘김정남이 13일 공항에서 피살됐다’고 전했다. [AP=뉴시스]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 병원 보안요원들이 14일 밤 병원 출입구를 차단하고 있다. AP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날 “북한 남자가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푸트라자야 병원으로 가는 도중 사망했다”고 보도 했다. 복수의 정보 소식통은 이날 ‘김정남이 13일 공항에서 피살됐다’고 전했다. [AP=뉴시스]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있던 김정남에게 다가간 건 신원 미상의 여성 2명이었다. 북한 사정에 밝은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여성들의 경우 보안검색에서 남성보다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북한은 여성 간첩을 보낸다”며 “혼자서는 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 있기에 두 명으로 팀을 구성해 움직이도록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987년 115명의 희생자를 낸 대한항공 KAL 858기 폭파 사건에 당시 25세였던 김현희가 동원됐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정남 어떻게 피살됐나
소식통 “단독 아닌 2명이 팀으로”
북 독극물 10㎎만 투여돼도 사망
2010·2011년에도 김정남 암살 시도
사촌 이한영은 한국서 권총 피격

이 여성들이 김정남 독살에 사용한 것은 독침 형태라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북한이 주요 인사 독살에 사용하는 것은 크게 ▶독펜(만년필 또는 볼펜 속 심에 독침이 들어있는 형태) ▶독총(손전등 형태로 독침을 쏠 수 있는 형태) ▶독약 캡슐 및 앰풀의 세 가지 종류다.

김정남 암살에 쓰인 독침이 독펜인지 독총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이 독살에 자주 사용하는 물질은 ‘브롬화네오스티그민’이라는 독극물이다. 몸속에 10㎎만 투여돼도 호흡이 멈추고 심장이 마비돼 즉시 사망에 이르는 맹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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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살해하려다 검거 된 북한 간첩이 보관했던 볼펜형 독침. [중앙포토]

2011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살해하려다 검거 된 북한 간첩이 보관했던 볼펜형 독침. [중앙포토]

2011년 탈북자로 위장한 북한 공작원에게 독침 테러를 당할 뻔했으나 사전 정보 입수로 목숨을 건졌던 박상한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앰풀형의 경우 입안으로 털어넣은 뒤 3초 뒤면 즉사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박상학 대표를 암살하려던 간첩 안모씨는 검거 당시 길이 132㎜, 무게 35g의 볼펜형 독침과 독총 2정, 독약 캡슐 3정을 소지하고 있었다. 이 중 볼펜형은 뚜껑을 오른쪽으로 다섯 번 돌리면 독침이 튀어나왔고, 독침에는 브롬화네오스티그민이 묻어있었다.

2011년 김정일 사망과 함께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북한은 독살 테러를 다시 적극 활용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김정은 체제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대북 전단을 날려보내는 활동을 하는 박씨는 물론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이들도 독살 대상으로 삼아왔다. 2011년 8월 21일 중국 단둥(丹東) 시내 한 백화점 앞에서 선교사 패트릭 김(당시 46세) 목사가 갑자기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진 사례도 있다. 당시 택시를 기다리던 중이었던 김 목사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그는 평소 탈북자를 지원해왔으며 김정일 체제 비난 문건을 북한 내부로 반입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김정남은 김정은 정권의 타깃으로, 2010년과 2011년에도 암살 시도가 있었다. 당시 암살 지시를 내린 건 당시 정찰총국장이었던 김영철이라고 대북 소식통은 지목했다. 김영철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런 그가 현재 김정은 체제에서 대남 관계를 총괄하는 노동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으로 있다.

북한이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암살 시도를 벌여 성공한 적도 있다. 이번에 피살된 김정남의 이종사촌 이한영씨다. 그는 82년 스위스에서 망명해 한국에 정착한 뒤 『대동강 로열패밀리』 등의 저서를 내며 북한 실상을 폭로했다. 그랬던 그는 97년 2월 15일 자신의 분당 아파트 앞에서 북한 공작원 2명에 의해 저격당했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그의 아파트 문 앞에선 북한제 권총에서 사용되는 벨기에제 브라우닝 권총 탄피만 발견됐다. 암살자들은 잡히지 않았다. 무사히 북한으로 돌아간 그들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영웅 칭호를 받았다고 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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