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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대선주자 검증, 시민 면접 ‘타운홀 미팅’ 도입하자

중앙일보 2017.02.15 01:48 종합 10면 지면보기
시민이 나서야 새 정치 열린다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 시민정치분과 위원들은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새 정치의 대안으로 꼽았다. 국회든 행정부든 아니면 동네 정치든 시민들이 나서서 의견을 모으고, 모아진 뜻으로 압박해야만 백년하청인 우리 정치가 바뀐다고 본 것이다. 중앙일보·JTBC의 여론 수렴 사이트 시민마이크(peoplemic.com)에 글을 올린 시민들도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시민마이크엔 “주권자인 국민의 결집된 의사가 입법과 행정 과정에 충실하게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있다.
 

리셋 코리아 시민정치분과 제안
개헌 등 정치권 스스로 못 푸는 난제
해결하려면 강한 시민압력 불가피
시민 제안 전담 온라인장관 만들고
동네 자치위원은 추천 아닌 추첨으로

리셋 코리아 시민정치분과에선대의 민주주의로 운영되는 우리의 정치 현실과 국회·정치권 등 위로부터의 개혁 노력에 일단 주목했다. 그러나 개헌과 선거구 획정, 선거법 개정 같은, 정치권이 스스로 풀지 못하는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려면 밑으로부터의 강한 압력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런 과정은 국회와 국가적 개혁 과제뿐 아니라 중앙과 지방 정부 혹은 우리 삶의 현장인 동네 차원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촛불시위 등의 과정이 현장이다. 1987년 민주항쟁과 그에 앞선 4·19혁명, 광주민주화운동의 주체도 시민이었다. 시민들의 열정과 에너지·지혜를 정치와 행정, 중앙과 지방 자치, 삶의 현장과 직장에서 이어 나가면 국가의 작동 원리가 바뀐다고 본 것이다.
이는 전 세계적 움직임이기도 하다. 개헌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아일랜드는 지난해 10월부터 1년 과정의 시민의회를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추첨으로 뽑은 99명의 시민과 정부에서 의장으로 임명한 연방대법원 판사 1명 등 모두 100명으로 구성됐다. 캐나다 두 개 주에선 2004년과 2006년 선거법 개정을 위해 추첨으로 선발한 선거개혁 시민회의가 1년 동안 활동했다.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 와중에 있다. 정보기술(IT)은 시민 참여를 높이고 가능하게 하는 마법사의 모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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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시민정치분과에선 새 정치의 대안인 시민 참여 확산을 위해 시민이 이끄는 개헌, 대선후보 검증을 위한 타운홀 미팅, 내 손으로 푸는 동네 문제, 온라인 시민참여장관 신설 등을 실행 과제로 제시했다.
실행과제 1 시민이 개헌 논의 이끌자

한국 대통령이 예외 없이 추락한 배경엔 제왕적 대통령제가 있다.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의 뿌리 역시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력이다. 분권과 협치를 요구하는 탄핵 촛불 결과 87년 이후 30년 만에 국회엔 개헌특위가 구성됐다. 하지만 첩첩산중이다. 개헌 문제를 다루는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제각각인 데다 대선 유불리와 복잡하게 연계돼 개헌은 길을 잃었다. 물론 시민이 직접 참여한다 해도 개헌의 법적 주체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국회가 법률에 의거해 만든 시민의회가 숙의된 뜻을 모을 경우 나침반이 될 수 있다. 국민참여 재판 때 판사가 배심원 의견에 반드시 따를 의무는 없지만 권고 효과가 있는 것과 같다. 법이 만들어지면 선거법 개정 등 각종 난제들에도 이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

실행과제 2 타운홀 미팅으로 대선후보 검증을

한국형 대통령제 실패는 후보 검증 실패에도 책임이 있다. 후보들만의 기존 TV 토론 방식이 보인 한계다. 후보 검증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려면 타운홀 미팅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더 나아가 검증 방식 자체에 대해서도 시민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토론 이슈를 수렴하고 전국적으로 오프라인 토론의 날을 만드는 게 하나의 방법이다. 대선후보 검증은 국가 주요 과제에 대한 시민대토론의 날로 확대될 수 있다.

실행과제 3 동네 문제는 내 손으로 푼다

읍·면·동 의회는 없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있지만 지금은 추천으로 꾸려진다. 지역 유지나 관변단체가 위원직을 독점할 때 동네 일은 남의 일이다. 주민자치위원을 추첨으로 선발하면 내 과제가 된다. 추첨제가 대표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시민교육 효과가 있어 민주주의 발전에도 도움을 준다. 자치학교 이수자 등으로 자격 제한을 두면 무능하거나 불성실한 자치위원을 막을 수 있다. 누구라도 구성원이 될 수 있어야 내 손으로 바꾸는 동네 일이 많아진다. 동네와 동네를 연결하면 직접 참여가 확대된다.

실행과제 4 온라인 시민참여장관 신설하자

IT를 활용한 시민 참여 확대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정부나 정당 등 제도권 반응은 늦고, 대의 내용이 시민의 뜻과 멀어져 제도 불신과 대표성 위기를 부른다는 이유에서다. 2015년 스페인에선 4000여 개의 입법·행정·재정 관련 시민 제안이 온라인 사이트 개설 불과 두 달 만에 쏟아졌다. 이런 제안을 정부에 전달하고 검토하기 위해 대만은 디지털 부문 총괄 특임장관, 영국은 시민사회청, 미국은 시민참여국이 신설됐다. 물론 온라인 민주주의만으로 지속성과 완결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시민참여장관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상시적 연결을 위해 시민 의견과 제안을 정부에 전달하는 통합 시스템이 돼야 한다.

최상연 논설위원, 정인철(건국대 경영학 4년) 인턴기자 choi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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