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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앞에 계단, 고장 난 자동문 … 제주 장애인화장실 "낙제점” 혹평

중앙일보 2017.02.15 01:17 종합 21면 지면보기
제주 서문공설시장 공중화장실에는 계단 외에 휠체어가 오르내릴 수 있는 경사로가 없다. [사진 최충일 기자]

제주 서문공설시장 공중화장실에는 계단 외에 휠체어가 오르내릴 수 있는 경사로가 없다. [사진 최충일 기자]

지난 10일 낮 12시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내 공중화장실 앞. 지체장애 2급인 전모(32)씨가 휠체어를 탄 채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화장실에 들어가려면 계단 여섯개를 오르거나 휠체어 전용 리프트를 이용해야 했으나 모두 사용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전씨는 계단 대신 리프트를 이용하려 했으나 이곳 역시 종이박스가 가득 들어차 이용을 할 수 없었다. 전씨는 “시장이나 관광지 곳곳을 돌아 운 좋게 장애인용 화장실을 찾더라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조사해보니
전용 손잡이 없고, 남녀공용인 곳도

제주시내 곳곳에 설치된 공중화장실들이 장애인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거나 관리가 크게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은 14일 “제주시내 공중화장실 91곳 중 30여 곳에 장애인화장실이 없어 장애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화장실은 변기와 세면기 등에 몸을 지탱할 손잡이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안내판 등이 설치된 곳을 말한다.

조사 결과 전통시장과 오래 전에 조성된 관광지 인근의 공중화장실이 시설 부족이나 관리 소홀 문제가 컸다. 제주시 용담1동의 서문공설시장의 경우 장애인화장실이 따로 설치돼 있었으나 정작 장애인은 사용이 불가능했다. 화장실을 가려면 여섯개의 계단을 올라가야하는 데 휠체어가 오르내릴 수 있는 경사로나 전동 리프트 등이 전혀 없다.

제주시 삼양동 삼양해수욕장에 설치된 장애인화장실은 자동문이 고장난 상태였다. 장애인들이 쉽게 화장실을 출입할 수 있도록 도입한 자동문이 되레 이용에 불편을 주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내에 설치된 장애인화장실 중 상당수가 남녀공용이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장애인인권포럼이 조사한 제주시내 장애인화장실 51곳 중 49%(25곳)가 남녀공용 화장실이었다.

제주도 홍창진 장애인자활담당은 “장애인들은 집 밖에서 화장실을 이용하기가 더욱 불편하다는 점을 감안해 화장실 시설 확충이나 관리 부분을 지속적으로 개선해가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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