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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단짝 청각장애 학생과 도우미 … 특수교사 임용시험 나란히 붙었네요

중앙일보 2017.02.15 01:00 종합 23면 지면보기
특수교사 임용시험에 나란히 합격한 이태영씨(청각장애 2급?왼쪽)와 김미진씨. [사진 대구대]

특수교사 임용시험에 나란히 합격한 이태영씨(청각장애 2급?왼쪽)와 김미진씨. [사진 대구대]

“똑같은 모자를 쓰고 우정 반지도 같이 끼고. 4년간 캠퍼스커플처럼 붙어 다녔는데 특수교사 임용시험까지 나란히 합격하니 기쁨이 두 배네요.”

대구대 이태영·김미진씨 “기쁨 두 배”

청각장애 학생과 이 학생을 옆에서 4년간 묵묵히 챙기고 도와준 비장애인 ‘도우미’ 친구가 나란히 특수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했다. 주인공은 대구대에 재학 중인 청각장애(2급) 학생인 이태영(22·여)씨와 도우미 김미진(22·여)씨다. 이들은 지난 3일 발표된 2017년도 국·공립학교 특수교사 임용시험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수교육과 동기이자 동갑내기인 이들은 4년 전 학과 야외수련회(MT) 때 처음 만났다. 이후 학교에서 장애 학생의 공부를 돕는 도우미 학생을 모집할 때 김씨가 이씨의 도우미로 연결되면서 가까워졌다. 김씨는 먼저 수화를 배워 수화자격증을 땄다. 이씨와의 의사소통이 수월해졌다. 남들에게 말 못할 이야기까지 수화로 나누며 더 친해졌다.

김씨는 이씨와 함께 청각장애인 동아리 활동까지 같이 했다. 2학년 때부터는 아예 기숙사에서 같이 지냈다. 하루종일 수화로만 대화해야 하는 김씨가 답답할 만도 하지만 이씨에게 짜증 한번 내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수업을 함께 들으며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줬다. 김씨는 이씨에게 그날 배운 내용을 수화로 자세히 설명해줬다. 그러면서 한 번 더 수업 내용을 복기했다. 이씨는 “임용시험을 준비할 때 수화가 없는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 하는데, 김씨가 먼저 듣고 다시 수화로 설명해줘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친구 태영이 덕분에 강의내용을 복기할 수 있어 공부에 보탬이 됐다”고 했다.

이들은 2013년 아시아·태평양 농아청년대회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장목들’(장애학생 목소리가 들려)이란 대구대 장애학생 창업동아리 회원으로 활동하며 2014년 ‘대경·강원권 창업경진대회’에서 금상(2위)을 받았다.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 탑승 알림 애플리케이션이 호평받았다.

이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돕고 어울리는 아름다운 동행을 직접 보여줬다. 4년간 가족처럼 함께 지낸 이들은 오랜 만남을 뒤로 하고 곧 헤어진다. 이씨는 경기도에서, 김씨는 경남에서 특수교사로 새 출발을 앞두고 있다. 김씨는 “임용시험 합격의 기쁨보다 헤어진다는 아쉬움이 더 크다”며 “친구 태영이가 당당하고 멋진 특수교사가 되길 멀리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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