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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돌고래와 상생할 ‘고래도시 울산’ 꿈꿔야

중앙일보 2017.02.15 01:00 종합 29면 지면보기
최은경 내셔널부 기자

최은경
내셔널부 기자

“돌고래를 수족관에 넣어두고 볼까, 풀어줄까.”(엄마)

“음, 풀어줘야지.”(아들)

14일 오후 2시쯤 울산시 남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만난 허경혜(38)씨와 아들 조현규(6)군의 대화다. 엄마가 “고래 수입 논란을 보면서 너의 생각이 궁금했다”고 말하자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은 “눈앞에서 보면 좋지만 (고래가) 답답할 것 같다”고 반응했다.

‘고래문화특구’를 표방해 온 울산시 남구에서 요즘 사육 고래 학대 논란이 뜨겁다. 지난달 일본산 돌고래 수입 계획이 알려지면서 동물보호단체들이 “좁은 수조에서 돌고래를 사육하는 것은 동물 학대”라며 반발했다. 그럼에도 지난 9일 돌고래 두 마리가 수입됐고 급기야 이 중 한 마리가 수입 닷새 만인 13일 오후 폐사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009년 고래생태체험관이 개관한 이후 모두 여섯 마리가 폐사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돌고래가 수입되는 와중에 생명을 위협받는 환경에 노출됐다. 울산시 남구와 환경부·해양수산부는 돌고래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구 측은 14일 부검을 위해 폐사한 돌고래를 경북대 부설 동물병원으로 이송했다. 남구 관계자는 “돌고래를 보러 매년 45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오는데 기존 돌고래 세 마리는 노쇠해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현재 전국의 수족관과 해양테마파크에 돌고래 40여 마리를 사육한다”고 해명했다.
9일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조련사들이 일본에서 수입한 돌고래 두 마리와 훈련하고 있다. [뉴시스]

9일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조련사들이 일본에서 수입한 돌고래 두 마리와 훈련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국내외에서 동물 권익보호 목소리가 커지면서 돌고래 사육 규모와 돌고래 쇼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의 시월드(Sea World) 테마파크는 지난해 사육 중인 범고래 번식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2013년 서울대공원이 제돌이(남방큰돌고래)를 고향인 제주 앞바다로 돌려보냈다.

울산시 남구는 고래체험관을 지난해 10월 휴관하고 수족관을 개축해 지난 7일 재개관하면서 “사육 환경을 개선하고 돌고래 쇼를 돌고래 생태설명회로 바꿨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동물 학대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돌고래 상품화로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노력을 무작정 비난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사람과 돌고래가 상생하는 ‘친환경 생태관광 모델’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으면 동물 학대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조희경 대표는 “호주와 미국 하와이에서는 (동물 학대 논란을 피할 대안으로) 바다에 나가 돌고래를 관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조언했다. 마침 울산 장생포에는 ‘좁은 수족관’을 대체할 동해라는 ‘드넓은 천연 수족관’이 있다. 울산시 남구가 현재 운영 중인 고래바다 여행선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

최은경 내셔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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