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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의 시시각각] 안철수의 ‘교육개혁안’을 지지한다

중앙일보 2017.02.15 01:00 종합 30면 지면보기
양선희 논설위원

양선희
논설위원

교육문제에 관한 칼럼은 거의 쓴 일이 없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아직도 대학을 들락날락하며 공부하는 교육학도이다 보니 교육문제에 관한 한 평론이 아닌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강박이 지나쳐 아예 말을 보태지 않는 비겁을 택했고, 한편으론 내 교육에 대한 생각과 주류 교육현장이 어긋나 있어서였다.

교육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창의성·협력 추구로 바뀌어야 할 때


그럼에도 교육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구상한 교육모델도 있다. 이름하여 ‘99%를 위한 교육’. 교육 목표는 경쟁이 아닌 협력을 추구하고, 자신을 표현하고 남을 경청하는 시민을 기르는 것. 실제로 99%의 평범한 시민들에게 세상을 사는 중요한 기술은 경쟁이 아닌 협력이므로. 철학이 독창적인 건 아니다. 우리나라 근대교육 철학을 제공한 존 듀이의 ‘민주주의와 교육’도 결국은 이 말이었다.

하나 현장과 철학은 따로 놀았다. 학교에선 학업성취도 등 각종 시험을 통해 학생 간 학급 간 학교 간 무한경쟁이 벌어졌고, 성적에 따라 줄을 세웠고, 경쟁을 독려했다.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다. 듀이즘을 전파한 미국 역시 언론뿐 아니라 교육학 연구들도 각종 학업성취 성적에 따라 공교육이 실패했네 말았네를 논하고, 학교개혁도 어떻게 성적을 끌어올릴 것인가에 맞춰졌으니 말이다.

교육계가 이상적인 교육철학을 몰라서가 아니다. 교육현장에선 언제나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을 우선 길러내는데, 20세기가 요구한 능력이 ‘경쟁’이었기 때문이다. 하나 시대적 가치는 변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옮겨가는 지금 미래학자들은 새 시대의 핵심 능력으로 창의성·공감·협력의 기술을 꼽는다. 미국 교육학자 넬 나딩스도 “19~20세기는 개인주의와 자기충족을 위한 자율성에 열광했고, 21세기는 모든 수준에서 상호 의존이 필수다. 21세기엔 경쟁보다 협력이 중요하다”(『21세기 교육과 민주주의』 살림터)고 했다. 교육도 차원(dimension)을 이동하는 변혁을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는 말이다.

이즈음 눈에 띈 대안 하나가 안철수 의원이 제안한 교육개혁안이었다. ‘5-5-2학제 개편안’. 12년의 시민보통교육 기간은 유지하면서 보통교육 10년, 직업 혹은 고등교육 예비 단계의 전문교육을 2년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학교육도 평생교육으로 관점을 바꿔 다양한 접근 루트를 확보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실제로 ‘99% 교육’이나 ‘21세기형 교육’을 구상할 때 현행 6-3-3 학제는 걸림돌이 많다. 인성과 시민성 형성 및 창의성 개발을 위해선 보통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지만, 현행 학제에선 중학교부터 입시경쟁에 매몰돼 보통교육 기능을 잃었다. 집집마다 사교육비 부담이 가중돼 사교육 망국론까지 나오지만 탈출구가 없었다.

학제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된 건 오래됐다. 하나 결론은 항상 ‘장기적 안목으로 논의를 시작하자’였다. 그래서 논의는 늘 시작 단계에 머물렀다. 수십 년 동안. 개편안을 만든 조영달 서울대 교수에게 물었다. 학제개편은 언제쯤 실천 가능하냐고. “당장”이라고 했다. “지금 지속적인 학생 수 감소로 어차피 학교 구조조정이 진행돼야 하는 때에 학제개편도 함께 하면 혼란을 줄일 수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학생 수 감소가 2023년까지 지속되다 이후 안정세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물론 뒤따르는 문제는 많다. 학교 및 노동시장 구조조정 등 거시적 문제부터 미시적으론 학부모에게도 21세기형 능력과 20세기형 능력이 다르다는 걸 인식시키는 것까지 손댈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하나 이런 문제는 탁상공론으론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실천 과정에서 부딪쳐가며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문제는 이게 안 의원의 대선 공약이어서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버리기엔 아까운 정책대안들을 사회가 공유하는 방법은 없을까. 사회발전에 기여할 만한 정책은 누가 집권하든 남의 공약이라도 받아들여 발전시키는 ‘대선정책공약 공(公)개념’을 만드는 걸 정치권에 권하고 싶다.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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