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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삼성화재배의 사나이, 유성 불패

중앙일보 2017.02.15 01:00 경제 11면 지면보기
<8강전 1국> ●·탕웨이싱 9단 ○·이세돌 9단

2보(15~25)=이세돌과 마주앉은 상대는 삼성화재배에 유독 강하고(2013년 우승, 2014년 결승 진출), 이 대국이 속개된 유성연수원에서는 진 적이 없는 묘한 승운까지 겹쳐 기자들로부터 ‘유성 불패’라는 별명을 얻은 탕웨이싱.

16강전에 일곱이 올라 잔칫집 분위기였던 한국은 기대했던 신예 기사들이 가을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나가 유성연수원엔 국내 랭킹 1위 박정환, 3위 이세돌 둘만 얼굴을 비췄다. 한국 바둑의 불안은,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의 1인자 박정환으로부터 나온다. 국내에서는 ‘인간 알파고’로 불릴 만큼 냉정한 반면운영으로 정상을 장악하고 있는데, 세계무대로 나서기만 하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휘청거린다.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의 이름으로 20년 가까이 지켜왔던 절대자의 위상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우변 17의 침착한 두 칸 벌림을 본 이세돌은 바로 18, 19로 붙여 세워두고 20으로 바짝 다가선다. 한 호흡의 여유도 주지 않는 숨가쁜 압박, 이세돌의 행마는 진퇴의 리듬이 상대의 예측보다 한 박자씩 빠르고 강렬한데, 탕웨이싱의 행마는 상대적으로 흐름이 완만하다. 중요한 건 결정적인 순간 리듬이 급격하게 바뀐다는 것.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기습에 능하다. 바로, 지금 25처럼. ‘참고도’대로 평범하게 진행되기만 해도 흑이 좋다는데….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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